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점에서 돌봄까지..학교협동조합 활성화될 수 있을까

김서영 기자 2021. 5. 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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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학생, 학부모, 지역 주민이 모인 학교협동조합은 매점을 운영하는 것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25일 ‘학교협동조합 지원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학교협동조합 활성화 방안과 과제를 논의했다. 학교협동조합 법안 발의를 앞두고 교육 당국과 전문가, 학생과 학교협동조합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학교협동조합은 말 그대로 ‘학교를 기반으로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 주민 등이 설립한 협동조합’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에 따라 기본 목표와 정책 방향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협동조합기본법이 규정한 요건을 갖춰야 하고 학교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은 대동소이하다. 학생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이 교육 자치, 창업, 민주주의와 사회적 가치를 경험하게 한다는 목표로 2013년 도입됐다.

토론회 자료를 보면 학교협동조합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34개가 운영되고 있다. 경기(49개)와 서울(24개)이 많은 편이며 대전에는 아직 한 곳도 없다. 학교급별로 보면 65.7%가 고등학교에 설립돼 있다. 유형별로는 매점이 109곳(81.3%)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직업·진로·창업이 11곳(8.1%), 방과후가 8곳(5.9%)으로 뒤를 잇는다. 특히 특성화고의 경우 도자기 제조, 출판, 농작물 생산 등 교과에서 배운 전문 기술로 학교협동조합이 직접 생산, 유통, 판매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교협동조합이 조례를 근거로 운영되기 때문에 설립과 운영에 한계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조 발제에 나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교협동조합 유형이 매점에서 돌봄, 직업연계 교육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데 반해 별도의 상위법령이 없어 행정적, 재정적, 법적으로 많은 제한이 있다”며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이상훈 성공회대 교수는 “교육청 소관의 타 조례들과 충돌되는 부분으로 인해 활성화와 유형 다양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학교협동조합 관련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학교협동조합 활성화의 또 다른 장애물은 교직원과 학교 관리자의 정기 전보, 학생의 졸업과 입학으로 학내 구성원이 주기적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박승희 큰꿈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구성원 변화에 따른 불안전성, 구성원들의 전문성·주인의식 함양 어려움 등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기본 원칙 실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문난이 만덕고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학교 관리자가 바뀔 때마다 적용 기준이 달라지고 학부모회가 충돌하기도 한다”면서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 활동이라는 특성이 법안에 반영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역할을 법안에 어떻게 규정할지도 쟁점이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학교협동조합이 자발성에 근거해 운영해야 하고, 사회적 필요에 의해 결성된다는 점에서 자칫 법률의 강행 규정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신중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기관 간 구체적 역할 분담, 설립절차의 간소화, 운영지원 강화 등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혜진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장은 “타법과의 충돌, 유권해석의 차이 등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며 “지원을 위해 마련하는 조항이 새로운 규제 요소가 되지는 않는지,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지는 않는지 등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법안 발의를 앞둔 강득구 의원은 “학교협동조합은 교육을 강화하며 사업영역도 확장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법 제정은 학교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사업 다양화를 이뤄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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