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망 약한 모더나, 20억회분 추가 원액생산 위해 '한국' 손 잡을까

최하얀 2021. 5. 2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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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에 백신 '병입' 위탁만 맡긴 모더나
'단순 공정' 아쉬움 속 새 기회 올지 주목
내년 원액 10억회분→30억회분으로 목표 상향
원액위탁 론자 생산목표는 연간 10억회분
모더나, 핵심기술 두고 한국정부 지원 저울질
엠아르엔에이(mRNA) 백신 개발에 성공한 미국계 생명공학 기업 ‘모더나’의 로고 앞으로 시험관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추가 투자로 제조시설을 늘려 2022년에는 코로나19 백신을 최대 30억회분까지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계 글로벌 생명공학 기업 모더나가 지난 4월29일 발표한 내용이다. 2010년 창립된 모더나는 그동안 자체 제조시설이랄 게 없는 연구개발 중심 기업이었다. 172년 전 설립돼 세계 곳곳에 양산 체계와 유통망이 구축된 화이자에 역사나 규모를 견주긴 어렵다. 그런 모더나가 지난해 엠아르엔에이(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서 빠른 속도로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 앞서 모더나는 올해 목표 생산량을 5억회분에서 10억회분으로, 내년은 10억회분에서 14억회분으로 늘린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내년 생산량 목표를 다시 30억회분으로 올려 잡은 것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 간 ‘병입’(Fill-Finish·충전·마감) 생산 계약은 이런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두 회사가 위탁생산 계약을 확정해 발표하자, 일각에선 이를 아쉽게 보는 목소리도 나왔다.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기업 삼성바이오가 ‘단순 하청’에 불과한 공정만 맡게 됐다는 평가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24일 <한겨레>에 “의약품 병입이 종이상자에 물건을 담아 포장하는 것처럼 단순한 일은 결코 아니지만, ‘규모의 경제’가 힘을 발휘하는 영역”이라며 “세계 1위 생산 역량을 갖춘 삼성바이오라면 협상력을 발휘해 원액 생산에 일부라도 관여하는 사업을 따내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더나가 당장 급한 것은 다름 아닌 ‘병입’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더나는 임상 1상을 하던 지난해 5월 스위스의 론자와 일찌감치 원액 생산 위탁계약을 맺었다. 당시 발표를 보면, 론자는 코로나19 백신을 연간 10억회분 생산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모더나는 앞으로 10년간 엠아르엔에이 기술기반 의약품과 백신 원액 생산을 론자에 맡기기로 했다. 장기적 차원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은 셈이다. 지난해 5월은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던 때다.

이후 모더나는 지난해 6월 미국 카탈란트, 7월 스페인 로비, 12월 프랑스 레시팜, 올 3월 미국 박스터 등 세계적 위탁생산 기업들과 잇따라 ‘병입’ 계약에 나섰다. 원액 생산은 순조로웠는데 병입 단계에서 ‘병목’ 현상이 나타난 탓이다. 이로 인해 지난 2월엔 미국으로의 공급분이 일부 지연되는 일까지 생겼다.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보도자료에서 “최근 병입 공정에서 생긴 문제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이알(병)당 주입 용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삼성바이오의 병입 생산 참여는 이에 더해 모더나가 미국·유럽 밖 지역에서 추가로 양산 체계를 갖춰야 할 필요성이 맞물리며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정부가 ‘백신 허브’ 구상을 제시하면서 양쪽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나아가 모더나가 최근 제시한 ‘내년도 30억회분 생산’ 목표 속엔 원액 생산시설 추가 구축에 대한 구상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알려진 대로 론자가 연간 10억회분 규모를 생산한다고 해도 나머지 20억회분 물량을 두고 새로운 참여 기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방셀 최고경영자는 최근 국내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모더나는 삼성에 기술을 이전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 기술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한국 정부가 이런 과정을 원활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담당 부서가 그런 일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이는 모더나가 국내에 핵심기술을 이전하는 조건으로 한국 정부의 전방위 지원을 은근히 압박하는 신호로도 읽힌다.

이에 바이오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론자와 처음 원액생산 계약을 하던 때는 자체 제조시설이 없던 모더나가 매우 급했던 것 같다”며 “상황이 달라진 모더나가 직접투자를 저울질하며 상당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모더나가 한국에 백신 생산시설 관련 직접 투자를 한다면 “부지 확보와 의약품 관리체계 안에서의 심사·허가 등에 대해 국내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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