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가면 기록 남아 입시·취업·보험가입 불이익?..전문가들 "근거없는 가짜정보"

고재원 기자 입력 2021. 6. 5. 10:59 수정 2021. 6. 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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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사람들은 왜 정신과에 가지 않을까' 심포지엄
정신건강에 문제를 겪은 사람이 전체 성인의 10%에 이르는 상황에서 관련된 확실한 정보전달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국의 10대들은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도 대학입시에  불이익이 주어질 것을 우려해 정신과를 찾지 못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20~30대의 경우 취업에 불이익이 주어질까봐, 30~40대의 경우에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지만 보험 가입 등에 불이익이 주어질까봐 쉽게 상담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60대까지 세대마다 종류는 다르지만 편견에 따른 불이익을 받을까봐 정신과 상담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다. 최근 1년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로 '코로나 우울증(코로나 블루)'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사람이 전체 성인 10명 중 1명(10%)에 이르는 상황에서 정신과 방문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분명한 사회적 공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은 서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4일 온라인에서 열린 ‘시민사회 정신건강 증진과 편견의 해소, 사람들은 왜 정신과에 가지 않을까?’ 심포지엄에서 “정신과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확실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며 이 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교수는 2016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온라인커뮤니티와 블로그,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정신건강 관련 문장 609만2368건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분석대상인 10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25.9%가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아 대학 입시에 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정신과에 가지 않는다고 분석됐다. 정신과를 다녀오면 '미친 사람'으로 볼 것 같다는 걱정 때문에 가지 않는다는 내용도 14.4%로 나타났다.

20대들도 기록이 남아 행여 취업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정신과에 가지 못한다는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들이 작성한 글 가운데 22.4%가 '기록'을 언급했으며 다음으로 '공무원'에 대해 15.6%가 언급했다. 이는 20~30대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늘면서 공무원 취업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교수는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안위를 더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마저도 정신과 기록으로 취업, 입시 등에 불이익을 받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며 “특히 대입을 앞둔 10대 청소년의 경우 대학 입학처에서, 공무원 준비생이 많은 20대 취업준비생의 경우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서 개인의 진료 기록 열람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30~40대는 정신과 치료 기록이 남아 보험 가입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가장 많이 우려했다. 전체 글 가운데 22.1%가 이 같이 우려했고 그 뒤를 이어 14.8% '미친 사람'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60대는 정신과를 찾지 않은 이유로 19%가 사회적 편견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약 부작용'을 우려한다고 16.7%가 언급했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 유튜브 캡쳐

박 교수는 “정신과 진료기록은 민감한 개인 정보이자 법적으로 보호받는 기록이며 일반적으로 법령에서 정한 특수상황이나 본인의 동의 없이 제3자가 열람하거나 처리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이런 세대별 우려는 실상과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인의 진료 내용은 열람이 불가능하다. 본인마저도 자신의 진료기록을 건강보험공단 온라인 서비스로 확인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은 출력할 수 없다. 기관 대 기관에 이뤄지는 제3자 정보 제공도 범죄 피의자 진료기록 확인 등 특수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채용이나 임용, 승진, 대한 진학 등을 이유로 건강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박 교수는 “정신과 관련 학회와 건보공단이 정신과 진료 정보 제공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들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며 “환자들은 기록이 남는 것을 우려해 비보험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신력 있는 기관과 전문의가 확실히 이를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일반인들이 일반 병원과 달리 정신과를 쉽게 찾지 못하는 이유로 어떤 진료를 하는지 제대로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박 교수는 “자신이 겪는 ‘증상’보다는 병원의 ‘정보’가 우선시되고 다른 사람이 남긴 리뷰를 보고 해당 병원과 의사의 진료 성향을 파악하고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사례가 많다"며 "그 결과 진료 결과를 100% 신뢰하지 못하고, 진료를 받은 뒤에도 다른 병원을 돌아다니는 일이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정신과에서 어떻게 진료하고 치료하는지는 전혀 비밀스러울 필요가 없다”며 “먼저 전문가들이 대중 앞에 나서서,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관련 내용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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