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경쟁, 결국엔 "출산율 때문에 미국이 웃는다"

서영민 입력 2021. 6. 7. 10:49 수정 2021. 6. 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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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공산당의 출산정책 '변심'... 목적은 '미·중 경쟁' 승리

시대가 많이 변했다. 14억 인구 대국 중국도 아이를 더 낳으라 한다. 이제 셋까지 괜찮다. 출산율이 떨어져서라 한다. 과거 아이 셋을 낳았다고 모욕을 당한 '장이머우' 감독도 재소환된다. 이젠 면죄부를 받는 분위기다.

장이머우 감독은 관영 CCTV에 출연해 산아 제한 정책을 거스른데 대해 사과했다.


中 공산당이 출산정책을 변경한 이유, 인도와의 비교가 나온다. 인구 대국 1위 자리를 뺏기기 때문이란 얘기다. 쉬운 비교다. 하지만 사실 G2로 세계 경영을 염두에 둔 중국 공산당 마음속에 인도 정도를 향한 경쟁의식이 있을 리 없다.

미국이다. 미·중 경쟁 때문이다. 합계 출산율이 1.3(2021년 발표)에 불과한 상태가 지속 되거나 더 떨어지면, 미국과 장기적인 경제 경쟁을 하기 쉽지 않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미국의 출산율 역시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속적 인구 유입과 히스패닉 증가에 힘입어 1.7 수준은 된다.)

이 계산이 왜 나오는 건지, 그리고 이제 정책을 바꾸었으니 미중 경쟁에 변화가 올 것인지 살펴본다.

■인구가 그렇게 중요해? ... WSJ "중국의 경제역전, 인구 구조상 쉽지 않을 것"

인구는 경제에 '양면'으로 중요하다. 생산의 측면에서 인구는 '노동력'이다. 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려면 '젊은 노동력' 이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생산물을 '소비'해줄 존재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출'에 의존할 수 있지만 중국 규모의 거대 경제는 내수 없이 지탱 불가능하다. 이미 내수 중심 경제로 돌아선 중국 안에 막대한 생산물을 소비해줄 충분한 '소비인구' 가 중요하다.

그런데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1월, 미중 경쟁의 중요 변수로 인구를 들고 나왔다. 인상적인 그래프 하나로 '중국의 미국 역전'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20~65세 생산가능 인구' 증가율 그래프였다.

1970~2000년대 중국의 가파른 성장률은 중국 생산가능 인구의 가파른 증가 속도와 같이 간다. 미국의 생산가능 인구 증가율은 절반 이하였다.

변화는 2000년대 이후 찾아온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급격히 감소한다. 2020년 현재는 미·중의 증가율이 교차하고 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중국의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은 2018년에서 19년을 기점으로 미국보다 낮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출산율 감소 때문이다.

문제는 향후 추세다. 앞으로 무려 7~80년간 인구구조는 계속 미국에 유리하다. 2100년까지 미국의 생산가능 인구는 낮기는 하지만 플러스(+) 성장을 한다.

반면 중국은 급격히 꺾여 2023년 이후 마이너스(-) 전환한다. 수십 년 간 회복하지 못한다. 중국 생산가능 인구 감소, 특히 젊은 노동력의 감소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월스트리트 저널은 '어느날 갑자기 중국의 출산율이 호전되더라도, 이미 지금의 추세 만으로 곧 20~65살 노동가능인구 코호트(동일집단)는 1/10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UN을 인용해서 '2035년에서 2040년 사이에 중국의 고령의존비율(근로연령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인구가 곧, 그러니까 10년 안에 중국의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다.

■ 경제성장률 하향을 지배한 가장 큰 요소는 '인구 감소' ...'성장의 종말'은 인구 때문

미국의 경제학자 디트리히 볼래스는 그의 저서 '성장의 종말 Fully Grown'(2021)에서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장기 추적한다. 20세기 성장률이 1950년에서 2000년까지 50년 평균 2.25%였는데, 이후 21세기에는 1.0%로 떨어졌다.

떨어진 1.25%p가 무엇 때문인지를 밝히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인데, 답은 압도적으로 '인구문제'다.

가족 크기의 축소와 인구 고령화가 0.8%p, 그러니까 감소량의 64%를 설명한다. 성장이 정점에 다다르자 출산율이 낮아지고, 고령화가 진행되고, 가족 단위가 점점 작아졌다. 이 변화가 노동, 그리고 생산의 감소로 이어졌다. 3분의 2가 인구 때문이다.


그 외 상품 중심 경제가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해 나가면서 0.2%p(감소량의 16%)가 줄었다. 재분배 문제가 0.15%p(감소량의 12%), 지리적 이동성의 감소가 0.1%p(감소량의 8%)다. 이 세 요소가 남은 1/3을 대부분 설명한다.

'세금이나 규제', '불평등의 증가', '대중국 무역' 등은 정치적 싸움의 요소일 뿐, 실질적 영향은 미미했다. 0이거나 0에 가깝다.

이 신선한 분석에서 떠오르는 진실은 하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 왜 성장은 점점 줄어들어, 결국에는 종말에 이를 것처럼 보이는가?

수많은 스펙트럼에서 수만 가지 가설이 제시됐지만, 미국의 실례를 바탕으로 답을 하면 3분의 2는 인구 감소 때문이다. 나머지 이유는 그저 거들뿐이다.

