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있는 집 한채에 세금폭탄..노인들 "당장 쓸 현금 없어"
노인 자산 77%가 부동산인데
집값 올라 기초연금 못받고
수백만원 건보료까지 '한숨'
생계 위해 일하는 노인 늘어
"일을 하고 싶다"는 응답자
2년 새 9%서 68%로 폭증
◆ 노후빈곤 시대 ① ◆
보험개발원이 만든 '2020 은퇴시장 리포트'에서도 은퇴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억6316만원으로, 은퇴 전(4억8185만원)의 75.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평균소득도 은퇴 전에는 6255만원에 달했지만 은퇴 후에는 2708만원으로 58%나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KB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가 은퇴자·은퇴예정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 필요한 월평균 생활비는 289만원인데, 이에 대한 준비는 64%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 후 예상 현금 수입이 월 185만원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은퇴 상담을 위해 KB골든라이프연구센터를 찾은 이중환 씨(59)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지난해 임대 수입이 크게 줄어 대출 이자를 갚는 데 허리가 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금리가 오른다는 얘기도 있어 재산이 계속 줄어들 것 같은 불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고령층의 전체 자산에서 금융 자산보다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도 문제다. KB골든라이프연구센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6.4%에 달한다고 답했다. 금융 자산 비중은 19.6%에 불과했다. 자산은 있어도 당장 쓸 돈이 없다는 얘기다. 통계청의 '2020 고령자 통계'에서도 60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순자산액은 3억6804만원인데, 여기서 부동산 비중이 77.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은퇴 자산의 50% 이상이 금융 자산으로 구성된 것과 상반된 결과다. 황원경 KB골든라이프연구센터 부장은 "우리나라 은퇴자들은 집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노후 준비도 늦어 당장 쓸 수 있는 현금 자산이 크게 부족하다"며 "그나마 쓸 만한 자산은 본인이 살고 있는 집밖에 없어 이를 주택연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전국적인 집값 상승에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이 겹치면서 올해도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이 평균 19.1% 인상됐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석현 씨(가명·75)는 "30년 전에 입주해 평생 살고 있는 아파트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데 올해 세금만 500만원 정도 된다고 들었다"며 "이번에는 자식에게 부탁해 볼 생각이지만 내년 세금은 더 오른다고 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공적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마련된 기초연금을 못 받는 사람도 늘게 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6억4200만원이 넘는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최근 공시가격 상승으로 6억원이 넘는 공동주택은 서울에만 30%에 육박한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주택 한 채만 갖고 있다면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건강보험도 문제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서울 시내에 웬만한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해도 수백만 원의 건보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자녀에게 의지해 온 고령층의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재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올해 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5만1268명으로 추정됐다. 이들 상당수는 고령층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퇴 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 KB골든라이프연구센터 설문조사에서 노후 생활이 현재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33.1%에 불과했고 현재와 비슷하거나 나빠질 수 있다는 응답이 66.9%로 더 많았다. 보험개발원 조사에서도 노후 생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서 5점 만점에 3.3점 응답에 그쳐 보통 정도의 만족도를 보였다. 황 부장은 "자녀 교육과 결혼 등에 그나마 모아둔 금융 자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은퇴자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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