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다" "수준, 참.." 정용진 SNS를 어쩌나
이번엔 "sorry and thank you"로 올려
친여 성향 커뮤니티 일제히 비난 나서
최근 인스타그램 발언 하나하나 논란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소셜미디어로 연일 논란을 만들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말 "미안하다 고맙다" 발언으로 '문재인 대통령 저격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엔 비난 여론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또 한 번 유사한 말을 쏟아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도가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sorry and thank you"
정 부회장은 지난 4일 인스타그램에 생선 요리 사진을 올린 뒤 영어로 "sorry and thank you"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뒤이어 올린 볶음밥 사진에도 'sorry'와 'thank you'라는 말을 썼다. 그리고나서 식재료 사진을 올린 뒤에는 "OOOO OOO"라고 썼다.
이는 곧바로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판 대상이 됐다. 지난달 25일과 26일 음식 사진을 올리며 썼던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멘트를 영어로, 묵음 처리하는 방식으로 똑같이 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일부 네티즌은 "미안하다 고맙다"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3월 팽목항을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에서 온 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이 방명록을 두고 정치권에선 '아이들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 고맙다고 말하는 게 적절한 것이냐'는 비판이 있었다.
친여 성향 네티즌은 정 부회장이 문 대통령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예기치 않은 비난 여론에 휩싸이자 이에 대한 불쾌감을 "미안하다 고맙다"를 "sorry and thank you"로 바꿔 쓰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게시물 댓글에는 "용진이 형 존멋 사이다"라는 식의 긍정적인 댓글과 "일베한테 칭찬받아서 좋은가보네. 수준 참"이라는 식의 부정적인 댓글이 뒤섞여 있다.
◇정용진, 왜 이러나
정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인스타그램에 소고기 사진과 함께 달아놓은 멘트 역시 일부 네티즌의 격한 비난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너희들이 우리 입맛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했는데, 이번엔 이 발언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6년 세월호 분향소에서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쓴 방명록과 유사하다는 지적이었다.
논란이 일자 정 부회장은 멘트를 "진짜 맛나게 먹었다 고맙다"로 수정했다.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즉각 신세계 유통·식음료 회사인 이마트·스타벅스 등을 불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 부회장이 소셜미디어에서 '급발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프로야구팀 SSG랜더스 구단주인 그는 지난달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접속해 야구팬과 대화하면서, 키움히어로즈 구단을 향해 욕설을 내뱉고 "발라버리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 부회장은 "과거 키움히어로즈가 넥센히어로즈일 때 야구단을 인수하고 싶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넥센 측이) 나를 X무시하며 자존심이 땅에 떨어질 정도로 내몰았다"고 했다. 당시 각종 온라인 야구 커뮤니티엔 "야구판이 더 재밌어졌다"는 반응과 "예의가 아니다"라는 반응이 모두 있었다.
정 부회장은 유통업계 경쟁사인 롯데 신동빈 회장을 대놓고 저격하기도 했다. 지난달 신 회장이 6년 만에 롯데자이언츠 경기를 관람한 것을 두고 "동빈이형은 원래 야구에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도발하니까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롯데에선 "정 부회장이 선을 넘고 있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관종 정용진
이런 적극적인 소셜미디어 활동 탓에 정 부회장에겐 '관종'(관심종자)이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닌다. 소셜미디어를 안 했으면 생기지 않을 논란을 자꾸만 만든다는 의미다.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정 부회장의 활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발언 하나 하나가 회사에 영향을 주는데, 그런 위험 부담을 안고 SNS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SNS로 본인 캐릭를 만드는 것 외에 회사에 어떤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관계자도 있다.
물론 정 부회장의 활동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은둔하며 조용한 경영 활동에 매진하는 대부분 재벌 2·3세들과 다르게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는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이 열정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유통 기업이라서 사람들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다"며 "정 부회장 행보는 신세계를 더 친숙하게 만들기 위한 철저히 계산된 움직임인 것 같다"고 했다.
이마트 실적만 좋다면 정 부회장이 소셜미디어를 하는 게 큰 문제도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1~3월) 매출액 5조8958억원, 영업이익 123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 13.1%, 154.4%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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