美전문가, 한·미정상회담에 "이렇게 방대한 공동성명 못 봤다"

박현영 2021. 5. 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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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워싱턴 평가는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한ㆍ미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대령의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23일(현지시간) 평가했다. 한·미동맹이 한층 강화된 듯한 모습을 보여줬고, 양국이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익을 챙겼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세부사항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해답을 도출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회담 성패는 장기적으로 양국의 실천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정상회담은 윈윈이었으며 동맹 관계에서 상당히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이렇게 방대한 공동성명과 부속 팩트 시트는 한·미동맹이 범위와 협력에 있어 글로벌한 단계에 올랐다는 의미로,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사일 지침 협정 종료부터 한국군 병력에 대한 백신 접종에 이르기까지 한·미동맹 전반에 걸쳐 수많은 합의를 만들어냈고, 경제 및 투자 이니셔티브, 사이버 활동, 기후변화, 코로나19 관련 협력,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 신남방 정책의 연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까지 포괄적으로 다뤘다는 것이다.

단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공동성명은 동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고 미래에 대한 훌륭한 청사진을 제공했지만, 실질적인 작업은 실행에 달려 있다"면서 "양국 정상은 합의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동성명 깊이·길이는 강력한 양국 관계 반영”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미 공동성명의 길이와 깊이는 강력한 양국 관계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양국이 공동의 가치와 목표로 삼으며 합의에 이른 의제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북 정책과 지역 안보 문제에서는 정책적 이견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입장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하며 설정한 높은 기준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미·일이 공동성명을 통해 홍콩과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인권 탄압 문제와 중국의 대만 위협 등을 명시적으로 거론한 데 비해 한·미는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대만 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압박에 맞서 민주주의적 가치와 원칙을 공유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데 대해 문 대통령이 소극적이어서 미국과 조율이 덜 됐다는 취지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석좌도 "공동성명에 중국에 반(反)하는 문구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끼리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쉽게 하는 장치라고 봤다. "중국이 정당하게 분노를 표출할 만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한국이 동의할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미국과 한국 모두 중국의 덜 온순한 행동에 맞서면서 동시에 중국과의 협력을 극대화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분명히 中서 멀어져 美 쪽으로 기울어”
반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공동성명에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가 있을 정도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분명히 중국으로부터 멀어져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고 봤다. 양국이 코로나19 발병 기원을 찾기 위해 투명하고 독립적인 평가와 분석을 하기로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호주가 이 문제로 경제 보복을 받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윈선 스팀슨센터 중국프로그램 국장은 "회담은 꽤 균형 잡혔다고 생각했다"면서 "적어도 지금까지는 베이징과 워싱턴 모두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양국이 공동 관심사를 확대한 것도 전문가들은 의미 있다고 봤다. 크로닌 석좌는 "코로나19부터 기술 혁신, 대북 정책까지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관심과 실용적인 행동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전략이 빠졌다”
전반적으로 한·미동맹이 강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세부 사항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미의 북한 비핵화 전략은 공동 성명에서 보이지 않는다"면서 "한국과 미국이 생각하는 개념에 중대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공동성명 길이로만 동맹의 힘을 셈한다면 미국과 한국은 매우 강력한 관계일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회담은 실제적이 결과는 거의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미에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이슈는 북핵 위협과 중국의 부상에 대한 대응인데, 두 의제 모두 효율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북 정책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길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길도 아닌 길을 가겠다면서 내용보다는 레토릭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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