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수천억짜리 '바다 숲' 들어가보니..바닷속은 '구조물 무덤'?

박영민 2021. 6. 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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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닷가 모래 위 다양한 동물의 모습이 파도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빠른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괴되는 동식물을 표현한 건데요.

사라지는 건 사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내일(5일) 환경의 날을 앞두고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만든 영상입니다.

건강한 바다는 보시는 것처럼 각종 해양 생물이 가득하죠.

그런데 이렇게 하얀 암반만 남은 바다도 있습니다.

바로 생태계가 파괴된 겁니다.

환경 훼손으로 인한 '바다 사막화' 때문인데 우리나라 연안의 34%가 이런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10년 넘게 인공적으로 해조류를 심는 '바다 숲' 조성 사업을 벌여왔는데요.

지금까지 조성된 면적은 축구장 3만 4천 개 규모입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상당수 바다 숲에 해조류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현장 K 박영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바다 숲 16만㎡를 조성한 제주 앞바다.

해조류를 심은 곳에 KBS 수중 취재팀이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수심 13미터 바닥.

2~3년생 감태를 이식해 넣은 인공 구조물을 발견했지만, 정작 감태는 보이지 않습니다.

또 다른 지점, 밧줄은 끊어져 있고, 부착생물만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이식한 해조류가 1년도 안 돼 모두 죽은 겁니다.

[김OO/잠수부/음성변조 : "어떤 상황이냐면 별 효과가 없어요. 옆에 어초에 갔는데 거기는 (감태가) 거의 없어요."]

또 다른 바다 숲도 사정은 마찬가지.

해조류가 잘 정착한 곳과 한눈에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바다 숲은 이 밧줄에 해조류를 매달아 인공어초와 함께 서식지를 조성하는 건데요.

이후에는 인공어초 주변으로 서식지를 자연스럽게 넓혀가게 됩니다.

KBS가 확인한 제주 바다 숲 6곳 중 4곳은 현재로선 서식지 조성에 실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해조류 전문가/음성변조 : "(구조물 밧줄에 감태가) 전혀 없는 가운데서 이렇게 (주변에만) 있다는 건 우리가 (예산을 투입해) 노력한 대가는 아니라는 거죠."]

7년 동안 바다 숲 사업을 한 동해안은 어떨까?

해조류 대신 폐그물만 엉켜있고, 인공 구조물들만 떼 지어 방치돼 있습니다.

수억씩 들여 다시 심기를 여러 차례.

하지만, 바닷속 암반엔 여전히 백화현상, 즉 갯녹음이 보입니다.

[홍성문/강릉 영진 어촌계장 : "감태 자체가 우리 동해에서는 나지 않는 풀이니까. 여기에 맞지 않는가 봐요. 이건 잘못됐다고 봐야죠."]

서식 환경에 맞지 않는 남해안 산 해조류를 전국의 바다에 옮겨 심은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김형근/강릉원주대 해양자원육성학과 교수 : "먼 곳에서 (가져와서) 해조류를 이식하지 말고, 그곳에 나는 종의 특성을 잘 밝히고…."]

심는 시기도 문제입니다.

해조류는 가을에 싹을 터서 다음 해 초여름에 포자를 뿌려야 하는데, 정작 심는 건 예산이 나오는 봄, 가을입니다.

[이OO/잠수부/음성변조 : "저희도 욕하면서 일해요. 어차피 과업 기간이 있으니까 우리도 하면서 이걸 지금 왜 하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는 거예요."]

사업을 총괄하는 수산자원공단은 바다 숲 조성 후 4년 뒤엔 자치단체에 관리를 넘깁니다.

하지만 지자체는 전문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전체 바다 숲 194곳 중 지자체가 관리를 맡은 111곳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수산자원공단은 바다 숲 조성으로 전체 바다의 백화현상 면적을 줄이는 성과가 있었던 만큼, 사업은 지속하면서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3년간 들어간 예산만 3천억 원.

올해도 300억 원이 사업에 투입됩니다.

현장K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조정석 홍성백 송혜성/그래픽:한종헌/문자그래픽:기연지

박영민 기자 (young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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