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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에도 빠듯하다.. 65~69세 절반 "생계 위해 일해"

김성모 기자 입력 2021. 06. 07. 23:42 수정 2021. 06. 0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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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옮길 때마다 팔목이 시큰거리는 나이지만 어쩌겠어요. 앞으로 여든·아흔 살까지 살지 어쩔지 모르는데 애들만 바라보며 살 수도 없고….”

김옥순(가명·65)씨는 요즘도 주말이면 하루 7시간씩 동네 편의점에 나가 아르바이트를 한다. 대출금 상환도 하고, 생활비 마련도 하려면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전체 인구 15.7%(812만5000명·2020년 기준)가 65세 이상 노인인 고령사회 시대. 스마트폰과 SNS 소통도 자유자재인 ‘젊은 노인(YOLD·young과 old의 합성어)’이 늘어난 가운데, 김씨처럼 나이 들어서까지도 생계비 걱정에 일손 놓을 수 없는 고령층도 역대 최고치에 이르렀다. 신(新)노년층의 명암(明暗)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운호 기자

◇65~69세 절반이 일터로 내몰려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연령층 경제활동 참여율은 2008년 30.0%, 2017년 30.8%에서 2020년 36.9%로 해마다 늘고 있다. 65~69세 연령층만 보면, 경제활동 참여율이 2008년 39.9%에서 2020년 55.1%로 뛰었다. 2008년 첫 조사 이래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노인층의 경제활동 이유는 생계비 마련이란 답이 73.9%에 달했다. 생계 때문에 생업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노인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작년 3~9월 전국 1만97명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노인 개인 소득의 증가세는 가팔랐다. 2020년 조사에서 노인 연간 소득은 1558만원으로, 2008년(700만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다만 노인 소득 가운데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 급여 등을 아우르는 ‘공적 이전소득’ 비율(2020년 기준)은 27.5%로, OECD 평균(57.1%)이나 독일(70.6%), 일본(49.2%),미국(41.4%) 등에 견줘 아직 낮은 상태란 게 정부 설명이다.

일하는 노인 늘고

◇나이가 많다고 노인? “나는 스마트 시대”

정보화 기기 활용에 익숙해지는 고령층도 느는 추세다. 박모(85) 할아버지의 요리 비결은 ‘쿠팡’과 ‘유튜브’다. 2년 전 상처(喪妻) 후 끼니 해결을 걱정하던 박씨는 쿠팡과 같은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를 통해 먹거리를 쇼핑하고, 유튜브로 요리법을 배워 사골국까지 끓여 먹는다.

이번 조사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노인은 56.4%로 2011년 0.4%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SNS를 한다는 65~69세 연령층은 40.8%로 디지털 세상이 더는 젊은 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노인도 늘었다.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는 응답을 한 고령층은 2008년 24.4%에서 2020년 49.3%까지 증가했다. 현재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으로 취미나 여가 활동을 꼽는 고령층 비율은 37.7%로, 경제활동(25.4%)·친목 활동(19.3%)보다 높았다. 노인 단독가구는 2008년 66.8%에서 2020년 78.2%로 증가한 반면, 자녀와 동거 가구는 계속 줄고 있는 추세(2008년 27.6%→2020년 20.1%)란 점도 확인됐다. 자녀와의 동거를 희망하는 비율은 2008년 32.5%에서 2020년 12.8%로 떨어졌다.

‘좋은 죽음(웰다잉)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이란 답변(90.6%·복수 응답)이 가장 많았고, 노인의 86.5%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도 반대한다고 조사됐다.

이윤경 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장은 “경제, 건강, 가족 관계 등에 있어서 노인층의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특성이 강해지고 있다”며 “다만 75세를 기점으로 더 연세가 많은 어르신에 대해선 돌봄·경제 지원 등과 같은 세분화된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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