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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병원은 왜 수술실CCTV 반대할까 [김기자의 토요일]

김성호 입력 2021. 05. 2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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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 수술실CCTV 공청회 열려
의협·병원협, 법안 반대입장 확고해
제시된 반대논거에 비판여론 거세
정부는 "자율에 맡겨야" 입장 고수

[파이낸셜뉴스] 수술실CCTV법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논리가 국회 공청회에서 공식 확인됐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유령수술 등 거듭되는 의료범죄를 예방하고 환자들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추진되는 수술실CCTV법에 확고한 반대입장을 밝히며 다양한 이유를 개진했다.

환자들의 노출부위가 촬영된 영상의 유출 우려와 의료행위 위축, 공익제보 활성화로 의료범죄를 차단할 수 있다는 등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들은 앞선 두 차례 논의 때에 비해 수술실CCTV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상당한 공감을 표했다. 다만 내부가 아닌 외부에 CCTV를 설치하도록 하자는 정부의 절충안이 여전히 고수되고 있어 수술실 외부 설치로 졸속통과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본지 3월 6일. ‘[단독] 수술실CCTV 찬성 달랑 1... "밖에 달자" 의견 좁혀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의사들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수술실CCTV법 통과에 확고한 반대입장을 드러냈다. 사진=픽사베이.

의사협회, 수술실CCTV 확고한 반대

29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열린 수술실CCTV 입법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 공청회에서 의료계의 수술실CCTV 반대입장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의사 대표로 참석한 김종민 의협 보험이사는 “수술실 CCTV 의무설치화에 대한 저희 대한의사협회 입장은 확실한 반대”라며 “밥그릇 지키기 위한 반대가 아니냐, 신뢰 회복을 위한 의지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CCTV로 이뤄낼 공익보다도 더 많은 것을 잃을 것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김 이사는 “수술실 CCTV 설치는 그동안 오랜 논쟁이 있어 왔기 때문에 찬성하는 논리와 반대하는 논리도 분명하다”며 “득이 많다고 할 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지난 68개월 간 적발된 유령수술 사건이 112건이란 점을 들어 한국 의료기관에서 이뤄진 전체 수술 중 단 0.001%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또한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수술실 내 CCTV 설치 논의가 아예 없었고 미국에서도 1개 주에서만 법안 발의까지 갔으나 통과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민감한 신체부위 노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했다. 김 이사는 “간혹 일어나는 절도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 CCTV를 찜질방이나 목욕탕에 설치하자고 한다면 아마 대다수는 반대할 것”이라며 “극도로 예민한 신체 부위가 노출되고 누군가에 의해 감시되고 있다는 것이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학대 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어린이집CCTV가 설치된 이후 학대의심 신고가 크게 늘었다는 점을 들어 CCTV의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20년차 외과의이기도 한 김 이사는 환자들의 알권리보다 의료분쟁을 피하기 위해 의사들이 소극적으로 수술에 임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수술실CCTV의 악영향을 강조하기도 했다.

병원들을 대표하는 병원협회 역시 수술실CCTV 설치와 운영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fnDB.
병원협회도 반대입장 확고해

병원협회 역시 반대입장을 고수했다. 오주형 병원협회 협력위원장은 “법안 취지는 국민정서상 충분히 공감될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사실 이것을 좀 더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며 중국의 일반 CCTV 운영실태를 예로 들었다.

중국엔 공공장소에 한국보다 훨씬 많은 CCTV가 설치돼 일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중국이 한국보다 인권이 더 보장된 국가라고 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오 위원장은 “대한민국 의료가 과연 CCTV 설치를 강제할 만큼 의료후진국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의료인으로서 자괴감마저 든다”며 “제도적 개선 노력 없이 수술실 내 CCTV 한 대 설치로 의료 불법 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라고 비판했다.

의사들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 위원장은 “의사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된 것뿐만 아니라 심각한 의료소송의 위험에도 노출되고 감시받고 있다는 생각에 제대로 수술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극소수 의료인에 의해서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확대해석하고 CCTV 설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반발로 상급의료기관에 먼저 수술실CCTV를 달자는 일부 의원의 절충의견에 대해서도 오 위원장은 “K-방역에 앞장서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반박했다.

