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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워치]한·미 동맹에 한전·한수원 '온도차'

강현창 입력 2021. 05. 27. 06:00 수정 2021. 06. 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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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 IAEA 규제받는 나라에만 원전 수출 합의
추가의정서 거부 사우디..한전의 원전 수출 걸림돌
한수원의 체코 공략은 천군만마 얻어..한전과 달라

한국과 미국의 원전 수출 동맹 발표 이후 원자력 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해외원전 수주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원전과 관련된 상장사의 주가도 오르는 등 탈원전 정책으로 침체했던 원전업계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분위기가 심각해진 곳도 있습니다. 바로 한국전력입니다. 한전은 지난 2017년부터 사우디 원전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한국과 미국의 원전수출 동맹때문에 사우디 원전 수출만큼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이유가 뭘까요.

한전, 사우디 원전수출…UAE 바라카원전 시너지 기대

지난달 김종갑 한전 사장이 조용히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다녀왔습니다. 임현승 원전사업부사장도 함께였습니다. 아부다비에는 한전이 수출한 바라카원전이 있습니다. 한전이 기술 설계와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두산중공업이 원전 제작, 현대건설·삼성물산이 시공한 원전입니다.

최근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2호기도 곧 가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한전 측도 김 사장의 출장에 대해 '상업운전 시작에 따른 현지 점검과 직원 격려 차원의 방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전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바라카원전 1~4호기. /사진=한국전력 제공

바라카원전은 한전의 원전 수출 전초기지입니다. 현지에서 성공적인 원전개발 사례를 만들면 주변국에 원전 수출을 하는데 유리합니다. 실제로 한전은 두번째 원전수출의 대상으로 UAE의 이웃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오는 2032년까지 신규원전을 통해 총 17.6GW 규모의 전력망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2.8GW급 원전 2기 건설을 우선으로 진행하는데 한전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러시아 로사톰, 프랑스 EDF, 중국광핵집단공사(CGN) 등 5개국이 예비사업자입니다.

조만간 본 입찰을 시행할 예정인데 바라카원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한전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사우디와 UAE는 원전 사업에 동맹관계를 맺고 있기도 합니다. 애당초 해당 용량의 원전 설계 능력을 보유한 국가는 한국뿐입니다.

조건 내건 한미 원전동맹…사우디 원전 수주 '변수'

하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가 관건입니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원전의 수출에 대해 서로 협력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사우디 원전수출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미국입니다. 양국이 협력한다면 경쟁에서 더 유리한 것 아닌가요? 

문제는 한미 양국이 향후 원전 수출의 조건으로 내건 내용때문입니다. 양국은 이제 원전 수출국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 비준을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IAEA 추가의정서는 회원국의 핵 관련 의무를 대폭 상향한 규제입니다. 추가의정서를 비준하면 회원국은 IAEA에 핵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원자력관련 시설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사찰도 허용해야 합니다. 불시사찰도 허용하고 사찰관의 입국과 통신을 보장해야 합니다. 핵연료의 핵무기화를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입니다.

130개국 이상이 IAEA 추가의정서를 비준했지만 안타깝게도 사우디는 아닙니다. 사우디는 아예 우라늄 농축·플루토늄 재처리를 포함한 NPT 탈퇴도 시사하는 중입니다. '핵무기 개발을 원하지는 않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우리도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사우디는 중국과 협력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사우디가 견제하는 이란은 IAEA 추가의정서를 비준하긴 했지만 지난해 임시 핵사찰을 강제로 종료하며 사실상 핵합의를 탈퇴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원전 동맹, 중동 패권 전쟁 '키'로 부각 

한전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한미 동맹으로 원전 수출의 길이 열리는 것은 맞지만 적어도 사우디 만큼은 포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한전 측은 "아직 한미 원전동맹과 관련해 세부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과 설명서(Factsheet)에 공식적으로 담긴 내용이 번복되긴 힘들어 보입니다.

한편 이번 한미 원전동맹이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경고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편가르기를 확실히 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사우디에 한미 원전을 구입하고 IAEA를 중심으로 한 미국 주도의 '핵 비확산' 체제에 참여하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입니다.

한미 원전동맹 발표 이후 사우디로서도 패가 달라졌습니다. 기존에는 입맛에 맞게 원전 수주전을 주도하면 그만이었지만 이제 IAEA 추가의정서 비준을 이유로 한미 원전을 거부할 경우 미국과 등을 돌리는 셈입니다.

미국은 이란에 핵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무지막지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이란의 철강업체와 종교재단, 해운사, 항공단체 등을 제재했습니다. 이란과 협조한 중국 기업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영국도 제재에 동참했습니다.

트럼프 시절에 시작된 제재는 바이든 취임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작업을 중단하지 않는 한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란과 사우디 양국은 각각 시아파와 수니파의 맹주로 중동 패권국 지위를 두고 경쟁하는 중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그동안 사우디는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결정을 해야합니다. 원전 본입찰을 미뤄오며 시간을 끌어온 사우디 입장에서는 결국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진 것입디다. 이란과 혼자 싸우느냐, 아니면 미국과 같이 싸우느냐는 미래가 원전에 달린 셈입니다.

한미 원전 동맹이 사우디 원전 수주전에 끼치는 영향이 이 정도라면 일개 공기업에 불과한 한전으로서는 상황을 지켜볼 뿐 손을 쓰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한수원은 '확실한' 호재…체코 원전 수주에 '파란불'

기본적으로 이번 한미 원전 동맹은 우리 원전업계에 호재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한전의 사우디는 불안해졌지만 한수원의 원전 수출 시도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수원은 한전과 별도로 체코는 물론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카자흐스탄 등에 원전을 수출하려는 중입니다. 지난 2016년 6월 공공기관 기능 조정에 따라 한수원 자력으로 원전 수출이 가능해진 덕분입니다. 

협상이 진척된 곳은 체코입니다. 체코는 IAEA 추가의정서를 비준한 곳이다보니 한미 원전 동맹 조건에 맞습니다. 체코 원전은 현재 한국과 미국, 프랑스가 수주전에 참여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도전했지만 탈락했습니다. 만약 한국과 미국이 손을 잡는다면 수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그래서인가요. 이번 한미 원전 동맹 발표 직후 한전과 한수원의 반응이 다릅니다. 한전은 조용한 반면 한수원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한미 원전 동맹 성사 발표 직후 "정상 간 합의를 계기로 한미 간 협력을 통해 수주 활동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평했습니다. 

한미 원전 동맹 이후 모처럼 원전 업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양국의 동맹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사우디와 체코를 지켜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전과 한수원이 함께 웃을 수 있을까요.

 

강현창 (khc@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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