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쉽] 중국은 왜 비트코인을 때리나? (feat. 투자 vs 투기 체크리스트)

이현식 선임기자, 장선이 기자 2021. 5. 2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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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최근 비트코인의 채굴과 거래를 금지했다. 이는 여러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가상화폐의 값을 떨어뜨리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코인의 어떤 속성때문에 이러는 것일까? 단지 과열 때문일까? 이와 관련된 질문을 따라가다보면, 당신은 코인 ‘투자’를 하고 있는지 ‘투기’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무슨 일이? 
​- 중국,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60% 이상을 담당해 왔는데…

중국 중앙정부의 경제 책임자 류허 부총리는 지난 21일 ‘비트코인 거래는 물론 채굴도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류허 부총리는 금융안정발전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뒤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행위를 타격함으로써 개인의 위험이 사회 전체 영역으로 전이되는 것을 단호히 틀어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7년 9월부터 가상화폐의 신규 발행과 거래를 금지했지만 채굴은 적당히 눈감아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전 세계 비트코인의 약 60%는 중국에서 채굴되고 있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F)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 중 65.08%가 중국에서 이뤄졌다.

중국 내 비트코인 채굴장들은 전기 요금이 상대적으로 싼 서부 내륙 지역(신장위구르 자치구와 네이멍구 자치구, 쓰촨성 등지)에 몰려 있다. 채굴은 엄청난 전기를 소모하는 작업이고, 여기에 쓰이는 컴퓨터들은 엄청난 열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은 공식적으로 가상화폐 거래가 금지된 이후에도 간편결제시스템 등을 이용해 개인 간 거래를 암암리에 해왔는데, 중국 정부는 앞으로 이것도 틀어막는 조치를 내놓을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기사 바로보기] "채굴과 거래 타격" 중국 한마디에…가상화폐 급락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327514&plink=SEARCH&cooper=SBSNEWSSEARCH ]

[기사 바로보기] 요동치는 비트코인, 3년 전과 비슷하다?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330248&plink=BRAND&cooper=SBSNEWSMAIN ]

 

중국 정부는 대체 왜?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왜 비트코인의 거래 뿐 아니라 채굴까지 금지하려는 걸까? 단지 채굴 과정에 전기를 너무 많이 쓰는 것이 환경파괴적이어서? 코인시장에 낀 거품이 꺼질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걱정되어서? 그런 점도 이유가 되겠지만, 더욱 근본적인 이유를 짚어볼 수 있다. 비트코인은 그 태생부터, 중국 정부와 어울릴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이다. 

비트코인, 애초에 왜 생겼더라?
- 비트코인에 내재된 무정부주의적 요소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개발한 것은 2009년. 이 시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금융위기의 직후였다.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만든 철학은 ‘이런 위기를 막지 못한 중앙의 관리자에 대한 불신’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기술적 수단으로 쓰인 것이 '블록체인'이었다.
 
[클릭] '블록체인'과 '채굴 한번'에 알아보기

뭘 채굴한다는 거지?  

A가 B에게 1코인을 보낸다. B는 C에게 0.5코인을 보낸다. 이런 식으로 각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거래는 네트워크상의 ‘메모리 풀'에 모이게 된다. 그러면 전세계의 ‘채굴자’들 중 누군가가 나서서 이 중 몇 건을 골라 하나의 블록으로 묶고, 그 블록을 앞선 블록들의 체인에 이어 붙여야 한다. 비유를 하자면, 비트코인 거래의 역사책을 만드는데, 각각의 페이지를 쓸 필자를 그때그때 매번 선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채굴자들 중 누가 새 블록의 제작자로 선정되는걸까?
 시스템이 요구하는 수학 연산 과제를 가장 빨리 해결하는 '채굴자'다.

첫번째 문제라면 강력한 CPU들로 무장한 슈퍼 컴퓨터가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역사의 기록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주사위를 최대한 빨리 계속해서 던질 수 있는 컴퓨터'가 더 적합하다.
(‘채굴자'들이 그래픽카드를 줄줄이 연결한 컴퓨터들을 쓰는 이유는, 그래픽 카드가 이러한 병렬처리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경쟁과정을 거쳐 선정된 채굴자 (즉, 연산과제를 가장 먼저 수행한 컴퓨터)는 메모리풀의 여러 거래 중 몇몇 건을 골라 하나의 블록으로 합친 뒤, 이를 전세계의 다른 채굴 컴퓨터들에게 전송한다.
이 채굴 컴퓨터들을 ‘노드'라고도 하는데, 이 노드들은 새로 도착한 블록에 이상이 없는지 검증한 뒤 컨펌한다. 모든 노드들의 컨펌을 받아야 새로운 블록은 기존 블록들의 체인에 연결되어, 비트코인 거래의 역사로 공인된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블록이 새로 추가되는 데에는 평균 10분이 걸린다. ‘평균’ 10분이라는 얘기는, 어떤 거래는 1분만에 새로운 블록 안에 포함되어 네트워크의 컨펌을 받지만 어떤 거래는 1시간이 지나도 새로운 블록 안에 포함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떤 거래가 새로운 블록을 만드는 채굴자에게 먼저 선택될 수 있을까? 바로, 더 많은 수수료를 제안하는 거래이다. (비트코인을 송금 또는 지불할 때에는 채굴자에게 얼마의 수수료를 낼 것인지 쓰게 되어 있다.)

