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의 온차이나] 중국 탄소중립의 이유와 전략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입력 2021. 5. 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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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새 원전 5기 착공, 탄소중립 위한 원전 프로젝트 본격 가동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하면 상하이, 광둥성 등 경제 중심지 타격"

5월19일 중국이 산둥성 톈완 원전 7·8호기와 랴오닝성 쉬다바오 원전 3·4호기 착공식을 가졌습니다. 하루에 4기의 원전이 동시에 공사에 돌입한 거죠. 두 원전은 러시아형 원자로를 쓰는 중·러 합작 프로젝트입니다. 모두 완공돼 가동에 들어가면 매년 3068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해요.

3월31일에는 하이난성 난창 원전 2호기를 착공했습니다. 여기엔 자체 개발 원전인 화룽(華龍) 1호가 들어가죠. 리커창 총리가 3월초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에서 “적극 원전을 짓겠다”고 하자마자 원전 공사가 줄줄이 시작된 겁니다.

5월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중국 텐완 원전 7·8호기와 쉬다바오 원전 3·4호기 착공식. 중러 합작으로 러시아형 원자로가 들어간다. /CCTV 캡처

◇6개월 만에 나온 탈탄소 청사진

시진핑 주석은 작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2030년 전에 탄소 배출량에 정점을 찍고, 2060년까지는 탄소 중립을 이룰 것”이라고 약속했죠.

중국은 전세계 이산화탄소의 29%를 배출합니다. 이런 나라가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겠다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실제 가능할 것인지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적잖았죠.

그런데, 이후 상황이 빠르게 돌아갔습니다. 작년 11월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5중전회)에 원전 건설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14차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2021~2025)이 제출됐죠. 이 계획안은 올 3월 전인대를 통과해 확정됐습니다. 그 직후부터 원전 착공이 본격화되고 있어요. 시 주석 연설 이후 6개월 만에 원전으로 탈탄소의 꿈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이 나온 겁니다.

중국 푸젠성에 있는 푸칭 원자력 발전소. 이 원전 5호기에는 처음으로 중국이 개발한 화룽1호 원자로가 들어갔다. /중국전력보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이 기후 변화 대응에 소극적일 것으로 봤다고 해요. 중국은 그동안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해 선진국은 경제 개발 과정에서 맘껏 탄소를 배출해놓고 후발 개도국인 중국에 탄소 배출을 줄이라고 강요하느냐며 반발해 왔습니다.

그랬던 중국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그냥 시늉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탈탄소로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요. 미국 외교 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는 3월4일자에서 “중국이 탄소 중립에 진지한 자세를 보이는 건 자국의 이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기후 변화에 협력하도록 하기 위해 미국이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양보할 필요가 없다”고 썼습니다.

◇침수 위기의 ‘세계의 공장’

중국이 진지한 이유로 포린 어페어스는 탄소 중립이 중국의 이해에 부합한다는 점을 들었죠.

중국은 해안선 길이가 3만2000㎞로 세계 6위입니다.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중국 경제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동남부 해안 지대가 큰 피해를 보게 돼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30센티미터 상승하면 광둥성 주강삼각주에서만 서울 9개에 해당하는 5546평방킬로미터의 육지가 잠긴다고 합니다. 주강삼각주는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제조업 밀집지대이죠. 상하이도 피해를 벗어나기가 어려울 겁니다.

환경문제에 대한 고려도 있죠. 지금처럼 에너지원의 60%를 석탄에 의존한다면 만성적인 스모그에서 벗어나기가 힘들 겁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30센티미터 상승하면 바다에 잠기게 되는 중국 남부 광둥성 장강삼각주 지역. 회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잠기는 지역으로, 전체 면적은 5546평방킬로미터에 이른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에너지연구소

◇원전산업은 신성장동력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 선진국이 원전 사고 우려 여론에 붙잡혀 머뭇거리는 사이에 기술을 이전받는데 성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갖췄다는 자신감도 작용하고 있어요. 이젠 원전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겁니다.

런던에 있는 전략 컨설팅회사 키엘레멘츠그룹의 데이비드 자이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경제지 포브스 인터뷰에서 “10~15년 뒤면 중국이 러시아를 넘어 세계 최대 원전 제조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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