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끌어내리고..새 총리엔 극우 베네트
연정, 다양성 반영 기대와
극단적 연합 정치마비 우려
[경향신문]
극우 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49)가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를 밀어내고 차기 총리 자리를 예약했다.
중도 성향인 이스라엘 제1야당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2일(현지시간) 베네트 대표 등과 연립정부 구성에 최종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베네트 대표는 반네타냐후 블록에 참여해 과반을 채워준 대가로 순번제 총리의 첫 주자 자리를 확보했다. 라피드 대표는 2년 후 총리직을 넘겨받기로 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수석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베네트는 네타냐후보다 더 보수적인 극우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그는 1967년 3차 중동전쟁 직후 이스라엘로 이주한 미국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고교 과정을 유대 학교인 예시바에서 마쳤다. 1990년 군 복무를 위해 입대한 그는 이스라엘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사이렛매트칼’ 지휘관을 맡았다. 전역 후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해 부를 쌓았고, 이후 이스라엘로 돌아와 2006년 레바논 전쟁에 예비군으로 참전했다.
베네트는 점령지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대표하는 단체를 이끌며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묵살해왔다. 크네세트(의회) 의원이 되기 위해 미국 국적까지 포기한 그는 네타냐후가 주도한 우파 정부에서 경제, 종교, 디아스포라(재외동포) 담당 장관을 맡았고, 교육부 장관과 예루살렘 담당 장관도 지냈다. 교육부 장관 재직 시 고대 유대·사마리아 유적지 방문을 늘리도록 교육 과정을 개편하는 등 우파 행보를 이어갔다. 2018년 공석이 된 국방부 장관 자리를 노렸으나 거절당하자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을 나와 극우 정당을 창당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해온 그는 지난 3월23일 총선 뒤 네타냐후의 연정 제안을 거부하고 결국 ‘반네타냐후’ 전선에 동참했다. 야미나의 참여가 반네타냐후 연정 성공의 핵심 변수가 되면서 몸값을 한층 높인 그는 7석에 불과한 소수당을 이끌면서 총리 자리까지 확보했다.
베네트는 이번 연정으로 아랍계 정당과도 손을 잡은 만큼 증오와 갈등을 정치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좌파에서 극우까지 8개 정당의 유별나고 어색한 연대 속에 새 총리가 탄생했다”면서 “이스라엘의 다양성을 반영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지만, 양립할 수 없는 극단적인 연합으로 정치기능이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망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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