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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날도 많은데 참지 말자" 황혼이혼 1년새 17% 급증

정석우 기자 입력 2021. 05. 27. 03:04 수정 2021. 05. 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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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에 사는 최모(51)씨는 올해 초 이혼했다. 최씨는 돈 씀씀이가 헤픈 데다 밖으로만 돌면서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남편과 자주 다퉜지만 딸 때문에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딸이 “엄마, 아직 젊은데 더 참지 마세요”라며 차라리 이혼하라고 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23년의 결혼 생활을 끝냈다.

결혼한 지 20년이 넘은 부부의 이혼을 뜻하는 황혼 이혼이 올해 1분기(1~3월) 전체 이혼 건수의 40%를 넘어설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6일 통계청의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혼은 2만5206건으로 작년 1분기에 비해 3.5% 늘었다. 이 가운데 40.4%인 1만191건이 황혼 이혼이다. 1분기 황혼이혼은 작년 1분기(8719건)보다 16.9% 증가했다. 전체 이혼 건수 대비 황혼 이혼 비율은 2019년 34.7%(11만831건 가운데 3만8446건)에서 작년 37.2%(10만6500건 가운데 3만9671건)로 증가해왔는데, 올해 1분기에 40%를 넘어선 것이다.

인천에 사는 김모(58)씨도 최근 아내와 이혼했다.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고된 직장 생활을 견디며 가장 역할에 충실하다고 자부해왔는데 아내와 대학생인 두 자녀가 집에서 자신을 본체만체하는 등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따로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법무법인 소울 이상목 변호사는 “자녀 양육을 이유로 참고 살던 50대나 60대가 자녀가 장성한 이후 ‘이제는 각자의 삶을 살자’며 황혼 이혼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또 “몰래 외도를 하는 대신, 외도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이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자녀가 부모의 이혼을 권장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했다.

이처럼 황혼 이혼을 중심으로 이혼이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혼인은 크게 줄었다. 올해 1분기 혼인 건수가 4만8016건으로 작년 1분기에 비해 17.6% 감소했다. 이번 혼인 감소폭은 통계청이 혼인을 포함한 인구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컸다. 혼인이 줄면서 출생아 수 감소세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7만519명으로 역대 1분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1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은 0.88명으로, 역시 1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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