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세대 원전 개발 경쟁서 이대로 낙오될 수는 없다

조선일보 2021. 6. 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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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이 참여하는 미국 뉴스케일사의 SMR 소형 원자로 가상 조감도. / 두산중공업 제공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버크셔해서웨이 워런 버핏 회장이 손을 잡고 중소형 원전 개발에 나선다. 빌 게이츠가 15년 전 세운 테라파워사(社) 주도로 미국의 석탄 생산 중심지인 와이오밍의 폐광산 자리에 4세대 원전인 소듐냉각고속로(SFR) 기술을 적용한 345MW급 중형 나트륨 원자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건설비는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건설 기간은 7년이라고 한다.

가장 일반적인 원전인 경수로는 냉각재인 물에 고압을 가해 끓는 온도를 300도까지 끌어올린다. 하지만 소듐은 그 자체로 끓는 온도가 900도 가까이 되기 때문에 고온 유지를 위해 압력을 가할 필요가 없다. 빌 게이츠의 나트륨은 중소형 원자로의 특성까지 더해져 사고 확률이 더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어 그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나트륨보다 더 작은 소형 원전은 설비 표준화가 쉽고, 전력 수요처인 도시 인근이나 송전망을 갖추지 못한 곳에 분산형 전원으로 설치할 수 있다.

탄소 중립이 세계적 과제로 대두되면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이 해외 원전 수출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지난달 14일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미국과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미국 경우 뉴스케일사(社)가 60MW급 SMR 12기로 구성되는 소형 원전 단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빌 게이츠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본격적인 차세대 중소형 원자로 개발 경쟁이 시작됐다. 중국, 일본, 영국 등도 SMR 개발에 뛰어들었다.

탄소 중립이 실현되려면 세계적으로 전력 생산량이 지금의 2.5배 이상 늘어야 한다. 태양광·풍력 비율도 높아지겠지만 원자력이 중심이자 핵심 에너지원이 될 수밖에 없다. 10년, 20년 후면 안전성, 효율성이 크게 강화된 소듐냉각로, 용융염로, 토륨로 등 4세대 기술의 소형 원자로가 각광을 받게 된다.

한국은 4세대 원자로와 SMR 기술 개발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나라다. 그런데 문 정권의 탈원전으로 여기서 낙오할 가능성이 커졌다. 원자력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으니 방도가 없다. 문 정권은 이 상황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목소리를 외면했다. 삼척 대진 원전, 영덕 천지 원전은 계획 자체를 백지화했다. 원자력 산업 생태계와 인력 양성 시스템을 정상으로 복구시켜야 차세대 원전 개발에서 앞서나간 나라들을 따라잡을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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