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오류 인정하는 것이 국정 정상화 첫걸음

조선일보 입력 2021. 5. 2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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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원전 수명 연장 불허, 월성1호기 폐로 등 탈원전 정책 선언을 하고 있다./조선일보 DB

정부가 원전 해외 수출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탈원전 정책의 문제를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자기 나라엔 원전이 위험해 탈원전 한다면서 다른 나라엔 원전을 판다는 것은 윤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전 수출을 위해선 무너진 국내 원자력 산업 생태계부터 복원시켜야 한다. 탈원전을 그만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탈원전에 대해선 아무 말 없이 원전 수출만 들고나왔다. 정책 변화의 긍정적 신호인지, 그저 오기, 아집의 연속인지 아직 불확실하다.

탈원전을 놓고는 여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노출돼왔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면전에서 “소형 모듈 원자로(SMR)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엔 민주당 이원욱 의원(국회 과방위원장)이 변재일·이광재 의원 등과 함께 ‘혁신형 SMR 국회포럼’을 출범시켰다. 이 의원은 “우리는 APR1400이라는 세계 최고의 한국형 원자로를 개발해 수출까지 성사시켰다”면서 “영화 판도라를 생각하면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킨 것 같다”고 했다. 판도라 영화가 문 대통령 탈원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당 의원이 그걸 문제 삼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체코 총리를 만나선 “한국 원전은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고 자랑했다. 정부 내에선 “탈원전이 아니다”라고 말을 돌리며 “중장기 에너지 전환일 뿐”이라고 한다. 자신들도 탈원전이란 말도 안 되는 말을 입에 올리기 부끄러워진 것이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북한 원전 건설을 지원하자는 문건을 작성해 놓고 있었다. 탈원전을 놓고 정부의 아래위가 모두 뒤죽박죽 혼란뿐이다.

탈원전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이 드러나면서 도덕적으로도 파산했다. 문 대통령이 압박하자 장관은 실무자에게 “너 죽을래”라고 협박해 가동률·단가를 조작하게 했다. 실무자들은 밤중에 몰래 사무실에 들어가 자료를 삭제했다. 국무총리는 그런 행동을 한 산업부에 적극 행정상이란 전대미문의 상을 줬고, 대통령은 ‘3차관 신설’ 약속이란 사실상의 ‘뇌물'까지 줬다. 새만금은 엉뚱하게 태양광 패널로 뒤덮이고 있고, 전국의 산과 저수지가 태양광 패널에 훼손되고 있다. 정부로서도 더 이상 이 잘못된 정책을 끌고 가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 원전 수출 협력’을 계기로 탈원전 정책의 오류를 끝내야 한다. 그것이 국정 정상화와 국민 지지 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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