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도 '눈독'..탈원전에 판로 막힌 한수원·두산중공업의 구원투수

입력 2021. 6. 2.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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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원전 'SMR' 탄소 중립 시대 게임 체인저로 부상
대형 원전 대비 경제성·안전성 뛰어나

[비즈니스 포커스]

두산중공업이 핵심 기기를 공급하는 미국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두산중공업 제공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이 해외 원자력 발전소 시장 공동 진출에 합의하면서 소형 모듈 원전(SMR : Small Modular Reactor)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SMR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두산중공업이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차세대 원전이다.

정부는 2020년 12월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SMR 개발을 공식화하고 2021년 예비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기술 개발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SMR 분야에서 한·미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수원과 두산중공업의 해외 사업 진출과 수주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SMR은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러시아· 중국 등에서 71종 이상의 SMR이 개발되고 있다. 해외에선 미국 뉴스케일 원전이 기술성·사업성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국가에서도 SMR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러시아는 세계 첫 부유식 해상 원전인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를 운영하며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수단·필리핀 등에 부유식 해상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항공기 제작 업체 롤스로이스가 잠수함 추진용 원자로를 제조한 경험을 활용해 2013년부터 SMR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사고 발생률, 대형 원전 1000분의 1 수준

SMR은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전기 출력 300MW 안팎의 소형 원전으로 공장 제작, 현장 조립이 가능해 차세대 원자력 발전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형 원전의 수출·건설은 정부 정책 변화, 수출국 간의 경쟁 심화, 신재생에너지 등 경쟁 에너지원의 급성장, 막대한 건설비와 과다한 용량 등으로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SMR은 소형 원전이기 때문에 건설비용이 적게 들고 사고 발생률이 기존 원전의 100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SMR은 소형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전력망과 무관한 분산형 전원,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수급 불안정을 보완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저렴한 건설비 등으로 투자 리스크가 적고 탄소 중립이라는 세계적 흐름과 맞물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정책,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도 SMR인 ‘나트리움’ 개발에 뛰어드는 등 원자력 발전 분야의 세계적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도 우수한 원전 기술을 기반으로 SMR 개발에 돌입했다. 한수원은 2012년 표준 설계 인가를 받은 SMR과 중소형 원전(SMART) 등 소형 원전 기술을 개량해 경제성과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킨 ‘혁신형 SMR’을 개발하고 있다.

한수원은 2028년까지 인허가를 획득한 후 2030년부터 원전 수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2021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세계 원자력계가 소형 원전에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 원자력계도 혁신형 SMR 기술개발 사업화 로드맵을 조속히 정립하고 소형 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중공업은 세계에서 SMR 제조 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전 세계가 SMR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실제 시제품 제작에 돌입한 SMR 개발사는 미국 뉴스케일이 유일하며 뉴스케일의 SMR 관련 핵심 기기를 만드는 제조사는 두산중공업과 미국 BWXT 두 곳뿐이다.

뉴스케일은 2020년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SMR 설계 인증 심사를 처음으로 통과했다. NRC 설계 인증 심사 통과는 뉴스케일 SMR 모델의 안전성·신뢰성이 세계 원전 시장에서 공인된 것을 의미한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뉴스케일에 약 500억원의 지분 투자를 통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했다. SMR은 두산중공업의 수소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유인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두산중공업은 제주도에서 풍력 발전을 통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있는데 수소 가스터빈 개발을 진행하며 SMR을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원전 없는 탄소 중립 불가능…SMR이 대세

산업계에서는 정부 계획대로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주요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 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탄소 중립 목표 달성 기간이 짧아 SMR 등 원자력 발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탄소 중립을 선언한 국가들도 원전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공약을 통해 원전을 청정 에너지 전환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고 SMR에 대한 3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미국은 운영 중인 원전의 수명도 연장하고 있다. NRC가 버지니아 주에 있는 서리(Surry) 원전 1·2호기의 20년 추가 수명 연장을 승인하기로 하면서 서리 원전의 수명은 기존 60년에서 80년으로 늘어났다.

중국은 제14차 5개년 계획에 2025년까지 원전 20기를 신규 건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영국도 원전이 탄소 중립에 기여한다고 인정하고 SMR 건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프랑스도 원전을 미래 국가 전력 공급의 핵심으로 삼고 관련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일본도 안정성이 확인된 원전을 탄소 중립 정책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유환인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정부가 2030 감축 목표 설정 시 급격한 탄소 감축을 지양하고 탄소 저감 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SMR 등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합리적인 탄소 중립 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대형 원전 사업 모델의 한계에 직면한 원전업계는 SMR에 주목하고 있다. SMR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 중심)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에너지 믹스 구축에 활용이 용이하고 신기후 체제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부합하는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력망 규모가 작은 개발도상국은 대형 원전 도입이 어려운 실정이고 선진국도 대용량 송전망 추가 건설에 따른 환경 파괴 논란을 피하기 위해 SMR 건설에 뛰어들고 있다. SMR은 대형 원전과 비교해 사업 추진에 필요한 파이낸싱에서도 유리하다.

원전업계는 SMR 시장 확대에 발맞춰 해외 원전 대비 경쟁력 있는 SMR을 적기에 사업화할 수 있다면 혁신형 SMR의 시장성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자력기구(NEA)에 따르면 2035년까지 SMR이 세계 각국의 신규 원전 수요의 약 9%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관련 시장 규모도 400조원대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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