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탈원전 정책을 당장 폐기해야 할 세 가지 이유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입력 2021. 6. 5. 03:20 수정 2021. 6. 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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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하면서 "탄소 중립".. 위선이며 국제적 기만 행위
화석연료 대체, 에너지 수급 안정, 미래 국가 안보 위한 대비책
모두 원전 없이는 불가능.. 잘못된 길 돌아설 용기 낼 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구 장안읍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며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말했다./조선일보 DB

4년 전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탈원전 정책을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이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두 가지 행보를 보였다. 하나는 작년 12월 10일 ’2050년 대한민국 탄소 중립 비전' 선언이다. 지난 5월 30~31일에는 P4G 서울 회의를 주최하여 글로벌 탄소 중립 실현에도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또 하나는 지난 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해외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약속한 점이다.

탄소 중립과 해외 원전 시장 진출은 탈원전 정책과는 양립할 수 없다. 대한민국에는 위험한 원전이 다른 나라에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선이고 국제적 기만 행위나 다를 바 없다. 반원전 근본주의 세력의 의도적 사실 왜곡과 황당한 괴담을 바탕 삼아 졸속으로 결정한 탈원전 정책을 차제에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 탈원전 정책과 결별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세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탈원전 정책 폐기 없이는 탄소 중립과 지속 가능한 성장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늘릴수록 좋지만 전 국토와 해안을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패널로 뒤덮는다고 해도 전력 공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을 대체할 수는 없다. 기상 조건에 좌우되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적(間歇的) 속성 때문에 햇빛과 바람이 없는 시간에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려면 그만한 용량의 부하 조절용 화력발전 설비를 이중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전력 공급의 36%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을 LNG발전으로 대체하는 것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는 도움이 안 된다. 천연가스가 미세 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이고 전력 수요 급변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는 최선의 수단이지만 KWh당 탄소 배출량에서는 석탄발전의 55%나 된다. 결국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는 만큼 원전 설비를 증설하지 않고는 안정적 전력 공급과 탄소 중립 목표를 모두 달성할 대안이 없다.

둘째, 원전의 경제성과 탄소 대체 효과보다 국가적으로 더 중요한 것이 에너지 안보다. 에너지의 90퍼센트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에너지 안보는 바로 국가 안보이기도 하다. 수입 에너지 대부분은 정정이 불안한 호르무즈 해협,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를 거쳐 들여오는데 그중 한 군데만 막히면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고 우리 경제는 재앙을 맞게 된다. 그럴 가능성이 미미하지만 무시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 원유와 LNG 수입 중단이 장기화하고 재고까지 바닥날 경우 국가 기간산업과 전철을 가동하고 전기자동차 충전이라도 하려면 원전밖에 믿을 구석이 없다.

프랑스가 1973년 1차 석유 파동 이후 대대적 원전 건설에 착수하여 오늘날 전력의 7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게 된 것은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다. 프랑스의 경제적 사활을 중동 산유국들의 독과점 횡포에 맡겨둘 수 없다는 국가 자주독립 차원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에너지 안보가 가장 취약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탈원전에 집착하는 것은 세월호 선장의 자세로 대한민국호를 위험한 항로로 끌고 다니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끝으로 미래 국가 안보를 위한 옵션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탈원전 정책은 폐기함이 마땅하다. 한미 동맹이 건재한 한 당장 우리가 독자 핵무장을 해야 할 절박한 이유는 없다. 그러나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여 국가가 결심하면 즉각 핵무장에 나설 수 있는 기술적 산업적 기반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자력 산업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독자적 우라늄 농축 기술 개발과 농축 시설 건설이 필수적이다.

20기가 넘는 원전을 가동하고 전력의 3분의 1을 원자력에 의존하는 나라는 원전 연료의 부분적 자급을 위해서라도 평화적 목적으로 농축 시설을 건설, 가동할 당당한 명분이 있다. 상업적 규모의 농축 시설을 보유한 국가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결심만 하면 1년 내에 핵무장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 산업에 사망 선고를 내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농축 기술 연구-개발을 담당할 인적 자원 양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탈원전을 선택한 나라가 농축 시설을 건설하면 국제적으로 평화적 의도를 인정받을 수도 없다. 농축 능력이 없는 나라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더라도 원자로를 가동할 연료조차 구할 방법이 없다. 잠수함용 농축우라늄은 농축 시설 보유국의 국내법상 수출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퇴출 위기에서 허덕이는 원전 산업을 살릴 마지막 기회를 맞고 있다. 잘못된 길을 선택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잘못된 길임을 알고도 돌아설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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