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이던 고용보험 적립금, 文정부서 다 썼다

곽래건 기자 입력 2021. 5. 31. 03:06 수정 2021. 5. 3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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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금융위기 때도 없던 일.. 무리한 실업급여 확대 등 원인
2019년 2월 대전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교육 받고있는 실업급여 신청자들./신현종 기자

4대 사회보험 중 하나인 고용보험 기금의 적립금이 올해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금 고갈은 1995년 고용보험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1997년 IMF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30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조9999억원이었던 고용보험 기금 적립금은 올해 -2조6994억원으로 마이너스 전환할 전망이다. 고용보험 기금 적립금은 현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해인 2016년 9조5850억원 규모였다.

2012~2017년 6년간 흑자였던 고용기금은 2018년 적자로 돌아섰다. 2018년부터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이 나간 것이다. 정권 초기부터 밀어붙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저임금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으면서 실업급여 지출이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에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고용 시장이 악화되면서 실업급여가 급증했다. 각종 선심성 정책 지출까지 더해지면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는 고용보험 적자 규모가 커지자 지난해부터 ‘공공 자금 관리 기금(공자기금·공공 기금 여유 자금을 모아둔 것)’을 투입했다. 지난해 4조4997억원을 공자기금에서 끌어왔고 올해도 3조2000억원을 추가로 빌려올 계획이다. 하지만 이 공자기금은 나중에 고용보험 기금이 갚아야 할 ‘빚’이다. 이 공자기금을 뺀 2018년 이후 3년간 실질적인 고용보험 누적 적자는 8조2251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실업급여 지출 등으로 4조6992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결국 올해 적립금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상태가 되는 것이다. 추경호 의원은 “무리한 실업급여 확대와 가짜 단기 일자리 양산 등 근시안적인 퍼주기 정책 때문에 고용보험 재정이 빚으로 연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고용보험 기금의 고갈은 현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용보험 기금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실업급여에 대해 2019년 10월 수급 기간을 기존의 3~8개월에서 4~9개월로 늘리고 지급액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높였다. 중소·중견 기업이 청년을 채용하면 지원금을 주는 ‘청년고용추가장려금’ 등 각종 지원금 사업도 대거 신설했고, 사업비를 고용보험 기금으로 충당했다. 청년고용추가장려금 사업에만 2017년 이후 올해까지 기금 3조8615억원이 들어갔다. 당초 올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최근 이름만 바꿔 사업을 1년 더 연장하고 여기에 고용보험 기금 7000억원을 더 쓰기로 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 “정부가 재정(財政) 위협 요인을 적절히 예측해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며 이례적으로 고용보험 기금 운용에 대한 감사를 예고한 바 있다.

정부도 기금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한상의·경총·양대노총 등이 참여하는 고용보험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효율성이 낮은 사업의 지출을 줄이고 낭비되는 요소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의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면서 여러 차례 실업급여를 받는 ‘반복 수급’ 문제에 대해서는 실업급여를 5년 이내 3번째 탈 때는 10%, 4번째는 30%, 5번째는 40%, 6번째는 50% 감액하는 구체적 방안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노동계가 ‘자칫 실업급여가 정말 필요한 이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노동계는 ‘반복 수급은 본질적 사안이 아니며, 예산을 써야 하는 각종 지원 사업을 보험료로 만들어진 고용보험기금으로 추진한 정부가 문제’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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