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밤10시 넘자 강남역 앞은 '야외 클럽'..술자리-즉석만남

조응형 기자 2021. 6.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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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이서 오셨어요? 방 잡아뒀는데 같이 한 잔 더 해요."

혼란한 분위기 속에서 방역수칙은 다소 뒷전인 모습도 보였다.

인근 빌딩에서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이모 씨(84)는 "벌써 이런 지 꽤 됐다. 방역수칙을 어기는 모습을 자주 보지만 다들 혈기왕성한 데다 술에 취해 제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야외 음주 현장은 민원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방역기동반이 나가서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며 "다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상시 순찰이 어려워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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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업제한 술집 나온 젊은층, 차량 스피커 음악에 맞춰 춤추고
편의점 술로 길거리서 모임 계속.. "숙박업소로 옮겨 함께 술 마시자"
마스크 내리고 즉석만남 제안 오가.. 일부 방역 어기고 5명이상 모이기도
구청 "순찰인력 부족해 계도 한계"

“몇 명이서 오셨어요? 방 잡아뒀는데 같이 한 잔 더 해요.”

토요일이던 5월 29일 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대뜸 또래 여성들에게 말을 걸었다. 여성들은 거절 의사를 내비쳤지만 계속 함께 술을 마시자며 채근했다. 여성들이 재빨리 지나쳐가자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다른 여성들에게 향했다.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클럽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이들이 즉석 만남을 시도한 장소는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큰길이었다. 이때는 오후 10시 15분경으로 방역수칙에 따라 주점이나 음식점들이 문을 닫은 시점이었다.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30분경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한 골목. 20, 3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차들이 지나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빽빽하게 몰려 있다. 이들은 오후 10시 이후 식당이나 주점들이 문을 닫자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인산인해를 이뤘다. 골목 곳곳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술을 마시는 풍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근 주말이나 휴일 심야에 서울 강남 등 번화가 거리들이 대형 클럽을 방불케 하는 ‘야외 용광로’로 바뀌고 있다. 오후 10시 이후 유흥시설의 영업금지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젊은이들이 몰려나와 북새통을 이룬다.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보니 길에 모여드는 것이지만, 일부는 5명 이상 모여 술을 마시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는 경우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가장 핫(hot)하다’고 지목한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거리는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이후 인파가 많아 쉽게 지나가기도 어려웠다. 강남역에서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까지 500m 정도 되는 길이 축제라도 열린 듯 시끌벅적했다.

한쪽에선 승용차 스피커로 크게 음악을 틀어놓은 채 젊은 남녀 20∼30명이 거리낌 없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 씨(32)는 “주말엔 차를 가져와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이들이 자주 보인다. 거리 전체가 울릴 정도”라고 전했다.

혼란한 분위기 속에서 방역수칙은 다소 뒷전인 모습도 보였다. 마스크를 내린 채 캔 맥주를 들고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많았고, 골목 곳곳에서 예닐곱 명씩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밤 12시가 넘어가도 뜨거운 분위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한 20대 남성은 “친구랑 셋이서 놀러 왔다. 10시까지만 마시게 하니까 아쉬워서 좀 더 시간을 보내다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클럽 등에서 벌어지는 즉석 만남 시도도 끊이지 않았다. 대체로 “숙박업소를 예약해뒀으니 함께 가서 술을 마시자”는 제안이었다. 마스크를 끼고 있다가도 즉석 만남을 시도할 땐 마스크를 내리는 이들이 많았다. 대학생 이모 씨(21)는 “파티 룸 형태로 된 방을 하나 빌렸다. 10시 이후 말을 걸면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김모 씨(21·여)도 “10시에 술집은 문을 닫았지만 더 놀고 싶어서 (같이 놀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웃었다.

거리에서 만난 20대들에 따르면 이들은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를 애용한다고 한다. 모텔 등 상주직원이 있는 숙박업소는 방역수칙 탓에 단체로 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유 숙박은 소유주와 직접 소통해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것. 한 20대 남성은 “앱에선 ‘4인 이하 가능’이라 표기해두지만 실제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은모 씨(28)는 “약속을 마치고 집에 가는데 술 취한 이들이 마구잡이로 다가와 2차를 제안했다. 갑자기 마스크까지 내리고 가까이 다가와 불편했다”고 전했다. 인근 빌딩에서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이모 씨(84)는 “벌써 이런 지 꽤 됐다. 방역수칙을 어기는 모습을 자주 보지만 다들 혈기왕성한 데다 술에 취해 제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야외 음주 현장은 민원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방역기동반이 나가서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며 “다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상시 순찰이 어려워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조응형 yesbro@donga.com·이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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