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해병대'..100여 차례 성추행 때마다 신고 대신 "감사합니다"

신선민 2021. 6. 3.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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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군대 내 성범죄 끊이지 않고 있는데, 지난해 해병대에서는 선임으로부터 100차례 넘게 강제추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소 자극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고 군 성범죄를 근절하자는 차원의 보도라는 점을 감안해 봐주시기 바랍니다.

신선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디야, 3분대"]

["3분대로 가겠습니다"]

지난해 해병대 병사 A씨가 선임병과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 선임이 부른 곳에 가면, 성추행이 시작됐습니다.

[A씨/해병대 예비역 : "생활관에 있다가 자기 **를 보여준다든가 꼬집고 절… 샤워하면 제 옆에 오줌 싸고 침 뱉고, 동상처럼 세워놓고 **를 만진다든지 뺨 때리고 침 뱉고 얼굴에…"]

["언제 샤워할 거야"]

["감사합니다"]

강제로 당한 상황인데, "감사하다"고 답변해야 했습니다.

["뭐든지 선임이 해주면 '감사합니다'가 나오게끔… 해병대 안에 룰이라고 하죠. '그런 악질적인 걸 다 참아내는 게 해병이다', 이러면서."]

멈춰지지 않았고, 수위는 점점 세졌습니다.

["짧은 머리채 세게 잡아서 침상에 던지고 엎드리게 한 다음에..."]

1심 군사법원이 인정한 지난해 상반기 강제추행 횟수만 134차례.

가장 힘든 건 선임병 여럿이 괴롭힐 때였다고 합니다.

["생활관에 누워있었는데 3명이서 갑자기 저한테 와서 한 명은 제 팔을 잡고 한 명은 다리 잡고 한 명은 바지 벗기고…"]

6개월을 당하다 결국 외부에 피해사실을 알렸는데 돌아온 건 상관의 질책이었습니다.

["신고한 날 밤에 대대장님이 불러서 얘기하는데 '도대체 어디 신고한 거길래 사단장님 귀로 먼저 들어간 거냐. 너는 보고체계 안 지켰기 때문에 신고한 거에 대해 끝나고나서 너 징계 받아야 된다'."]

전역한 뒤에도 상처는 씻기지 않고 있습니다.

["군대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지금도 솔직히 매일 생각나거든요. 정신과 치료를 하는데 군대 안에서 당하고 데이고 나오니까 아예 시작을 못 하겠어요 조직 생활을 못 하겠어요."]

가해자 3명 중 2명은 군사법원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습니다.

["제가 사과를 받지도 않고 용서 하지도 않았는데 판사들이 그런 높으신 분들이 임의대로 생각해서 나이도 어리고 뭐고 해서 집행유예라는 걸 내려준 거잖아요. 그게 전 너무 억울하죠 진짜."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촬영기자:민창호 심규일

신선민 기자 (fresh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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