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면 어때..무업(無業) 청년 이곳으로 오세요"

황순민 2021. 6. 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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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스타트업 니트생활자
박은미·전성신 대표 인터뷰
무업 청년들 위한 가상 회사 운영
불안한 청년들 '마음챙김' 나서

[지붕이 살롱] 요즘 젊은이들은 참 바쁘게, 열심히 산다. 대학입시를 마치고 나면 후련함도 잠시, 학점관리와 스펙쌓기에 바쁘다. 졸업반이 되어 취업전선에 뛰어들면 바늘구멍 무한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20대들이 '멈춤이 곧 뒤처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이러한 청년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가 있다. 백수들이 다니는 가상의 회사 '니트생활자'다. 일을 하지 않는 상황에 놓인 청년들이 고립되지 않고 해당 기간을 유의미한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니트생활자 직원들은 모두 취업준비생 혹은 퇴사자다. '무업(無業) 상태의 만 39세 이하 청년'이 입사 자격이다. 구성원들은 매주 4일씩 회사에 출근해 공통 업무와 개인업무를 각자 수행한다. 매일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업무 일지도 써야 한다. 다만 월급은 없다. 가상회사이지만 무직자들은 이곳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안도감을 얻어간다고 입을 모은다. 구성원들은 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입사 자격은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만의 업무를 만들어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다.

니트생활자를 설립해 청년들의 '마음챙김'에 나선 박은미, 전성신 니트생활자 공동대표를 세계지식포럼 마스코트인 지붕이가 만나 후배들에게 전하는 커리어 조언과 희망의 메시지를 들어봤다. 이들은 "소속감이 없다는 불안감과 고립된 느낌 때문에 여러번 퇴사를 경험했었다"면서 "무직자 혹은 퇴사자들과 '든든함'을 나누고 싶어 니트생활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니트생활자 박은미 전성신 대표. /사진=세계지식포럼 사무국

-니트생활자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니트생활자는 무업기간을 보내고 있는 사회적으로 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청년들이 연결되는 플랫폼입니다.

-니트생활자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여러번의 무업기간을 가졌었거든요. 이유도 다 달랐어요. 어떨 때는 더 좋은 회사로 가고 싶어서 그만두기도 하고 어떤 때는 워킹홀리데이를 가려고 그만 두기도 하고요. 제 경험상 무업기간에 항상 너무 괴롭고 힘들었어요. 남들은 너무 좋겠다. 이러는데 저는 퇴사한 그 다음날부터 괴로움이 시작되는거에요. 오늘 뭐해야 되지? 책 보고 내 시간을 가져도 그게 되게 만족감이 하나도 안들더라고요. 일을 해야되는데 일을 못하는 거에 대한 괴로움이 컸던것 같고. 자기 혐오가 되게 심해지졌습니다. 내가 차라리 그 회사에서 조금 더 가만히 있을걸, 조금 더 맞춰줄걸, 아니면 내가 너무 능력이 없었나보네 이렇게 자기 비하가 심해지고 그랬습니다. 마지막 회사에서 진짜 예상하지 못했는데 나오게 됐거든요. 그러면서 그때 같이 퇴사했던 동료가 한명 있었어요. 그 동료랑 처음으로 무업의 기간을 둘이서 보내게 된거에요. 예전에 무업기간은 혼자 보내니까 불안하고 초조해서 빨리 취업하려고 하다 보니까 나의 경력 급여 다 무시하고 뽑아주는대로 급하게 갔었거든요. 그럼 다시 퇴사로 반복이 됐는데, 마지막에 동료랑 같이 퇴사를 하니까 이게 되게 재밌는거에요. 같이 시간을 보내고 같이 도서관 가고, 이번주는 어디 가보지? 이렇게 하면서 하루하루 보내는게 불안함이 사라지는 느낌이었고, 둘이 있으니까 그럼 재밌는 것 좀 해볼까? 뭐 해 볼까? 원동력도 되더라고요. 그런 걸 계기로 그러면 우리 당장 취업하지 말고 우리가 해보고 싶은걸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걸 해볼까 이런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을 했어요. 우리같은 백수들이 각자 집에 혼자 있고 외롭고 우울할텐데 이 사람들이 같이 모이면 우리처럼 활력을 느낄텐데 한번 같이 모아서 뭔가 해보자 이래서 니트생활자라는 이름을 만들고 블로그를 열어서 백수들을 모으기 시작했죠.

