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 묶여 밥 급히 먹다 숨졌다..6살 시리아 소녀의 비극

2021. 5. 3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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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트위터 캡처]

#얼굴 구석구석 묻은 먼지와 헝클어진 머리. 보통 아이라면 장난감을 쥐었을 손에는 쇠사슬이 들려있다. 시리아 난민 캠프에 살던 날라의 생전 모습이다. 날라는 지난 4일 열악한 환경 속에서 6살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 떠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숨진 날라 알 오스만(6)의 사연을 보도했다. 날라가 살던 이들리브주(州)의 인구는 420만명이었지만, 현재는 이 가운데 절반만이 남아 있다. 전쟁 때문이다. 남은 이들 상당수는 임시 캠프에서 살고 있다.

날라도 이들 중 한명이었다. 여름엔 무더위, 겨울엔 추위에 노출됐다. 각종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지도 못했다.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르는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폭격을 두려워하며 살았다. 음식과 물 부족은 일상이었다. 쓰레기도 수거해 간 지 몇달이 지났다. 열악 그 자체였다.

아빠 이삼 알 오스만은 날라가 캠프에 돌아다니지 못하게 쇠사슬에 묶었다. 때론 아기 침대를 변형한 우리에 가두기도했다. 이삼은 "캠프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우리는 문도, 자물쇠도 없는 텐트에서 살고 있고 날라는 계속 돌아다녔다. 날라에게 쇠사슬을 채우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고 말했다. 배고픔 속 쇠사슬에 묶이거나 갇히는 것이 6살 소녀의 일상 중 하나였다.

[사진 트위터 캡처]


굶주림에 급하게 음식 먹다 질식
지난 4일 날라는 굶주림에 급하게 음식을 먹다 목에 걸렸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소아과 의사인 모하드 알 무스타파는 "날라가 너무 배가 고팠던 나머지 빨리 음식을 먹었고 음식물이 목에 걸리면서 질식했다"고 말했다. 부검 결과 날라는 영양실조 상태였다.

날라의 아버지는 사건 뒤 구금됐지만 몇 주 뒤 풀려났다. 그는 "내가 무정한 아버지라고 비난 받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날라는 천사였다. 내가 내 딸을 해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아마드 바이람 세이브더칠드런 대변인은 "캠프 상황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양 실조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캠프에서 태어난 이들은 정상적인 삶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NYT는 "날라의 사연은 시리아 곳곳 열악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고통을 조명했다"면서 "이들은 매일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교육·의료·위생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세이브더칠드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시리아 북서부에선 청소년과 어린이의 극단적인 선택 및 시도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전체 사례 가운데 5분의 1은 청소년과 어린이다.

이 단체는 "10년간 이어진 분쟁으로 가난·교육 등이 악화하면서 이런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천 기자 kim.ch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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