인구는 이렇게 결정적 요인이다.

■ "中, 역전 자체는 빠르면 2033년 가능... 그러나 美 2060년 전후 재역전"

지금까지 '미중경쟁'하면 미국이 따라잡히는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라인이었다. '중국이 미국을 역전하는'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종류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인구의 지평에서 보면 새로운 이야기가 떠오른다.

'중국이 미국을 역전하긴 할 텐데,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이 재역전한다'는 이야기가 최근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원호 박사 분석이다.

연 박사는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미국 역전 시점(GDP 기준)자체는 더 빨라졌다고 분석한다. 2033년이면 미·중의 GDP가 교차할 것이란 예측. 이 시나리오는 중국이 포괄적 혁신으로 '최선의 생산성 향상'을 이룬단 점을 전제로 한다. 중국이 지금의 미국같은 첨단 기술 혁신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원천기술을 확보한단 전제에서다.

하지만 이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중국의 우세는 영원하지 않다. 연 박사는 2060년이면 미국이 중국을 다시 추월할 수 있다고 했다.

인구 때문이다. 고령화와 이에 따른 생산성 성장률 저하가 발목을 잡는다는 게 WSJ이 소개한 이유이다. 또 일본 닛케이 신문 산하 일본경제연구센터는 '폐쇄적인 중국의 제도'가 결국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점도 든다.

연원호, KIEP ‘중국의 쌍순환 전략과 한중 협력 보고서’ 중에서


이건 최선의 경우이고 중간 정도 혁신 시나리오에선 역전 시점이 2040년으로 늦춰지고, 재역전은 더 빨라진다.

만약 중국이 노동과 금융, 부동산 부문에 현재 산적한 개혁과제를 겨우 관리해내는 수준, 혹은 이마저도 실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다면 미·중 경제 역전은 없다. 2035년 즈음 미국 GDP 대비 89% 수준까지 추격하는게 다고, 그 뒤 벌어진다.

어떤 시나리오든, '마지막에 웃는 건 미국'이라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인구 때문에.

■ 中 공산당이 산아제한 풀었으니 추세 반전될까? Nope!
출산율 하락은 '무언가 실패'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님
'성장에 성공'한 결과 출산율이 낮아지게 된 것

‘세자녀 허용’을 골자로 하는 5월 31일 중국 공산당의 인구 정책 발표 직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웨이보 사이트에 올라온 의견 댓글 가운데 ‘좋아요’ 수가 가장 많은 댓글들. 회의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일찍이 '아이'를 '행복상자'로 대상화한 경제학자가 있다. 이 행복 상자가 부모에게 주는 '기쁨(효용)'이 '수고스러움(비용)'을 초과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는다는, 보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비인간적인 결론이 이 경제학자 연구의 한 귀결이었다.

이 사람은 '게리 베커', 이 같은 연구가 사회학이나 법학으로 경제학의 범위를 확장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다.

베커의 결론은 언뜻 비인간적인 듯 하지만, 많은 선진국에서 '경제 성장'의 결과 '부모'의 마음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볼래스 역시 출산율 하락이라는 변화를 '생활 수준의 향상'에 따른 변화, 즉 성공의 징후로 파악한다.

①임금 상승으로 인해 부모의 시간의 값어치는 더 비싸졌다. 자녀를 낳아 양육하는 한계비용이 비싸졌다.
②수많은 노동 절약적 가전제품의 등장으로 인해
집안일에 소비하는 시간이 줄어, 여성이 노동시장에 더 많이 진입하게 되었다. '여성의 시간'은 더 비싸졌다.
③사회 발전으로 인해
독신은 더 매력적인 생활양식이 되었고, 결혼 연령은 늦어졌고, 전반적 결혼율은 낮아졌다.
④과학 발전으로 인해 피임약의 발전으로
결혼연령 더 높아지고, 여성 전문직, 여성 노동시간은 늘고, 22세 전 출산 비율이 감소했다.
-디트리히 볼래스 <성장의 종말> 중에서

■ 황급히 산아제한 푼 중국..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까?

중국은 산아제한을 5년 전 2명으로 늘렸다. 그리고 5년 만에 이번엔 3명으로 늘렸다. 급한 마음이 느껴진다. 산아제한 완화가 위에서 언급한 네 변화의 추세를 바꿀 수 있을까.

한국엔 이 문제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합계출산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수조 원을 쏟아부어도 반등의 기미가 없다.

중국에도 해법은 가까이 있지 않다. 이미 '성장의 수혜'를 받은 도시 중상층엔 아이를 '덜' 낳을 이유만 가득하다.


■ 미국은 왜 다른가? 22세기에도 '드림'은 '아메리카'에 있을 것이라서

미국은 좀 다르다. 여전히 해외에서 '꿈'을 좇아 유입되는 인구가 있다. 전 세계 젊은 엘리트를 빨아들인다. 지속적 '이민'으로 미국엔 '젊은 노동력'이 풍부하다. 이들은 출산율도 높다.

미국이 '마지막에 웃는 자'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 꿈을 찾아 새로운 나라에 정착하는 젊고 생산적인 인구가 미래에도 미국을 선택하리라는 이 단순한 예측 때문이다.

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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