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KF-21 전투기 폄하' 왜 나왔나 [그렇군]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2021. 6. 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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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KF-21 시제1호기의 최종 조립 모습./한국항공우주 제공


KF-21 보라매 전투기의 지상시험을 놓고 ‘해체 수준으로 분해했다’는 주장이 해외로 퍼져 나갔다. 일본에서는 혐한 극우 유튜버와 일부 인터넷 매체가 이 주장을 소개하면서 KF-21 전투기 폄하에 가세하고 있다. “KF-21 전투기가 목업(실물 모형)”이라며 조롱하거나 “한국 공군이 불쌍하다. 이런 걸로 결국 날 수 없을 테니까“와 같은 비아냥성 댓글까지 등장했다.

발단은 지난 4월 9일 KF-21 출고식이 문재인 대통령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앞당겨졌으며 그 후유증으로 출고식 직후부터 이례적으로 해체 수준의 분해 작업을 펼쳤다는 보도가 국내 일부 언론에서 나오면서부터다. ”전투기 분해·조립 비용은 엄청나고, 해외서도 출고식 뒤 재분해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방위사업청은 이에 반박했다. 당초 5월 예정이던 출고식 일정이 앞당겨진 것은 사실이나 해외에서도 어떤 전투기든 개발비를 아끼고 돌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일정 단축에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사청은 KF-21 전투기의 중량이 계획보다 초과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5월 중 실시한 중량과 평형 시험에서 목표 중량을 약간 밑도는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KF-21 전투기 체계종합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연료계통 1차 시험이 당초 계획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KAI 수석 엔지니어인 이일우 상무는 “연료탱크에 공기를 한계치 이상으로 주입하는 가압시험에서 엔진 등의 탈거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종석 뒤에 있는 연료탱크 시험을 위한 과정에서는 캐노피(조종석 덮개)를 떼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KAI는 연료계통 1차 시험을 마치면 비행제어 지상시험과 엔진 가동시험을 잇따라 실시할 계획이다.

방사청과 KAI는 ‘전투기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롤 아웃 후 분해 해체한 사례가 드물다’는 주장에 대해 ‘지상시험 자체가 주요 구성품 탈착을 통해 상호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추가 비용 역시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 교수는 “(작전에 투입되는) 일선급 전투기일수록 엔진을 가능한 쉽고 빠르게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하기 때문에 기술적 위험이 크지 않다”며 “공군의 일선 전투비행단에서도 수시로 탈착할 만큼 비용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KAI 이일우 상무는 ‘뼈대(기골)가 보일 정도로 분해했다’는 시각에 대해 “장비 점검용 도어(door)를 개방한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랜딩기어는 손도 안댔다”고 설명했다.

세종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 이경태 교수는 “극한의 상황에 대비해 한계치에 가까운 테스트가 진행되는 연료계통 시험에서 주연료 탱크 주변 구성품의 탈착은 개발 과정의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구성품 탈착은 어느 국가에서나 시제기 시험 과정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고 F-35 개발과정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 교수는 “자칫 오해가 쌓이면 엔지니어들의 사기 저하와 개발 일정 지연 등의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고 했다.

조진수 교수는 “전투기 개발의 일정과 진행 상황을 공개할 경우 R&D(연구 및 개발) 관련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기회에 주요 무기의 개발과 정보 공개에 대한 범위와 한계를 미국과 유럽 국가들 수준으로 명백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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