-퇴사를 하고, 또 이러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불안감은 없으셨을까요.

▷당연히 있죠. 없다면 거짓말이고.. 그런데 회사 안에서도 항상 그런 불안요소같은건 존재하잖아요. 불안 아니면 불만. 그러다보니까 그 불안함이 있기는 있는데 불안함 말고 다른 데 집중할 수 있어서 이걸 견디면서 만들어갈 수 있는 거 같아요.

-니트생활자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가상회사기 때문에 일단 출퇴근을 해요. 그래서 출근하면 출근했다고 온라인 같은 경우에는 온라인에다 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채팅방이 있는데 '누구누구 출근했습니다' 그러면 줄줄이 자기 생활 패턴에 맞춰서 하긴 하는데 가급적이면 하루를 활력 있게 시작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 오전 중에 출근 도장을 찍게끔 하거든요. 그래서 12쯤 되면 누구 출근 안했는지 했는지 확인한 다음, 별일 없는지 출근은 왜 안하는지, 아침에 일어난건지 이렇게 확인을 하고요. 자기가 스스로 정한 일, 다양해요. 취업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아니면 그냥 아침 시작하기 힘들어서 아침 이불 개거나 양치 하거나 이런걸 목표로 삼는 사람도 있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가 이불 갰다고 확인해서 자기 업무를 제대로 실행했다 이렇게 했으면 또 6시 되기 전에 퇴근합니다 자기 일 했으니까 퇴근한다고 또 알려주고, 6시 될 때까지 퇴근 안한 사람이 있다? 업무 안한 사람이 있다? 그럼 찾아내요 저희는 찾아내서 어디서 뭘 하고 계시는데 왜 안했냐? 또 다시 추궁을 하죠. 그러면 뭐 때문에 안했다 아니면 사유가 있을 때도 있고, 까먹었을 때도 있고, 그럼 확인을 해주고 그리고 확인 안되면 전화도 하고 가상회사기 때문에 그 안에서 최대한 해볼 수 있는걸 재미적으로 해보려고 노력하고요. 나머지는 사람들이 만나는 장을 만들어주고 연결되고 소속된 안정감을 누릴 수 있게끔 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니트생활자에도 실적이 미달되는 직원들이 있을까요?

▷저희가 회사생활을 시작한지 한달정도 됐을 때 쯤 사원 중에 실적 미달 사원들을 색출해요. (웃음) 실적 미달 사원들은 자기 업무를 하고 퇴근을 해야하는데 퇴근을 6시가 되도 안하고 있으면 이름을 부르다 못해 전화를 하거든요. 퇴근하라고. 이렇게 이름이 자주 불리는 사원들을 주 대상으로 불러서 산을 데리고 가거든요. 사장님과의 등산. 싫어하시잖아요. 회사다니면. 진짜 직장인들이 제일 싫어하는거죠. 그런데 저희는 평일에 가도 괜찮으니까 사람 많이, 직장인들 많은 광화문으로 부른 다음에, 운동복 차림으로 집합해서 직장인들을 거슬러서 산에 갑니다. 거기 가서 등산 한번 하고 내려오잖아요. 그럼 되게 재밌어해요.

-운영적인 어려움은 없으실지요.

▷가장 고민되는 지점입니다. 생존이 걸려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래도 백수들의 가상회사 놀이라는 컨셉 자체에 대해서 많이 호응해주시고 관심을 갖어주셔서 여러 군데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끔 사업이 협력 형태로 지원을 해주셨거든요. 여기서 말하면 다들 좋아하시겠죠? 지금 카카오 재단이랑 같이 하고 있고요. 저희가 입주해 있는 다음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동 에서도 지원하고 계셔서 저희 소정의 활동비라든지 운영하기 위한 프로그램 진행비를 지원을 받고 있는데 지속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나 방법이 필요한거 같아서 그래서 법인화를 비영리 법인으로 설립을 결정했고 후원이 많이 필요해요.

