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문제 담은 한·미공동성명에 속내 복잡한 대만

박은경 기자 입력 2021. 5. 25. 17:00 수정 2021. 5. 25.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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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만 타이베이의 코로나19 경보 수준이 3단계로 상향된 가운데 지난 1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코로나19 신속 검사소 앞에 줄지어 서 있다. AP·연합뉴스


대만은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처음 언급되자 표면적으로는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셈법은 복잡하기만 하다. 양안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보기 힘들고 오히려 한국이 미국에 밀착해 파운드리 부문에서 세계 1위인 대만 반도체 산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만 출신인 웡뤼중(翁履中) 텍사스주립대교수는 24일 대만 TVBS와 인터뷰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양국 간 협력은 대만 반도체 산업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면서 “대만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보호해 1위 자리를 지켜내고, 미국과도 관련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 월간지 메이리다오 온라인판은 25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대만과 일본에 주는 최대 경고는 한국이 자국의 반도체 기업과 과학기술, 군사 조건을 이용해 대만과 일본을 밀치고 앞서 나갔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만 매체와 전문가들은 한국이 반도체를 앞세워 미국과 백신 협력을 성사시켰다고 해석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는 대만은 정작 현실적 이득을 챙기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쩡즈차오(曾志超) 중화경제금융협회 부사무총장은 25일 연합보에 실린 ‘대만은 황금더미에 앉아있는 거지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미국이) 대만을 반중국 전선의 선봉으로 내세워 중국으로부터 위협이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백신 제공 등 미국이 대만에 주는 실질적 혜택은 한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대부분 주문생산방식(파운드리)으로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고,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점유율 55%, 한국은 18%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한국을 포섭하기 위해 물고기(백신)를 먹이고, 낚시대(백신 위탁생산)까지 내주고 있는데, 반도체 산업의 이점을 활용하지 못하는 대만은 황금더미에 앉아있는 거지 꼴”이라고 했다.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던 대만은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백신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약속한 미국으로부터 백신 제공이 더디게 진행되고 락토파민(성장촉진제)이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문제, 세계보건총회(WHA) 연례회의 참가 무산 등이 얽히면서 미국을 향한 불만이 높아진 것도 이 같은 여론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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