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값 급등에 '금값'된 10원짜리 동전.. 녹여서 팔면 엄연한 범죄

심민관 기자 2021. 5. 31. 17: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구리값이 급등하면서 주화훼손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년 전 구리값이 상승할 때도 시세차익을 노린 사람들이 구리가 주재료인 10원짜리 주화를 녹인 뒤 되팔아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수도권의 한 주물공장에서 직원이 용광로에 쇳조각 등을 부어 쇳물을 끓이고 있다(기사와는 무관) /조선일보DB

지난 28일(현지시각)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구리 현물 가격은 톤(t)당 1만159.5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5000달러 이하였던 구리 시세가 1년 만에 두배 이상 오른 것이다. 구리값은 코로나 사태로 광산 채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공급이 줄면서 톤당 1만달러를 넘어섰던 2011년 2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구리값이 크게 오르자 구리를 사용한 주화를 훼손하는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10년 전 구리값이 1만달러를 뚫으며 천정부지 치솟자 구리가 주재료인 10원짜리 주화를 녹여 비싸게 파는 행위가 성행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A씨 등 3명은 은행과 슈퍼마켓을 돌면서 모은 10원짜리 동전 5000여만개를 녹여 14kg짜리 구리 괴 1만4000여개를 만들어 판매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10kg당 6만원의 가격에 팔아 총 12억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이들을 주화훼손 혐의로 처벌하지 못했다. 주화를 녹여서 판매한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발생한 쓰레기를 폐기물 처리 업체를 거치지 않고 버린 혐의(폐기물 관리법 위반) 등으로 처벌할 수밖에 없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10년 전 쯤 구리값과 아연값이 오르면서 10원 주화에서 추출할 수 있는 금속 가치가 20~30원을 넘기면서 이를 녹여서 거래하는 행위가 많아졌다”며 “당시에는 이를 처벌하는 법률 자체가 없어 합법적으로 성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1970년 7월부터 2006년 12월 이전까지 발행된 10원짜리 주화는 구리를 65%, 아연을 35%의 비율로 합금해서 제조됐다. 1966년부터 1970년 7월 전까지 발행된 10원 주화는 구리 비율이 88%, 아연 비율이 12%로 구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구리값과 아연값 상승으로 생산비가 오르고 주화를 녹여서 되파는 행위까지 반복되자, 한국은행은 지난 2006년 12월 10원짜리 주화의 제조방식을 바꿨다. 4.06g이었던 10원짜리 주화의 무게를 1.12g으로 대폭 줄이고, 아연 대신 저렴한 알루미늄에 구리를 도금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신주화의 구리비율 역시 48%로 대폭 낮췄다.

한국은행은 주화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 제정도 추진했다. 그 결과, 2011년 9월 한국은행법(제53조의2)에 주화훼손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 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구리값이 급등하면 여전히 주화훼손 범죄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야기가 많다. 2006년 12월 이전에 발행된 10원짜리 구주화가 시중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6년 12월 이전 발행된 10원짜리 구주화는 약 60억개에 달한다. 2006년 이후 발행된 10원짜리 신주화는 29억개 정도다. 2007년부터 2020년까지 회수된 10원짜리 주화(신주화+구주화) 양은 총 3억4000개에 불과해 시중에 남아있는 10원짜리 구주화 양이 신주화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

10원짜리 구주화. /한국은행 홈페이지

해외에서 주화훼손 범죄가 이뤄질 경우 주화훼손을 처벌하는 법률이 있어도 처벌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업자들이 10원짜리 주화를 해외로 빼돌린 뒤 녹여서 처분할 경우 이를 단속하기도 어렵고, 해외라는 점 때문에 사실상 수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기윤 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는 “우리 형법상 통화에 관한 죄는 외국에서 일어나거나 외국인이 범해도 당연히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다만, 주화를 해외로 반출하는 경우 조사나 국내법 적용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