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혼인신고 한 날 세상을 등진 여군.."용서할 수 없어요"

신재웅 2021. 5. 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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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금부터 MBC가 취재한 어느 군 부대의 성추행 사건, 이후 조직적인 은폐와 피해자를 상대로 한 따돌림, 그리고 끝내, 피해자가 세상을 등지는 장면을 직접 동영상으로 남기고 삶을 정리한 사건을 집중 보도해 드립니다.

먼저, 공군 20 전투 비행단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 그리고 피해자가 혼인 신고를 하던 날, 스스로 삶을 정리하기 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재웅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 3월, 공군 20전투비행단 이 모 중사는 회식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선임인 장 모 중사는 야간 근무를 바꿔서라도 참석하라고 했습니다.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이 부대에는 음주와 회식 금지령이 내려졌던 상황, 그런데 막상 가보니 상사 지인의 개업 축하자리였습니다.

[故 이 중사 고모] "(이 중사가) '평소에도 압박도 주고, 야단도 치고, 욕도 하고 굉장히 힘들 게 했던 사람이 명령하는 거기 때문에 나갈 수 밖에 없다'고 (했어요.)"

술자리가 끝나 돌아오는 길, 이 중사는 차 뒷자리에서 장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앞자리에선 후임 부사관이 운전중이었습니다.

[故 이 중사 어머니] "그냥 만지는 게 아니라 중요 부위도 만지고, 가슴도 만지고, 혀까지 들어오는 그런 행동들을 계속 한 거예요. 너무 부끄럽고 치욕스럽잖아요."

이 중사는 차문을 박차고 내려 곧바로 상관에게 신고했습니다.

그러자 가해자는 숙소까지 따라와 신고를 할테면 해보라고 비웃었습니다.

회식을 주도했던 상사는 "없던 일로 해주면 안되겠냐"며 합의를 종용했습니다.

분리 조치도 즉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는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했고, 가해자의 아버지까지 나서 명예로운 전역을 하게 해달라고 압박했습니다.

이 중사는 '불안장애', '불면증' 등으로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결국 이 중사는 전출을 요청해 15전투비행단으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압박은 더 커졌습니다.

[故 이 중사 고모] "피해자가 아니라 '관심 병사가 여기 왔으니까 우리가 얘를 잘 관리해서 꼼짝 못 하게 만들어야 돼'‥'너네 부대에서는 그렇게 배웠는지 모르지만 여기서는 FM대로 해' 그러면서 눈물 쏙 빠지게…"

부대를 옮긴지 나흘 만인 지난 21일.

이 중사는 남자 친구와의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준비했습니다.

휴대폰 녹화 버튼을 누르고 그 과정을 전부 녹화했습니다.

[김정환/피해자 측 변호인]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시기 전에 울먹이는 모습을 봤어요. 그거를 왜 남기셨을까. 그리고 그 영상을 유가족께서 공개하겠다고 하실 정도면…"

휴대폰에서 발견된 메모는 '나의 몸이 더럽혀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 였습니다.

장례를 미룬 유족들은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故 이 중사 아버지] "나 이렇게 괴로운 상태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 내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것을 엄마 아버지한테 보내주는 거예요. 엄마 아빠한테…"

MBC뉴스 신재웅입니다.

(영상취재: 김동세 한재훈 / 영상편집: 조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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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웅 기자 (voic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213598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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