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뒤늦게 아르테미스 약정에 가입했나[과학을 읽다]

김봉수 2021. 5. 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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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국이 지난 27일 미국 주도 달 탐사 계획으로 알려진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젝트에 참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1일(미국 시간)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이기도 하죠. 잘못 알려진 것과 의문점 한 가지를 풀어보겠습니다.

◇ 한국은 달에 착륙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한국은 2024년 단행될 인류의 두 번째 달 유인 탐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습니다. 아르테미스가 달 착륙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이미 착륙선 선정 등 달 착륙을 위한 준비는 대부분 마친 상태입니다. 우주인 선발과 훈련도 마무리 단계죠. 한국계 의사 조니 킴 등 13명의 우주인이 선발돼 훈련 중이며, 이중에는 여성 6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은 남녀 한쌍의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킬 계획입니다. 프로젝트 이름이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이자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였던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미국은 이번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주인공을 여성 우주인으로 점찍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2024년 인류의 두 번째 달 착륙(유인 탐사)때 직접적인 역할을 맡지는 않습니다. 한국인 우주인이 달에 착륙하는 일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미 항공우주국(NASA)과 달 영구음영지대를 탐사할 카메라를 개발해 내년 8월 발사할 한국 최초의 달 탐사 궤도선(KPLO)에 실어 보낼 예정입니다. 이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달 극지대 영상은 아르테미스 착륙선이 도착할 지점을 선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한국은 또 달 궤도에 설치될 일종의 국제우주정거장인 루나 게이트웨이, 2028년까지 진행되는 달 기지 구축 등 장기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은 달 극지대에 물과 자원을 캐서 자립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해 화성 탐사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하는 등 심우주 개발용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로버 '바이퍼(VIPERㆍVolatiles Investigating Polar Exploration Rover)를 개발 중이죠. 바이퍼는 달의 영구 음영 지대를 탐험할 목적으로 사상 처음으로 헤드라이트가 부착될 예정입니다. 특히 1m 길이의 해머 드릴이 장착돼 토양을 뚫고 얼음과 자원을 탐사할 수 있고, 달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대형 분광계, 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근적외선 수증기국감지 시스템, 중성자 계측기 등이 실립니다. 제작에만 4억3350만달러가 들어가고, 달까지 운송비도 2억2650만 달러가 추가로 투입돼 총 7억6000만달러(약 8500억원) 짜리입니다.

◇ 뒤 늦은 가입, 왜?

미국은 이미 지난해 10월 7개국과 아르테미스 약정(accords)을 체결했었습니다. 영국,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 일본이 포함됐지만 한국은 명단에 없었다가 이번에 추가 가입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우주 기술이 부족해서? 자체 우주 발사체 제작(누리호)을 거의 완료했고, 위성 제작 능력도 수준급인 한국에겐 말이 안 됩니다. 예컨대 참가국 명단에 이름을 올린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2월 화성 탐사 궤도선의 성공으로 이름이 알려지긴 했지만 한국에서 우주 기술을 배워간 국가로 한참 수준이 떨어집니다. 자금 부족? 세계 10위권인 한국의 경제ㆍ국가 예산 규모에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한국은 기술한대로 이미 사실상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해 달 착륙 장소를 물색하는 척후병 역할을 맡고 있는 등 NASA의 훌륭한 파트너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한 일이죠.

문제는 아르테미스 약정은 단순한 달 유인 탐사 프로젝트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제 정치적으론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미국 주도의 우주 개발 질서를 정립한다는 함의가 있죠. 중국은 2010년 이후 '우주 굴기'를 내세우면서 내년에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을 설치하는 등 미국과의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톈궁은 그동안 사용된 국제우주정거장(ISS)가 2024년 폐쇄될 예정인 상황에서 우주 개발과 관련된 국제 협력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위상은 한없이 높아질 것입니다. 실제 중국은 지난 3월 러시아와 우주정거장 사용 및 달 기지와 관련한 협정을 맺으면서 우주 개발에서의 독자 노선을 분명히 천명했습니다.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아르테미스 약정에서 중국 배제를 선언하는 한편 '동맹'들을 줄세우기 시키고 있습니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우주 개발에서 조차 '양자 택일'해야 하는 상황은 곤혹스럽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한ㆍ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아르테미스 약정 참여가 결정된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한ㆍ미 정상이 이번에 합의한 내용들은 한국이 향후 글로벌 패권 경쟁 과정에서 미국 편에 서겠다는 의사를 비교적 명확히 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아르테미스 약정' 참여입니다. 그동안 미국의 독촉과 중국의 러브콜에 고민하던 한국이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가능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입장을 물었습니다. "다른 나라들과는 관계없이 NASA와의 협의 끝에 가입을 결정했을 뿐이다. 협상 과정에 대해선 외교적 사안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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