환자의 노출된 신체가 찍힌 영상의 유출 가능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 위원장은 “마취와 탈의, 신체의 중요 부위 노출과 절개, 봉합 등의 전체 과정이 여과 없이 녹화될 것”이라며 “촬영 자료가 목적 외로 활용되거나 해킹 유출되는 경우에 그 어떠한 정보 유출보다도 개인적, 사회적 고통과 파장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서울 신사역 인근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중태에 빠져 끝내 숨진 고 권대희씨 수술 당시 CCTV 영상. 이 병원에선 집도의가 수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다던 홍보와 달리 동시에 여러건의 수술을 진행하는 공장식 유령수술이 이뤄졌다. 환자권익연구소 제공.

의협·병원협 반대주장에서 드러난 허점들

의협과 병원협회의 반대주장을 정리하자면 △유령수술은 정상적인 수술에 비해 극히 일부이고 △어린이집 사례에 비추어 CCTV 설치의 효과가 의심되며 △환자의 신체부위가 노출되고 △영상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점 △의료선진국인 한국의 의료행위에 신뢰가 있어야 하고 △수술실CCTV 설치가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꼴이며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의 소극적 진료가 우려되는 점 △해외사례가 없다는 사실 △공익제보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 등이다.

이 같은 반대논리에 국회와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수사기관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68개월 간 불거진 유령수술 사건이 112건에 이른다는 건 수술실CCTV 입법이 되지 않은 상황에 비추어 사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한 뒤 사건이 늘어난 건 예방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 그간 묻혀왔던 범죄가 CCTV로 드러난 덕분이라는 지적이다.

△환자 신체부위 노출과 영상 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환자 동의와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면 문제가 없고 △의료인에 대한 신뢰에 앞서 정보공개라는 책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 등도 언급됐다. △개인 차량과 대중교통수단, 어린이집, 공공장소 등에 영상처리기기가 일상화돼 있지만 찍히는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은 없다는 점 △한국에서 불거진 유령수술 등 의료범죄 사례가 해외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등도 반박 근거로 제시됐다.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동의하는 입장인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익제보 활성화로 의료범죄를 척결할 수 있다는 의협의 주장이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날선 비판에 진땀 뺀 의협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연간 수술 건수가 한 170만에서 200만 건 정도 되는데 대리수술 적발 건수가 총 112건이라고 보건복지부 통계가 나와 있다”며 “단 한 건이라도 하나뿐인 생명이 위협을 받거나 사망을 하거나 또 그 가족일 때는 이것은 아주 큰일”이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어린이집 아동학대범죄 증가와 관련해서도 “오히려 CCTV 설치 이전에는 발견 건수가 적었기 때문”이라며 CCTV가 음성화된 범죄를 드러내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CCTV 앞에서도 아동을 폭행한 사례가 있다며 “억제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라고 반박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불거진 유령수술 사례에서 관련자들이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한다는 내용이 보도됐다고 언급하며 “수술실 내의 모든 구성원이 상호 감시자라고 하는 그런 주장은 너무 안이한 것 아닌가”하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도 김 이사는 “수술실 영역에서 근무하는 숙련된 직원들은 어디 서든지 이직을 할 수 있고 취직을 할 수 있을 만큼 굉장히 찾기 힘들다”며 “그런 분들이 비밀서약서 하나 때문에 제보를 안 하고 묵인하고 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김 의원은 공익제보자들이 업계에서 소문이 퍼져 재취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로 질의를 이어갔으나 김 이사는 공익제보자가 다른 병원들에 노출되지 않는다며 각을 세웠다.

수술실CCTV 없이 공익제보만으로 의료범죄를 차단할 수 있다는 주장도 비판을 받았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병원의 경우 무려 747회가 넘도록 범죄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며 “어떻게 내부고발이나 자정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서도 김 이사는 “요즘 2.30대 직원들이 들어오면 굉장히 고발정신이 강하다”며 “그런 문화는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두 차례 제1소위 논의와 비교해 상당수 의원이 수술실CCTV법 필요에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가운데, 실제 법안이 통과될지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수술실 입구 CCTV와 내부 CCTV를 병원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공식 입장으로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보건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가 수술실CCTV법안을 수정 없이 처리할지 여부에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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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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