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행간 읽기..DPRK·'땡큐'·원전협력

이현희 2021. 5. 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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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이후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 보건 분야에서의 후속조치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회담으로 한미동맹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특히 주목해볼만한 부분을 서혜림 기자가 짚어봅니다.

[기자]

정상회담의 결과는 공동성명과 그 부속문서인 팩트시트, 그리고 양 정상의 기자회견으로 공개됐습니다.

성명은 회담 전 수 주간 한미 당국 간 조정을 거쳐, 양 정상의 최종 조율 뒤 마련된 외교 공식문건이고, 기자회견 역시 미리 고르고 고른 언어와 세팅 하에서 진행되죠.

따라서, 표현 하나하나마다 일종의 외교 '코드'가 녹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한 말, 행동 같아도 그 속에 수많은 고려가 농축돼 있다는 거죠.

그래서 오늘, 그 숨은 행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먼저 기자회견의 한 장면을 함께 보시죠.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저는 전문 외교관이자 깊은 정책적 이해를 성 김 대사가 대북특별대표로 일하게 됐단 점을 발표하게 돼 기쁩니다. 김 대사님 여기 계시죠. 일어나 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이 장면은 바이든 대통령이 성 김 대사를 대북특별대표로 기용하겠다고 발표하는 모습인데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North Korea가 아닌 DPRK라고 호명된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클린턴 정부 당시, 제네바기본합의에 DPRK를 처음 썼는데, 그 뒤 공식문건에 종종 등장하긴 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단 겁니다.

'싱가포르 합의'를 이룬 트럼프 정부도 합의문에는 DPRK라고 썼지만, 대북특별대표였던 스티븐 비건의 직책명엔 DPRK가 아닌 North Kora를 넣었죠.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공식 명칭을 쓴 건 북측에 대한 일종의 성의 표시란 해석이 나옵니다.

섣부른 면이 있기는 하지만 북미 관계의 정상화까지 염두에 둔 표현 아니냐는 해석도 있죠.

다만 북한 주민과 정권을 구분하기 위해, 정권에 대해선 DPRK로 통일한다는 미 정부 내 방침에 따른 것이란 견해도 있습니다.

그럼, 이제 두 번째 장면으로 가볼까요.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감사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우리는 멋진 일을 함께해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새로운 투자들이 바로 이곳 미국에 미래 일자리, 좋은 일자리 수천개를 창출할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렇게 '땡큐'를 연발한 이유는 뭘까요.

국내 4대 그룹이 미국에 44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삼성과 현대, SK와 LG가 각각 파운드리,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 등 분야에 투자하기로 한 건데요.

여기서 읽을 수 있는 코드는 바로 '국내정치'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집권한 바이든 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요.

한국 기업들의 투자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미국 유권자들에게 널리 널리 알리고 싶은 소식이었겠죠.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내년 11월에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와 연결해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2년마다 하원의원 전부, 그리고 상원의원 3분의 1을 새로 뽑는데요.

그 해가 바로 내년입니다.

바이든 정부로선 현재 하원의 과반 구도를 더욱 공고히 하고, 공화당과 50대 50으로 나눠 갖은 상원의 팽팽한 구도를 '민주당 우위'로 전환하는 게 당면한 과제겠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투자지로 거론되는 곳들은 보면,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세가 팽팽한 지역이 많습니다.

일단, 삼성전자의 투자지로는 텍사스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곳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세가 강한 '레드 스테이트'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5.58%포인트 격차로 석패하면서 민주당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또, SK이노베이션이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조지아주 역시 공화당 우위의 지역인데요.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0.24%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이기면서, 이곳에서 28년 만에 대선에서 승리하는 기록을 세웠죠.

여기에 LG 에너지솔루션은 오하이오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요.

오하이오주는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로, 지난 대선에선 트럼프에게 승기를 내줬습니다.

물론 기업의 투자는 해당 지역의 입지와 주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 등 이해타산을 고려해 결정하는 '비즈니스'입니다.

하지만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로선 이것을 민주당의 공로로 부각하고 싶을 수 있겠죠.

그럼 이제, 마지막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님과 나는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부합한 새로운 분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해외 원전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산업적으로 한미의 원전 협력은 역할 분담을 통한 '윈윈 전략'에 방점이 찍힙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원천기술에 기반한 설계 분야에서 뛰어나고, 한국은 시공과 기자재 분야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되는데요.

따라서 미국과 연합팀을 구성하면 타국보다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여기엔 '국제정치'의 코드도 숨어 있습니다.

최근 원전 시장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기세가 거센데요.

이들은 신규 원전 수주를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나아가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원전 협력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며, 원전 착공식을 나란히 참관하기도 했죠.

그러니까 미국이 한국과 원전 협력에 속도를 내려는 건 이런 중러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미관계의 한 단계 도약을 이뤘다고 평가받는 정상회담.

전문가들은 그 이후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한국 정부의 외교적 상상력, 그리고 이를 현실외교에서 솜씨 있게 구현해내는 실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합뉴스TV 서혜림입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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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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