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도 놀란 '기습 판결'..3심까지 법적 혼란 불가피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손해배상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한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 부장판사)의 7일 판결은 기습 작전처럼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번 선고 공판을 당초 10일 오후에 열겠다고 원고와 피고에게 공지했다. 그런데 선고 당일인 7일 오전 9시 갑작스럽게 “선고 기일이 오늘 오후 2시로 변경됐다”고 통지했다. 법원 관계자는 “온라인과 전화 양쪽으로 통지를 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럽게 변경된 선고 일정에 대해 재판부는 선고 이후 별도의 설명자료도 배포했다. “법정의 평온과 안정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판결 선고를 변경했다”는 내용이었다. 재판부는 “이 법원은 헌법기관으로서 헌법과 국가, 주권자인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위와 같이 판결할 수 없었다”며 “선고기일 변경은 당사자에게 고지하지 않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일부 원고들이 변론기일을 한번 더 열어달라고 요청한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들의 반발 등을 예상해 기습적으로 선고날을 변경 통지했다고 밝힌 것이다. 원고들 사이에서도 혼선이 빚어져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 중이던 강제징용 소송 원고들이 법정에 몰려와 해당 판결을 비판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날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소송권이 제한된다”며 ‘각하’ 선고를 했다. 판결문에도 파격적인 문장들이 곳곳에 담겼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은 국내적 해석에 불과하다”거나, “대법원 판결이 국제중재나 국제재판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법 신뢰에 손상을 입게 될 것”이라는 대목 등이다.
“이제 막 세계 10강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문명국으로의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라며 “또 여전히 분단국의 현실 속에 서방세력의 대표국가 중 하나인 일본국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한미동맹으로 안보와 직결된 미국과의 관계 훼손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국제정세를 언급한 부분도 통상의 판결문에서 보기 힘든 표현들이었다.
이 같은 1심 재판부의 ‘소신 판결’에 대법원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대법원 관계자는 “2018년 10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정면으로 뒤집는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조차 이런 판결이 나올지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2018년 10월 대법원 전합의 강제징용 원고 승소 판결은 전임 양승태 대법원에서 상고심을 연기한 끝에 나온 거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간부들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과도 직결되는 판결이다.
대법원의 전합 판결이 있은지 2년 8개월 만에 하급심에서 정면으로 반기를 든 판결이 나오면서 법적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고들이 이미 항소 뜻을 밝힌 만큼 이 사건은 대법원이 다시 판단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부담은 덜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무총리실 등 정부는 2018년 대법원의 판결 이후 법원에 추가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의 규모를 대략 800~900명으로 예측했다. “개인의 청구권은 살아있지만 소송 구제는 안 된다”는 게 이번 판결의 취지인 만큼, 향후 소송이 무한정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판결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유정·박현주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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