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30년간 30억 그루 벌목..주민들 산사태 우려

2021. 5. 2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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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탄소중립정책을 선언하며 2050년까지 어린나무를 30억 그루 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해마다 1억 그루를 베어내고 그만큼 어린 나무를 심는 건데요. 

주민들은 숲이 민둥산으로 변해 산사태 위험이 크다며 불안해 합니다.

권솔 기자의 현장카메라입니다.

[리포트]
충북 제천시 봉양읍 인근.

벌목이 이뤄진 산은 빨간 속살을 드러냈습니다.

나무는 밑동만 남은 채 댕강 잘려나갔고, 어린 고라니는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권솔 기자]
탄소중립을 위해서 나이 든 나무를 베어내고 '상대적으로 탄소흡수량이 많은 어린나무 30억 그루를 심겠다'는 산림청 정책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나무를 이렇게 베어내도 되느냐는 겁니다.

이슈의 현장으로 갑니다.

지난 수년간 대규모 벌채가 이뤄지고 있는 강원 홍천군 두촌면 일대.

도로를 기준으로 양쪽 산 모두 빨간 토양이 드러났습니다.

홍천군에서만 모두 240ha 규모, 축구장 330개 크기입니다.

[최영화 / 강원 홍천군 두촌면 주민]
"시집와서 애 낳고 있을 때 저 잣나무가 들어왔거든. 그런데 저렇게 다 깎았잖아. 이거는 작년 가을에 저거는 요새 깎았어.
한 달 전에."

곳곳에 나무가 쌓여 있고, 트럭에 실려가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산림 훼손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산림청은 개인 소유의 산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경제적 벌목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최병암 / 산림청장 (지난 17일)]
"현재 이뤄지고 있는 목재 수확은 탄소중립 계획과는 아직은 무관한 통상적인 산림경영 활동임을 먼저 말씀드리고요."

하지만, 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차복 / 서울대 국토문제연구소 연구원]
"산림청이 책임을 회피하는 거고. 기존에 해왔던 거 포장한 거 잖아요."

전문가들은 오는 9월부터 '30억 그루 사업'이 본격화되면, 산주들이 너도나도 이런 식의 '싹쓸이' 벌목에 뛰어들 것이란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림사업비용 90%가 세금으로 충당되고

[홍천군청 관계자]
"국비 45% 도비 11% 군비 34%요."

산 소유주에겐, 경우에 따라 잘린 나뭇값으로 금전적 보상까지 주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이차복 / 서울대 국토문제연구소 연구원]
"비용 지원을 세금으로 하고 있는데. 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면 산주가 이걸 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안전 문제는 없을까.

환경단체, 전문가와 동행해 봤습니다.

비탈길을 조금만 올라가도 흙이 떨어져 내려옵니다.

[현장음]
"당연히 취약하지. 표층이 없어지니까. 사람으로 말하면 피부가 없어진 거예요."

[김민자 / 원주녹색연합 사무국장]
"지금 다 드러났잖아요. 뿌리 같은 것들이."

이미 흘러내리고 있는 토양을 임시방편으로 막은 모습도 눈에 띕니다.

[이차복 / 서울대 국토문제연구소 연구원]
"다음 달이 장마철 아니에요? 토사유출 되고 산사태나면 누가 책임질 거예요? 산사태 방조하는 거예요 정부가. 산림청이."

주민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김봉수 / 강원 홍천군 두촌면 주민]
"(마을 주변을) 뱅글뱅글 돌아서 홀랑 벗기고 대머리가 따로 없지. 비가 오면 나무가 빗물을 먹어주지를 못하는데."

[이인호 / 강원 홍천군 두촌면 주민]
"만약 비가 오면 흙이 쓸려 내려와서 그럴까 봐 염려돼도 (산주가 아닌데) 어떻게 민원을 넣고 할 수 없는 거죠."

실제로 토사 유출은 인명 피해 문제와 직결됩니다.

[권솔 기자]
충북 제천 청풍호 인근 도로입니다. 이렇게 10미터 넘는 철제 구조물이 서 있는데요.

뒤를 보시면 흙과 바위가 굴러떨어져서 산이 움푹 패여 있는 현장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이수곤 /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벌목한데 보면 당연히 산사태가 많이 났거든요. 작년에도요. 벌목이 산사태를 야기 시킨다는 걸 입증하고 있는 거예요."

[권솔 기자]
배출한 만큼 없앤다는 취지의 탄소중립 정책.

하지만 (고목을 베어내는 등의 방법으로) 이미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 배출원 자체를 줄이는 근본 방안을
모색하는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

권솔 기자 kwonsol@donga.com
PD : 김종윤·석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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