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손실 비용,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보전

안준호 기자 입력 2021. 6. 2. 03:04 수정 2021. 6. 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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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기금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한수원에 최대 1조4000억 지원

오는 12월부터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손실을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보전해 주게 된다. 7000억원을 들여 전면 보수했다가 조기 폐쇄한 월성 원전 1호기와 7000억여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등 탈원전 정책으로 조기 폐쇄됐거나 사업이 중단된 원전 7기의 손실(매몰) 비용은 1조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비용을 전기요금으로 보전해 주겠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국민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의 3.7%를 떼어내 적립한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을 원전 사업 중단으로 인한 손실 보전에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력기금 재원은 현재 약 4조원이고, 매년 2조원가량 걷힌다.

정부는 2017년 10월 ‘탈원전(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탈원전 비용에 대해 정부가 전력기금 등 여유 재원으로 보전해 주겠다고 했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20대 국회에서 탈원전 피해 보상 특별법 3건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에너지전환 지원법’을 발의했지만 7개월이 되도록 통과 못하자, 정부는 국회를 거칠 필요 없는 시행령 개정으로 우회해 한수원 손실 보전에 나선 것이다.

탈원전으로 인한 원전 사업 손실 규모

원래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력기금의 사용처는 안전 관리나 전문 인력의 양성, 전력 산업의 해외 진출 지원 등 7개 항목으로 한정돼 있다. 인프라 구축 등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전력 산업 발전을 위해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이 감당해야 하는 손실을 보전하는 것을 추가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련 법 제정이 지연돼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시행령을 개정했다”면서 “이번 시행령 개정과 별도로 관련 법률 제정 논의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는 12월 초까지 비용 보전 범위와 절차 등 세부 내용을 담은 하위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후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비용 보전을 신청하면, 민간 전문가 등이 포함된 위원회가 규정에 따라 산정한 보전 비용을 지급하게 된다.

한수원은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했고, 신한울 3·4호기와 강원도 삼척의 대진 1·2호기, 경북 영덕의 천지 1·2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중단했다. 한수원이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원전 7기의 손실은 1조4456억원으로 추정된다. 월성 1호기 5652억원, 신한울 3·4호기 7790억원, 천지 1·2호기 979억원, 대진 1·2호기 35억원 등이다. 이 금액들은 공사비와 용역비, 관리비 등이 포함된 것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한수원은 사업 공사 계획 인가 기간을 2년 연장한 신한울 3·4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원전 5기에 대한 손실 보전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비과학적인 탈원전 정책으로 멀쩡한 원전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더니 이제 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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