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2016년 한국에서 17만명 기후변화로 숨졌다

조승한 기자 2021. 6.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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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도시 열질환 사망자 분석 결과 3명 중 1명 기후변화 영향.. 서울대 교수팀도 참여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폭염과 같은 고온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이러한 열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사망한 이들 세 명 중 한명은 기후변화의 여파로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동아일보DB

최근 30년간 전 세계에서 열 질환으로 숨진 사람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여파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열 질환으로 숨진 다섯 명 중 한 명이 기후변화가 불러온 온도 상승으로 숨진 것으로 분석됐다.

안나 비세도-카브레라 스위스 베른대 사회 및 예방의학연구소 교수와 안토니오 가스파리니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공중보건환경 및 사회학부 교수가 주도한 ‘다중국가 다중도시 연구네트워크(MCC)’ 국제공동연구팀은 31일  1991년부터 2018년까지 43개국 732개 도시에서 기후변화로 열 질환으로 숨진 사망자의 원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

기후변화는 산불과 같은 극한기후와 연관된 직접적인 영향에서부터 감염병 확산 변화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 가장 직접적인 것은 더위가 더욱 강력해지며 폭염 등 여파로 사망하는 것이다.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평균기온의 상승을 예측하는 만큼 이후로도 기후변화가 사람을 직접 죽음에 이르게 할 확률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로 인해 사망할지는 분석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발생한 온도 상승량이 실제 얼마나 폭염에 의한 사망률로 이어졌는지를 보기로 했다. 기후변화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 온도 시나리오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망자 수와 실제 사망자 수 차이를 비교했다. 인간활동에서 초래된 온난화의 영향을 자연 영향과 분리해 비교한 것이다. 열과 관련한 사망률은 여름과 같은 온도가 높은 계절에서 건강을 위한 최적 온도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망자 수로 정의했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열로 사망하는 사람 중 37%가 기후변화 때문에 생명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마다 영향은 크게 달랐다. 남미 에콰도르에서는 열 질환 사망자 중 76%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48~61%로 높았다. 비세도-카브레라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한 어떤 조치를 취하거나 적응하지 않으면 열 관련 사망률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국가별로 통계를 잡은 기간은 다르게 잡았다.  한국은 1997년부터 2016년까지 20년간 국내 36개 도시에서 열 질환으로 숨진 86만 7142명에 대한 분석 결과에 포함됐다. 국내에선 이 기간 중 관련 사망자의 21%에 해당하는 17만명이 기후변화에 따른 온도 상승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국가의 기후변화 관련 사망자 비율보다는 낮은 수치다.

김 교수는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는 건강 영향에 대한 대응을 잘 하는 측면이 반영됐을 수 있다”며 “열 관련 질환에 큰 영향을 주는 에어컨 보급률이 급속히 높아진 것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의 에어컨 보급률은 1996년 14%에서 2016년 80%로 급격히 높아졌다.

김 교수는 “한국은 독특하게도 중간 규모 도시보다는 시골과 대도시에서 열로 숨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연구가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토대로 각국을 분석한 결과인 만큼 기후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한반도의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자료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인도, 중동 국가들의 데이터가 다른 대륙 국가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가스파리니 교수는 “그럼에도 모든 대륙에서 인간들은 이미 인간활동의 끔찍한 결과를 경험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기후변화의 보건 위협에 대한 가장 큰 연구인 이번 연구가 주는 메시지가 분명한 만큼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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