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손정민과 A씨 '밤 10시48분'에 만났다, 그리고..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 후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와 친구 A씨의 당일 행적이 점점 풀리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7일 이 사건과 관련해 첫 공개 브리핑을 열고 정민씨 사건과 관련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아직 정민씨에 대한 범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민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0시 48분 잠원동의 한 성당 앞에서 친구 A씨와 만났다. 당초 정민씨와 A씨는 다른 친구 B씨에게도 함께 술을 마시자고 연락하였으나 정민씨와 A씨만 성당 앞에 모였다. 경찰은 이들이 촬영된 CCTV 영상을 통해 최초로 만난 시간을 특정했다.
이들은 10시 53분 인근 편의점을 방문해 A씨의 신용카드로 360ml짜리 소주 2병과 300ml 청하 2병을 구입했다. 이후 11시 08분쯤 반포나들목 CCTV 영상에 반포한강공원으로 향하는 정민씨와 A씨의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11시 14분부터 이튿날인 25일 오전 1시 31분까지 편의점을 4차례 방문해 돗자리와 안주, 음료수와 술을 샀다.
이들은 당초 구매한 4병 외에도 해당 편의점에서 750ml 생막걸리 3병, 640ml 페트병 소주 2병을 추가로 구입했다. 정민씨와 A씨가 각각 얼마나 마셨는지 알 수 없으나 두 사람이 만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친구는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술을 구매한 이들은 오전 1시 17분부터 오전 1시 56분까지 동영상을 촬영하며 술을 마셨다. 경찰은 정민씨의 휴대전화에서 5개의 동영상을 확인했으며 이 동영상은 대부분 정민씨가 직접 촬영하고 자신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영상이다. 이 중 오전 1시 56분에 촬영된 영상이 '골든 건' 의혹이 제기된 동영상이다.
일각에서는 이 '골든 건'이 의과대학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은어이거나 혹은 둘만의 비밀 용어라는 주장이 나왔다. 경찰은 이에 대해 "A씨는 '당시 '제이팍'(가수 박재범)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아 '골든'은 최근 예명을 'G소울'로 변경한 가수를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잠에서 깬 A씨는 오전 3시 37분쯤 자신의 모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A씨와 A씨 모친의 통화내역을 들여다본 결과 A씨가 A씨 모친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했다. 비슷한 시간 2명의 목격자 역시 "정민씨는 돗자리에 앉아 있고 A씨가 2~3m 떨어져 통화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목격자가 촬영한 사진에서는 오전 3시 38분쯤 통화 중인 A씨가 포착됐다. 다만 이 사진에는 정민씨 없이 A씨만 찍혀 있어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과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이후 A씨는 오전 4시 27분쯤 한강 쪽 잔디 끝 경사면에 홀로 누워서 자는 모습이 목격됐다. 누워 있던 A씨를 본 목격자는 '경사면에서 자는 모습이 위험하다'고 생각해 A씨의 가방을 잡아당겨 A씨를 깨웠다. 일어난 A씨는 오전 4시 32분쯤 토끼굴을 통과해 10분 뒤 고속터미널역 앞에서 택시에 탑승했다.
경찰은 당시 한강 인근에서 낚시를 하던 목격자 7명으로부터 신원 불상의 남성이 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남성은 체격이나 목소리 등으로 볼 때 성인 남성으로 추정된다. 목격자들은 "4시 40분쯤 수상택시 승강장 방향 강변에 무릎까지 물에 잠겨 있는 남성을 봤다"며 "잠시 후 수영하듯 팔을 휘저으며 안쪽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경찰은 목격자 7명의 존재가 갑자기 공개된 것의 신빙성에 의심이 든다는 질문에 "한강공원 출입 차량 193대를 일일이 탐문하다 7명을 찾아낸 것"이라며 "7명 중 5명이 '직접 보았다'며 일치된 진술을 했으며 이들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마쳤다"고 답했다. 목격자들 역시 "입수자가 시원하다는 듯한 소리를 내며 한강에 들어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정민씨 어머니와 A씨 어머니 문자 내역에 따르면 정민씨 어머니는 오전 6시 3분에 A씨 어머니에게 "경찰 신고했고 저희도 찾고 있으니 A씨 데리고 들어가시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모친으로부터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다고 들어 따로 전화해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휴대전화는 마지막 통화시간인 오전 3시 38분쯤부터 전원이 꺼진 7시 2분까지 계속 한강공원에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부분은 A씨의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다. A씨 측은 오전 4시27분에 A씨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는데, 전원이 꺼져 있다는 음성을 들었다고 했다. 경찰이 분석한 전원이 꺼진 시간과 차이가 있다.
경찰은 A씨와 A씨의 부모, 누나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아이패드·노트북 등을 포렌식하였으며 당시 A씨가 착용했던 점퍼와 바지, 양말 등도 감정을 완료한 상태다. 경찰은 "현재까지 A씨와 가족은 가택·차량 수사와 포렌식에 전부 동의하였으며 참고인 조사에 모두 응했다"며 "포렌식 결과 삭제 정황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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