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중음악 공연 다시 돌아온다

이복진 2021. 5. 3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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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활동으로 재분류 검토
뮤지컬·클래식·연극과 다르게 차별
집회·모임으로 분류 인원 제한 규제
재분류땐 100명 이상 관객 공연 가능
최근 '대중음악+클래식' 변칙 공연
오락가락 행정에 우려 목소리 확산
"장르적 차별보다 현장 관리 강화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된 공연을 할 수 없었던 대중음악계가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팬들 앞에서 공연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중음악은 뮤지컬이나 클래식, 연극 등과 같은 ‘문화활동’이지만, 이들과 달리 ‘집회 및 모임’으로 분류돼 50명 또는 100명 이상을 대상으로 공연할 수 없었다.

31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최근 정부가 대중음악을 뮤지컬 등과 같이 문화활동으로 재분류하려고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 좌석 간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만 지키면 대중음악이더라도 100명 이상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을 펼칠 수 있게 된다.

대중음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7월 중으로 코로나19 방역 규정안을 만들 예정인데, 이에 앞서 대중음악을 뮤지컬, 클래식, 연극 등과 같이 묶을 예정”이라며 “이러한 방침은 이르면 이달 중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브리핑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대중음악 종사자들은 문화체육관광부, 국회, 중대본 등과 간담회를 수차례 가져왔다. 대중음악을 집회·모임으로 치부하면서 발생한 불합리하면서 차별적인 규제를 철폐해 달라고 요구했고, 최근 정부 측이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대중음악만 별도로 방역지침을 내리는 것은 차별”이라며 “이러한 의견을 방역 당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대중음악이 정부의 방침 변화로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오프라인 공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음악 차별이라는 지적과 더불어 최근 클래식 악기 등과 함께해 공연을 개최하는 편칙적인 방법이 늘고 있어서다. 사진은 클래식 악기와 함께해 지난 3월 공연을 열 수 있었던 폴킴(왼쪽)과 오는 18∼20일 공연을 개최하는 자우림 포스터.
정부의 이런 변화에 최근 대중음악에 클래식 악기 등을 더해 공연 개최에 성공하는 변칙적인 방법이 늘고 있는 점도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가수 폴킴은 지난 3월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공연 ‘선’을 진행했다. 같은 달 6,7일 서울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 예정이었던 그룹 몬스타엑스의 콘서트가 공연 장비 설치 하루 전인 3일 취소된 것과 정반대다. 같은 달 5∼7일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스터 트롯 TOP6 전국 투어 콘서트와 같은 달 18일부터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개최 예정이던 이소라 콘서트도 1주일 전에 중단됐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개최된 대중음악 공연은 사실상 전무하다. 그럼에도 폴킴이 가능했던 것은 ‘클래식과 함께한’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잔잔한 음악을 부르는 가수 공연이더라도 대중음악이기 때문에 개최가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여기에 바이올린 등 클래식 악기가 더하면 ‘크로스 오버’나 ‘클래식’ 공연이 되기 때문에 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클래식 악기 등을 더하면 ‘대중음악’ 공연이 아닌 ‘복합공연’으로 분류된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중음악이 아니라고 판단해 공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기초자치단체 한 관계자는 “이들(클래식 악기 등을 더한 대중음악) 공연은 크로스 오버 장르이기 때문에 좌석 간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면 개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밴드 자우림도 공연 내용을 변경, 오는 18∼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자우림은 앞서 지난해 11월에 공연을 개최하기로 했다가 지난 1월로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때도 ‘대중음악’ 공연이기 때문에 진행할 수 없었다. 이에 이번에는 클래식 악기를 더했다. 공연 이름도 클래식 용어인 ‘안단테 드라마티코(느리고 극적이게)’를 더해 ‘잎새에 적은 노래 안단테 드라마티코’라고 수정했다.

가수나 노래 장르가 바뀐 것도 아닌 사실상 대중음악 공연인데도 클래식 악기를 더했다는 이유로 ‘대중음악’이 아니라서 개최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오락가락 행정에 전문가들은 장르보다는 공연장 방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대중음악에 클래식 악기를 더했다고 기존 팬에서 클래식 음악 팬으로 관객이 바뀌는 게 아니다”며 “대중음악, 클래식 등으로 나누는 것보다는 문화 활동으로 일원화하고, 관객 수 등에 맞춰 방역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장르에 따라 떼창 등 관객의 행태가 다르다고 판단해 방역 기준을 장르에 둔 것은 현장을 전혀 모르는 행정의 결과”라며 “장르적 차별보다는 현장의 관리가 중요하다. 현장에서 관리를 강화하는 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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