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주의 홑눈겹눈] 문정부 탈원전, 내 이럴 줄 알았다

데스크 2021. 6. 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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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로 시작한 원전 폐쇄
끝내 국민의 주머니 털기 시작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2017년 6월19일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축사하면서 원전정책을 밝히고 있다. 국내 최초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는40년만인 이날 0시를 기해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우려가 현실이 될 때 사람들은 흔히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말한다. 개인 일이나 나라 일이나 구별 않고 이 말을 쓴다.


정당이나 후보는 다양한 선거 공약을 할 수 있지만, 당선됐다고 무리한 공약을 실행에 옮기면 ‘웃기는 사람’이 되고, 그 과정에 불법과 무리가 끼어든다면 ‘나쁜 사람’도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脫)원전을 실행에 옮기려고 할 때 언론들은 ‘공약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점잖게 말렸다. 표(票) 때문에 이것저것 선거공약에 집어넣은 형편을 이해하니까,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일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 꼭 하고 싶으면, 국민투표에 회부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웃의 불행, 후쿠시마 원전 사고(2011.3.11)를 이용해 탈원전 드라마를 시작했다. 많은 국민이 잘 알고 있는 비극을 이용하면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취임 한 달, 문 정부는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2017.6.19)을 가졌다. 그 날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문에 “2016년 3월 현재 총 1368명이 사망하고 ... 사고 이후 방사능 영향으로 인한 사망자나 암 환자 발생 수는 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후쿠시마 사고로 언제 그렇게 많이 죽었나? 일본이 그 동안 피해를 숨겨왔나?” 하면서 몸서리를 쳤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드라마는 이 거짓말이 첫 장면이다.


일본에서 난리가 났다. “아니, 한국의 새 대통령은 뭘 보고 원전 피해 사망자를 1368명이라고 한 거야?” 일본 외무성이 도쿄주재 한국대사관에 ’문 대통령의 발언은 올바른 이해에 기초한 게 아니어서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우리가 알듯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津波)로 인해 원자로가 침수되고, 전원이 끊겨 수소 폭발이 발생하고, 방사능이 유출된 사고다. 쓰나미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는 막대했지만, 당시 방사능 유출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런데 “원전 사고로 1368명이나 사망했다”라고 하니, 우리 국민보다 일본이 더 놀랐을 것 같다.


한.일 양측이 놀란 가운데 사실을 확인해 보니, 일본의 항의가 맞았다.


일본 도쿄신문(東京新聞)이 2016년 3월 6일 동일본대지진 이후 지역민들의 딱한 사정을 보도하면서 “지금도 9만9000명이 피난 생활을 하고 있고, 5년 동안의 객지 생활에서 건강이나 지병 악화로 사망한 사람이 1368명”이라고 했는데, 청와대가 그 신문 보도를 왜곡한 것이다.


왜, 왜곡했냐고? 원전이 이렇게 ‘엄청나게 위험하니까 빨리 폐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청와대는 ‘원전 관련 사망자’라고 해야 하는데, 연설 팀에서 ‘관련’이라는 단어를 빼먹는 바람에 생긴 해프닝이라고 태연하게 해명했다. 청와대에서 원전 드라마를 시작하기 위해 충격요법을 썼는데, 그게 거짓말이었다.


일본은 이 ‘거짓말 연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실상을 파악하고 기대를 접지만, 국내에서는 탈원전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월성 1호기가 희생양이 된다.


청와대가 산자부로, 산자부가 한수원(韓水原)으로 지시를 내리고, 여기에 감사원이 등장하고, 급기야 검찰과 법원까지 끌려 들어왔다.


공무원들에게 법(法)을 어기게 만들고, 국민들이 모아 놓은 돈(전력기금)까지 털어 넣는 일이 현실이 돼,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경우 쓰는 말이 유감스럽게도 “내 이럴 줄 알았다” 아니겠는가?


지난 1일 국무회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의 사용처를 추가하기로 의결했다. 이 기금은 전기요금에 별도로 부과(3.7%)해서 모은 것으로 현재 4조원 정도가 쌓여있다.


이 기금의 사용과 관련해 정부는 연초 한전공대를 설립한다면서 손을 댄 적이 있는데, 멀쩡한 원전을 폐쇄한 결과 발생하는 비용도 이 기금에서 메우도록 한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비용 5652억원, 건설 계획이 보류된 신한울 3.4호기 비용 7790억원 등등 모두 1조4445억원 규모다.


7000억원을 투입해 새로운 발전소 수준으로 정비한 원전을 폐쇄하면서 사라져버린 돈도 아깝고 안타깝지만, 1차 1조4000여억원 기금의 투입 등 앞으로 계속될 비용 발생이 더 걱정스럽다.


선거공약 이행은 약속을 지킨다는 좋은 실행이지만, 거짓말로 시작한 드라마는 빨리 막을 내리는 것이 방송가에서는 정의로 통한다. 거짓의 씨앗을 뿌려놓고 가을에 좋은 수확을 기대하는 일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문 대통령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나더니 이제는 원전(原電)의 해외 수출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겠다고 한다. 멀쩡한 원전을 폐쇄해 수조원을 날리는 드라마를 보고 어리둥절해 있는 국민들에게는 ‘비겁하고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야당의 비판이 새삼 큰 소리로 다가온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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