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고충 "관심 고맙지만..의중 곡해 전파돼 난감하다"

현일훈 2021. 6. 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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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입당설 등 와전, 반박은 자제"
여권 공세엔 적극 대응으로 전환
윤 측, 송영길 겨냥 "언행이 도 넘어"
김종인 "윤석열에 대해 확신 안 서"

차기 대선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조만간 정치 선언을 하게 될까. 아니면 국민의힘에 바로 입당할까. 최근 국민의힘 차기 대표 경선 일정과 맞물리면서 덩달아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를 둘러싼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최근 가까운 지인들에게 자신이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고 3일 그의 측근 인사가 전했다. 지지자 등 주변에서 문자메시지나 SNS·이메일 등을 통해 안부·지지 글을 보내는데, 내용 중에는 그의 정치 행보 시기 및 방법에 대해 제안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날마다 받는 분량이 상당하다 보니 윤 전 총장도 “잘 알겠다”, “관심에 감사드린다”는 정도로 반응할 때가 있는데 이게 때때로 “내 제안에 동의했다”고 곡해·전파돼 난감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일일이 다 시비 가리듯 대응하는 것도 맞지 않기에, 본인 진의와 크게 다른 보도를 제외하곤 그냥 놔두고 있다고 한다.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6월 초 정치 출사표 설이나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직후 입당설 등은 사실과는 거리가 있지만 윤 전 총장은 자신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며 “당분간 더 많은 사람을 만나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 3월 4일 이날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사를 떠나며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 전 총장은 그러면서도 여권의 공세에는 적극적으로 맞서는 등 태세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르면 다음 주쯤 공개할 '윤석열 대선 준비팀'에는 네거티브 대응 차원에서 복수의 공보 담당자를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자신과 가족을 겨냥한 여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장모(최모씨) 측 손경식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윤 전 총장 가족에 대한 엄정 수사를 요구한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지난 2일 발언과 관련해 “원칙을 잘 아는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의 언행이 오히려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부인 김건희씨에게 제기된 전시회 협찬 강요 의혹 등에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1년 3개월간 별건 수사까지 시도하는 등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3일에도 윤 전 총장에 대해 파상 공세를 쏟아냈다.
최근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했다고 보도된 "내 장모,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준 적 없다"는 발언과 관련, 박주민 의원은 정책조정회의에서 "(장모가)죄질이 나쁜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데 (그런 발언은)부적절 하다. 정말 10원 한 장 피해를 주지 않았는지는 재판과 수사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10원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사석에서 한 발언이 와전된 것이다. 장모의 유무죄를 말한 게 아니라 장모 관련 사건 성격이 금전적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는 취지에서 한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장모 최씨는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음에도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요양 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구형받은 상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가 지난 3월 18일 오후 법원 경위의 도움을 받아 법정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한편 과거 윤 전 총장을 지원할 뜻을 내비쳤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로선 그의 대선 행보를 도울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에 대해 “그의 최근 행보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도 “100% 확신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자가 있으면 전적으로 도우려고 생각도 했는데,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윤 전 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을 잘 잡은 것 같다"는 등 호평해 왔다. 그런 뒤 당에서 나온 지난 5월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재보선 직후 전화를 걸어와 만나자고 해놓고선 그 뒤 연락이 없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4·7 재·보선 승리 직후 당을 떠난 뒤 회동이 계속 불발되면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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