 

채굴 댓가는 '코인'? 

채굴자는 거래 당사자로부터 받는 수수료 외에, 새로운 블록을 생성한 댓가로 ‘시스템이 새로 발행한 비트코인'을 받는다. ‘채굴’이라는 비유적 표현이 등장한 것은 이 지점이다.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귀중한 것이 어떤 작업의 대가로 새로 생긴 것을 ‘금을 캐는 행위'에 비유한 것이다.

디지털 코인의 채굴자는 거래 시스템의 유지 보수에 참여해 공을 세운 댓가(즉, 신규 발행된 코인)와 거래 당사자가 제안한 수수료, 이 두 가지를 수입으로 한다. 채굴의 과정을 수행하는 컴퓨터는 많은 전기를 끌어다 쓰며 적지 않은 열을 발생시킨다. 그래서, 비트코인의 가격이 떨어지면 채굴자는 전기료와 장비 유지 보수 비용 때문에 적자를 보게 된다. 사실, 채굴의 과정은 대단히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몇몇 거대 채굴 조합(‘마이닝 풀 mining pool'이라고 한다)이 장악하고 있다. 개인은 이러한 채굴조합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이런 채굴조합에 수수료를 내고 참여하여 연산과정의 일부를 수행하고, 기여도에 따라 성과를 나눠받는다. 

[기사 바로보기] 회사원까지 '채굴족' 합류…자칫 본전도 못 건진다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324363&plink=SEARCH&cooper=SBSNEWSSEARCH&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
이제까지 설명한 ‘채굴 (즉, 블록체인의 생성과 검증, 관리)’과 ‘보상(비트코인 신규발행)’의 과정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최초에 설계해 놓은 시스템의 법칙에 따라 그냥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열린 생태계로서, 누구나 일정 조건만 갖추면 참여할 수 있고, 모두의 기여에 의해 유지된다. (당신도 ‘풀 노드(full node)'가 되어 비트코인 시스템 유지관리자의 일원이 될 수 있다. https://bitcoin.org/en/download 에서 지금까지 발행된 비트코인 블록체인 전체 -현재 350기가바이트 이상-를 다운받고, 컴퓨터를 p2p 네트워크에 연결하여 24시간 작동하도록 켜 두면 된다.) 이 시스템은 태생적으로, 본질적으로, 분권형이다.

이러니 중국이 싫어할 수밖에... 

여기서, 최초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중국 당국은 과연 태생적, 본질적으로 분권형이며, 중앙집중을 거부하는 시스템을 좋아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회장에게 벌어진 일들이 생생히 보여준다. 마윈은 중국인들의 방대한 거래정보를 틀어쥐고 앤트그룹이라는 세계최대 금융그룹을 일구려다 성공 직전에 추락했다. 중국 공산당은 정보를 통제하는 권력을 누구와도 나누려 하지 않으며, 어떠한 도전도 허용하지 않는다. 

[기사 바로보기] 중국 정부에 찍혀 재산 13조 사라진 알리바바 창업자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163372&plink=SEARCH&cooper=SBSNEWSSEARCH&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

[기사 바로보기] WSJ "중 당국, 마윈이 가진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 확보 시도"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157866&plink=SEARCH&cooper=SBSNEWSSEARCH&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애머스트의 이사벨라 웨버(Isabella Weber) 경제학교수는 비즈니스 매체 포춘(Fortune)에 게재한 5월21일자 온라인 칼럼 ‘중국은 왜 비트코인 단속에 나섰는가(Why China cracked down on Bitcoin)’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이 갖고 있는 특성의 일부를 활용해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CBDC)’를 만드는 일에는 관심이 있다. 중국 중앙은행의 CBDC는 중국인들의 금융 및 상거래에 관한 방대한 정보를 중국 정부에게 쥐어줄 것이며, 국제적으로는 미국 달러의 금융독점에 균열을 내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권형으로 관리되고 추적도 어려운 민간 암호화폐는 중국 당국이 묵인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최근엔 미국 또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박연미 경제평론가는 5월21일자 SBS 오뉴스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과거부터 해커들이나 범죄조직은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한 층 더 들어가서 보면, 미국 재무부가 표면적으로는 ‘나쁜' 거래를 우려하고 있지만, 보다근본적으로는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초국가적인 통화가 등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기사 바로보기] 미국도 가상화폐 규제 (박연미 경제평론가)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326725&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

당신이 가상/암호화폐 투자를 하고 있다면, 세계 양대 슈퍼 파워의 당국이 규제의 고삐를 조이는 상황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하물며, 가상화폐 가운데 기술적 바탕이 확실하고 거래규모도 큰 일부 선도 코인 외에 소위 ‘잡 코인'을 거래하고 있다면, 당신이 어떤 리스크를 지고 있는 것인지 보다 냉정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최근 SBS ‘뭘스트리트'에 출연해, 투자와 투기에 관해 다음과 같은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기사 바로보기] 경제학자의 전망 '이런식으로 투자하면 삼성전자 사도 손해본다'? (feat.박정호) 
[ https://youtu.be/sY9lZAcnHtQ ]

당신은 투자를 하고 있는가, 투기를 하고 있는가?

(제작 : 이현식 선임기자, 장선이 기자 / 디자이너 : 명하은)                                  

이현식 선임기자, 장선이 기자s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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