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돌연 국민의힘 입당에 선 긋기, 왜?..尹과 黨의 대권 밀당

한기호 2021. 6. 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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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행보 가시화, 측근 통해 돌연 "국민의힘 입당 가시화는 억측" 밝힌 尹
전문가들 "치고 빠지기로 몸값 높이는 듯..다만 제3지대로 당선 가능성은 전무"
이준석 당선된다면 "유승민 목소리 키울 것" "尹 무시는 못해"
현충일 전날인 지난 6월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모처에서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이찬호 씨(왼쪽 두 번째)와 만나고 있다.[사진=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석달 간 잠행을 깨고 정치 행보를 시작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국민의힘 입당에 돌연 선을 그었다.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린 게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대권 도전 공식화에 앞서 당분간 독자 행보로 보수층 표심 잡기에 나서는 한편 6~7월 국민의힘 입당에 앞서 당 안팎에서 자신에 대한 견제 의견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소위 '밀당'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5일 서울 국립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대권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앞서 국민의힘 정진석·권성동·윤희숙 등 국회의원들을 잇따라 만나며 입당 의사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에 입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게 나왔다.

하지만 이날 윤 전 총장 친구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같은 입당설이 "억측에 불과하다"며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고, (그가) 어떤 결정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윤 전 총장이 돌연 국민의힘 입당에 선을 그은 것은 그가 제1야당 대선후보를 염두에 두고 입당을 고려했는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이준석 당대표 후보자, 대권도전을 선언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당 안팎에서 그를 향한 견제 발언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윤 전 총장과 만남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며 "이제는 시간이 너무 많이 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말한 '별의 순간'을 윤 전 총장이 놓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6일 '내 장모는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 없다'는 윤 전 검찰총장의 발언을 두고 "그 결과까지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문제가 있는 사람이 문제가 없다고 옹호한 것이라면 정치인 자질로서 문제 지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이 후보 발언에 당 안팎에서 '김종인-이준석'이 유승민을 차기 대권주자로 내세우기 위해 윤석열을 대권 주자에서 배제하려 한다는 설이 파다하게 돌았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과 이 후보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었지만, 윤 전 총장이 이같은 발언에 무척 심기가 불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원희룡 지사까지 윤 전 총장을 향해 "대한민국 검찰이 위기에 빠져 있고, 정의로운 검사들이 좌절하고 있다"며 "이 부조리 앞에 정치공학의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스스로 '간다', '안 간다'도 아니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며 "(윤 전 총장이) 치고 빠지면서 자신의 몸값을 상당히 높이는 행위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에 개인으로 입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제3지대로 가면 대통령 당선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사람을 모아 '국민의힘 대 외부세력 통합' 그림을 그릴 것"이라며 "세력과 세력의 통합을 명분 삼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짚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이준석 당대표 후보에 대해 "윤 전 총장을 공격한다고 하지만 당대표가 돼도 윤 전 총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어차피 끌어들일 거면서 '자강론' 이미지를 다지는 동시 다른 대선 후보들의 당 조직원 표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하는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박상병 교수는 "아무래도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유승민 전 의원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당내 경선에는 불참했다가) 국민의힘 후보와 세력 대 세력으로 통합하려는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빠져 국민의힘 대선 경선 흥행이 난망할 경우, "(이준석 지도부가 되더라도) 윤 전 총장 입당을 먼저 시켜서 세력 대결을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편 이들은 윤 전 총장의 '간접정치'에 대한 강한 우려도 전했다. 박 교수는 "대선 9개월을 남겨 두고 아직도 본인 입으로 얘기를 안 한다"며 "대변인도 아닌 친구, 아는 사람 통해서만 입장을 내는 건 국민 모독이 될 수 있는 구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도 "윤 전 총장이 자기 입으로 확인해주지 않는 한 추측할 수밖에 없는" 행보가 많다고 말했고, 신 교수 역시 "남이 카더라를 적게 하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며 "이젠 자신의 목소리, 자기의 입으로 입장 표명을 좀 분명히 해야한다"고 충고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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