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탈원전'과 거리두는 與..'탈원전'대신 '탄소중립'?

오현석 입력 2021. 6. 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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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정상토론세션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탄소중립은 전 인류가 함께 꾸준히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목표이기에, 실천 방안 역시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저녁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정상 토론 세션에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강제와 규율, 또는 선의에만 의존해서는 국민과 기업의 계속된 참여를 담보할 수 없다”며 “탄소중립을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문 대통령은 P4G 정상회의 기간에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선 “원전사업 공동참여를 포함해 해외원전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합의도 이뤘다. 과거 ‘탈원전’을 고집하며 산업계에서 뭇매를 맞았던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중심축이 ‘탄소중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탈원전’ 거리두기 나선 민주당

최근 민주당 일부 대선 후보들도 원전 산업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한·미 정상의 소형모듈러원자로(SMR) 협력 강화를 언급하며 “기술 향상 외길만을 걸어온 원전 산업계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고 적었다. ‘혁신형 SMR 국회포럼’ 회원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을 방문해 ‘혁신형 SMR 기술개발 설명회’에 직접 참석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탄소중립화특위 위원장을 제가 맡겠다. 2050 탄소중립화 선언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여권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다. 송 대표는 지난달 14일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세계 원전 시장을 지배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 SMR 분야와 원전 폐기 시장에서 한·미가 전략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엔 “이를 계기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의 지적재산권 로얄티 논란이 정리되기를 기대한다”며 원자력계 현안도 언급했다.

사실 송 대표는 그간 여권에선 거의 유일하게 ‘탈원전 속도조절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해 왔다. 송 대표는 2019년 1월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노후 원전과 화력발전소는 건설을 중단하되 신한울 3·4호기 공사는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후 당내 탈원전론자인 우원식·김성환 의원과 공개 설전도 벌였다.

21대 국회 개원 직후인 지난해 8월엔 울산 울주군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을 동료 의원들과 함께 방문해 “원전 전문인력과 산업 생태계는 유지·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송 대표는 탄소중립에 방점을 찍고 가능한 모든 기술을 동원해야 한다는 실사구시적 입장”이라며 “신재생에너지 100%로만 가면, 국내 산업 전반이 감당할 수 있냐는 자성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과 반문(反文) 프레임은 변수

여전히 더불어민주당 다수 의원은 원전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사진은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월성원전 비계획적 방사성 물질 누출 사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다만 이런 여권의 기류 변화가 당론으로 확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당내에서도 탈원전 정책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서다.

환경운동가 출신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SMR도 원전이다.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해도 원전사고 위험, 방사능 오염, 핵폐기물 발생은 마찬가지”라며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양이 의원은 또 “SMR에서 나온 핵폐기물을 핵폐기장으로 운송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 전국의 도로가 위험해진다”라고도 설명했다.

상당수 대선 후보들 역시 탈원전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자칫하면 ‘반문(反文)’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어서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한국신문방송인협회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를 승계할 건가’라는 질문에 “탈원전이란 용어가 과대 포장됐다. 원전이 없어지는 과격한 정책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최근 “기후위기로 전 세계적인 산업경제의 재편이 눈앞에 오게 됐다”며 탄소중립 산업의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탈원전 정책에 대한 뚜렷한 평가는 하지 않은 상태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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