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독재자 딸' 후지모리의 삼세번..페루 대선 초박빙

최서윤 기자 입력 2021. 6. 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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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개표 결과 후지모리 50.17%·카스티요 49.82%
日언론 "일본계 '부녀' 대통령 탄생하나?" 높은 관심
페루 대통령 선거에 세 번째 도전하는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권력당 후보가 2021년 6월 6일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지난 6일 치러진 페루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 결과가 막판까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페루 중앙선거관리위원회(ONPE)가 현지 시간으로 7일 오전 8시 18분(한국 시간 오후 10시 18분) 90.733%까지 이뤄진 개표 상황을 발표한 결과,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가 50.172%, 페드로 카스티요 후보가 49.828%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성향이 강한 수도 리마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시작된 개표 초반 후지모리 후보는 52%가 넘는 득표율을 보이며, 47% 초반의 카스티요 후보와 5% 포인트(p)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개표 범위가 전체 지역으로 확장되면서 두 후보 간 득표율 격차는 1% 포인트 미만에서 점차 좁혀지는 양상이다. 이에 선거 결과를 쉽사리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후보가 마지막 개표 이후에도 이 같은 근소차를 유지할 경우 최종 당선자 발표는 다소 지연될 수 있다.

한국어로 '국민의 힘'으로도 번역되는 보수 민중권력당(Fuerza Popular)을 이끌고 있는 후지모리 후보는 대권에 세 번째 도전하는 유력 정치인이다. 1990년부터 10년간 집권한 아버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인권침해, 부패 등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사면된 탓에 '부패한 독재자의 딸'로 불린다. 아버지 재임 당시 부모의 이혼으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탓에 인지도가 높지만, 게이코 자신도 이번 선거를 앞두고 돈세탁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30년형을 구형받아 선거 패배 시 수감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초등학교 교사 출신 카스티요 후보는 교원 노조 장기 파업을 이끌며 이름을 알린 정치 신예로, 이번 선거에 급진 좌파 성향 페루자유당(Peru Libre) 후보로 출마했다. 주요 산업 국유화와 개헌 등 급진 정책을 공약하며 수도 리마보다는 역사적으로 정부 정책에서 배척되고 소외돼 온 아야쿠초 등 17개 지역에서 표를 모았고, 지난 4월 11일 대선 1차 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18명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로 당선하는 기염을 토했다.

1차 투표에서 카스티요 후보는 약 19%의 득표율로 거뜬히 1위를 차지했고, 후지모리 후보는 13% 초반의 득표율로 간신히 결선에 진출했지만, 선거가 좌우 이념 대결 양상을 띠게 되면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점차 좁혀져 왔다.

후지모리 부녀를 줄곧 반대해온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겸 정치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조차 "이번 선거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뽑는 선거"라며 이번 만큼은 "후지모리가 차악"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페루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19% 지지율을 받으며 1위로 결선에 오른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자유당 후보가 2021년 6월 6일 타카밤바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선거 결과가 막판까지 초박빙으로 흐르면서 페루가 최근 겪어온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선거 이후까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당시 두 번째 대권에 도전하던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는 0.24% 포인트(p)의 근소차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에게 패한 바 있다.

그러나 쿠친스키 대통령은 취임 2년 만인 2018년 브라질 대형 건설사 오데브레시 뇌물 스캔들에 연루돼 의회 탄핵 표결을 앞두고 사임했다.

이후 마르틴 알베르토 비스카라 당시 부통령이 직을 승계해 취임했지만, 그 역시 지난해 11월 수뢰 혐의로 의회에서 탄핵됐다.

특히 작년 11월은 일주일 만에 대통령이 3명이나 교체된 '최악의 혼란기'였다. 마누엘 메리노 당시 국회의장이 직을 승계해 취임했지만, 의회의 '정략적 탄핵'에 반발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면서 일주일 만에 사임했기 때문이다.

이후 새로 선출된 중도파 원로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국회의장이 임시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이끌고 있다.

페루는 새로운 정부를 선출해 정치적 안정을 꾀하려 했지만, 다소 독특한 수식어를 가진 양극단의 두 후보 중 한 명이 초박빙 끝에 승부를 가리면서 향후 페루 정국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이날 후지모리 후보의 선전에 종일 관심을 보였다. 일본 공영 NHK는 "후지모리 후보가 이번에 당선되면 페루 첫 여성 대통령이자, 아버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일본계이자 부녀(父女) 대통령이 된다"며 주목했다.

아울러 "후지모리 후보는 1999년 일본인 페루 이주 시작 100주년을 기념해 아버지 알베르토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당시 동행해 천황 황후와의 오찬 등에 참석했다"면서 "아버지가 일본에서 사실상 망명 생활을 보내던 2001년에도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일본을 찾은 바 있다"고 소개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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