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무리 형식 절차라 해도 어이가 없는 崔 감사원장 수사

조선일보 2021. 5. 31.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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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을 감사한 최재형 감사원장을 수사 중이라고 한다. 원전 폐쇄를 요구하는 환경 단체가 작년 11월 최 원장을 직권 남용, 강요 혐의로 고발했다. 최 원장이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공격할 목적으로,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조작됐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감사 대상자들을 압박했다는 게 고발인 측 주장이다.

최근 검찰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참석자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했던 대학교수를 조사했다고 한다. 아직 최 원장에 대한 직접 조사는 없었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는 고발 사건 처리를 위한 통상적인 절차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월성 1호기 사건을 감사해 검찰에 넘긴 최 원장에 대해 정권이 보복에 나섰다”고 의심하는 분위기도 있다. “최 원장이 정권의 다른 불법을 감사하지 못하게 겁박하려는 것”이라는 말도 돈다. 그럴 만한 정황이 있다. 최 원장 수사는 고발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부가 아니라 직접 범죄를 포착·조사하는 공공수사부가 맡았다. 문 대통령의 수족으로 정권의 방패 역할을 해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정이다. 감사원이 여당의 4·7 보궐선거 참패 요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을 감사 중인 시기에 검찰 수사가 본격화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은 문 정권의 가장 큰 불법 혐의 중 하나다.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는 대통령 말 한마디로 시작한 사건이다. 산업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이 나섰고 원전 이용률과 전력 판매 단가가 조작됐다. 7000억원을 들여 새 원전처럼 고쳐놓은 월성 1호기는 결국 조기 폐쇄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넘겨받은 검찰의 수사가 청와대 턱밑까지 닥쳤다.

법과 규정을 위반한 행정 행위를 적발하고 바로잡는 게 감사원 일이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및 조기 폐쇄가 바로 그런 경우다. 감사원장이 그 일을 했다고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검찰 수사는 고발에 따른 형식적인 절차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실제 상황이라면 대한민국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설마하니 문 정부 사람들의 정신 상태가 그 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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