-기억에 남는 구성원이 있으실까요.

▷진짜 너무 다양한 거 같아요. 그중에 몇 명 생각나는 사람들을 보면 한 친구는 이제 공무원 시험 준비를 오랫동안 한 친구가 있어요. 부모님도 원하시고 본인도 다른 길보다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계속 공무원 준비를 했던 친구였는데, 니트 컴퍼니가 끝나고 나서 본인이 니트 컴퍼니가 아쉬워서 스스로 에프터 컴퍼니를 만들어서 니트 컴퍼니 사람하고 에프터 컴퍼니를 운영했거든요. 100일 동안. 그 과정에서 본인의 진로를 바꿨어요. 시험공부를 그만두고 사람들 만나고 뭔가 청년들 만나고 하는게 즐겁다 해서 그런 기획이나 이런쪽의 일로 다시 진로를 바꾼 친구도 있고, 풀로 하루종일을 하루에 회사에서 일하는 것 보다는 오후 정도만 일하고 오전은 내 시간을 갖고 싶다고 해서 일을 찾아서 선택한 친구도 있었고, 1년동안 공황장애가 심해서 다시 회사를 가고 싶지만 회사 앞에만 가면 심장이 두근거린다는거에요. 되게 힘들어 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또 최근 취업을 하고 행복하게 회사생활 하고 있어서 그 친구도 기억이 많이 남고요.

-니트생활자의 존재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작은 회사들 같은 데나 인프라가 좀 갖춰지지 않은 곳들은 일하는 것 자체가 취업을 하더라도 그 환경 자체가 너무 힘들고 조건도 열악하고 그러다 보니까 금방 퇴사하고 그런 경우가 있는데 그래도 이 컴퍼니에서 같이 했던 경험이라든지 자기가 목표를 세우고 그걸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상이지만 업으로 삼았던 경험이 아 살면서 직장은 왔다갔다 할 순 있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전문성은 결여되더라도 그림을 좋아한다든지 이런 경우들 있잖아요. 그걸 경제 수단으로 하긴 어려워도 대게 삶의 원동력이나 힘을 갖추게 하는 것 같아요.

니트생활자 박은미 전성신 대표. /사진=세계지식포럼 사무국

-무업기간을 가질 예정인, 혹은 갖고 있는 청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기간, 무업기간이라는게 내 탓이라고 생각 안했으면 좋겠고, 무업 기간동안에 자기가 어떤 진로를 고민하고 선택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그 순간에 사회적으로 요구나 시선 때문에 선택하지 않게 되는 환경들을 만들었으면 좋겠고, 내가 원하는 삶을 다양하게 살아가도 괜찮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 바쁘게 살아요. 내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면 안된다는 그 압박감 강박 그런 것들 때문에 더 계획을 많이 짜고 스케쥴에 막 해야 할 일, 자격증 시험 꼭 필요하거나 해야하는 일이 아닌 데도 그렇게 무슨 퀘스트 깨는 것처럼 자격증을 여러개 막 그 자체가 즐거운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어떤 사회적인 시선이나 요구 때문에 자기가 쓸모 없으면 안된다는 그걸 인정받기 위해서 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유 시간도 주워 졌을 때 자연도 많이 보고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사색도 많이 하고 그냥 늘어지는 시간도 보내면 어떨까요.

-앞으로 목표가 무엇이실지요?

▷저의 계획은 그냥 하루하루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지내는거에요. 요즘 약간 골골거리고 있어가지고..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감사하면서 건강 잘 챙기면서 살자 그게 저희의 계획입니다.

※세계지식포럼 사무국이 선보이는 '지붕이 살롱'은 경력 단절 등 수많은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에게 노하우와 자신감의 메시지를 전하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세계지식포럼 캐릭터인 지붕이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걷는 여성들을 만나 그들의 성공 노하우를 전달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황순민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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