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원전 안전 시스템 이대로 좋은가?
하지만 화재사고 자체도 문제지만 사고 이후의 수습 과정과 안전 조치에도 문제가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폭발음이 울리고 소방당국이 출동한 시간도 늦었고, 사고 신고 또한 민간에서 먼저 이루어졌다고 한다. 더군다나 지역주민들에게 사고 사실도 신속하게 전해지지 않아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거나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원안위는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에도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에 의해 원자력발전소 6개 호기(고리 3·4호기, 신고리 1·2호기, 월성 2·3호기)가 발전정지된 사건이 있었다. 그때도 한수원은 '원전에 근접한 강력한 태풍에 의해 높은 파도와 강풍의 영향으로 고장이 발생, 이로부터 발전설비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동작해 발전이 정지된 것'이라고 밝혔을 뿐 원안위에서조차 사고의 실체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원안위는 조사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관련 심의를 비공개로 했으며 원전 6기의 가동이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지만 이 사고가 어떻게 보고되고 심의됐는지에 대해 지역 주민을 비롯 국민들은 알 길이 없다. 물론 언론에서도 상세히 다루지 않았다.
지금까지 지진·쓰나미·강풍·해수 범람 등 재해로 인해 국내 원전이 영향을 받은 사례는 2000~2015년 무려 20건이나 된다. 1987년 7월 태풍 ‘셀마’의 영향으로 송전선로 및 계전기 고장 등으로 고리 1~4호기 원자로가 정지됐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 영향으로 고리 1~4호기는 송전선로 고장으로, 월성2호기는 비산물에 의해 각각 원자로가 정지됐다. 원전은 가동 중이거나 정지 중 고온의 핵연료를 계속해서 식히지 않으면 멜트다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전기 공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태풍으로 국내 원전의 외부 전원이 상실되는 사고는 지난 33년 동안 3번이나 발생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지진으로 외부 전원이 상실되고, 비상디젤발전기가 쓰나미로 침수되면서 멜트다운과 수소폭발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 1, 2, 3, 4호기 모두 폭발했다. 그 안에서 새어나온 방사성 물질로 원전 주변의 방사선 수치는 일반인 1년 선량한도(인체에 해가 없다고 생각되는 방사선의 양적 한계)보다 무려 400배나 넘게 측정됐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후쿠시마의 경우 설계기준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 9.0의 강진이라는 자연 재해가 직접적 원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원전사고 또한 자연재해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근본원인은 바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과학기술의 맹신, 그리고 핵발전이 갖는 위험을 소홀히했으며, 핵발전 위주의 정책을 펼친 탓일 것이다.
한수원은 일본과 같은 지진 및 지진해일이 발생할 경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사고는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단 원자로의 종류가 다르며, 일본 원전은 원자로 내의 냉각수를 직접 끓여 발생한 수증기로 터빈을 운전하지만 우리 원전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외부로 방사능 물질이 누출될 가능성도 훨씬 적으며 우리나라 원전은 지진해일로 인해 전기가 끊기더라도 증기발생기를 이용한 원자로 노심의 냉각이 가능하다고 한다. 만약 원자로 노심이 녹아 수소가 발생하더라도 우리 원전은 일본과 달리 전기 없이 동작하는 ‘수소재결합기’가 있어 수소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한수원의 과학기술력과 안전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예측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는 참담한 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의 사례가 이러한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원전이 폭발하고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 핵연료가 녹아내리리라는 상상을 그 어느 일본 국민이 했겠는가?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은 없다. 평상시에는 사소한 차이가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만약 일본처럼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엄청난 재앙이 올 수 있음을 깨닫고 이에 대한 꼼꼼한 점검이 필요한 것이다.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 이사/전 민주당기장군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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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동기 기자 moneys39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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