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민씨 '타살' 시나리오 실험해 본 전문가들.. "가능성 낮다"

심윤지 기자 2021. 5. 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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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손정민씨 사망 사건에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경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타살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해당 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알고싶다> 시청률은 11.0%(닐슨코리아)로 집계됐다. SBS 캡처

한강에서 숨진채 발견된 대학생 고 손정민씨의 타살 가능성은 적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손씨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실험을 벌였다. 손씨의 공식적인 사망 원인은 익사이며, 손씨 유족 등은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에 의한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방송은 손씨의 부검 감정 결과서, 각종 폐쇄회로(CC)TV 영상, 목격자들의 증언, 전문가들의 소견들을 종합해 여러 시나리오의 타당성을 따져봤다.

첫번째 가능성은 A씨가 만취한 손씨를 잔디밭에서 밀었을 경우다. 하지만 보호 장비를 착용한 스턴트맨이 재연해 본 결과, 스턴트맨이 떨어져 멈춘 곳은 강변 앞에 넓게 깔린 울퉁불퉁한 돌밭이었다. 추락지점인 돌밭과 강물 사이에 거리가 있어, 손씨가 물에 빠지는 것은 불가능했다.

두번째는 A씨가 의식을 잃은 손씨를 강물로 끌고 들어가 숨지게 했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 4.2m의 잔디밭과 경사 40도의 미끄러운 비탈길, 강변 앞의 돌밭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손씨 시신엔 머리쪽 상처나 옷 헤짐이 없었다.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는 “익사 전 살아있을 때 바닥에 울퉁불퉁한 부위를 끌거나 (해서 생긴) 상처는 없다”고 했다.

세번째는 물가에 서있는 손씨를 A씨가 밀었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강변의 수심이 발목 정도에 불과하므로 손씨가 익사를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일 A씨가 강제로 손씨를 깊은 곳으로 데려갔다면 손씨의 가슴이나 어깨 부근에 상처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손씨 시신에 상처는 발견되지 않았고, A씨 옷이 물에 젖은 흔적도 없었다.

방송은 A씨가 의식을 잃은 손씨를 강물로 끌고 들어가 숨지게 했을 가능성을 실험했다. 재연 과정에서 마네킹의 머리와 옷에 상처가 생겼지만 손씨의 시신엔 이러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SBS 캡처

방송은 손씨가 어떤 이유에선가 스스로 물속에 들어갔고, 강변 아래 진흙에 발이 걸려 익사했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물에 들어간 스턴트맨은 강변에서 7m 떨어진 지점에서 “갑자기 수심이 깊어진다” “가만히 서있으려 할수록 (발이) 더 깊이 빠진다”고 했다. 손씨는 수심이 깊어지는 지점 인근에서 운동화가 벗겨진 상태로 최초 발견됐다.

손씨 아버지는 앞서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쌀쌀한 날씨에 어두운 한강을 혼자 들어갔다는 것은 술에 취한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강수난구조대 등의 증언에 따르면 음주 상태로 한강에 들어가거나 진흙에 발이 빠져 구조신고가 접수된 전례가 없지 않다.

사망 당시 손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154%(포함)로 추정된다. 이호 전북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통상 0.15%가 넘어가면 방향감각을 잃고 운동실조가 올수 있는 수준이다. 자구력 상실이 빨라지기 때문에 음주와 익사 연결성을 높게 본다”고 했다.

범죄분석전문가들 의견도 비슷했다. 일반적인 살인 사건들과 달리, 손씨 실종 이후 A씨 가족의 행동에는 증거 인멸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 사건이 되려면 A씨와 가족이 현장에 도로 나타나면 안 되는 것이었다. CCTV에 이들의 모습이 잡히지 않았다면 은폐하기가 더 쉬운 상황이었다. A씨 어머니가 손씨 부모에게 전화했던 시점에 이 사건은 절대로 범죄사건이 될 수 없었다”고 했다.

방송은 손씨가 어떤 이유에선가 스스로 물속에 들어갔고, 강변 아래 진흙에 발이 걸려 익사했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손씨는 수심이 깊어지는 지점 인근에서 운동화가 벗겨진 상태로 최초 발견됐다. SB S 캡처

방송은 ‘타살설’을 제기하는 유튜브 영상이 상당수 조작되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A씨가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 영상을 본 영상분석전문가는 “원본 영상 속 A씨의 손색은 얼굴색과 비슷하다”며 “유튜브 영상에선 색상 정보를 일부러 제거한 흔적이 보인다”고 했다. “A씨가 의식을 잃은 손씨를 업고 간다”고 주장한 영상 역시 손씨와 A씨가 배달음식을 받으러가는 CCTV 원본 영상의 가로 비율을 2배 이상 임의로 확대해 착시를 유발한 것이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A씨 아버지도 출연해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A씨 아버지는 그동안 침묵을 유지해온 이유에 대해 “정민이 부모님은 자식을 잃었다. 자식을 잃은 부모님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나. 여러 가지 오해가 나와도 우리가 최대한 경찰 조사에 협조해서 진상이 밝혀지면 그게 더 낫다”고 했다.

이어 “A한테는 적어도 정민이가 굉장히 친한 친구였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A씨가) 살인마라고 얘기한다”며 “같이 옆에 있었던 친구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그 옆에 있던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살 수 있나. 저희도 정민이 아버님만큼이나 간절하게 경찰 조사가 잘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주변에 경찰 고위직이 있다는 주장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는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친구 A씨의 아버지가 출연해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SBS 캡처

손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 27일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타살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방송 시청률은 11.0%(닐슨코리아)로 집계됐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보통 3~7%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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