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장비 '전화위복'..국산화 '착착'

조미덥 기자 2021. 6. 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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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 이후 자급 추진
'전량 수입' 식각액 생산 등 성과
자동차 반도체 품귀 맞물리며
국가별 공급망 구축 흐름에 '속도'
"아직 해외 의존 높아 갈 길 멀어"

[경향신문]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반도체 소재·장비 국산화 시도가 잇따라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에서 시작된 반도체 품귀 현상은 미·중 무역 갈등과 맞물려 국가별로 반도체 소재·장비 자급 시스템 구축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호황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와 정부의 국산화 독려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반도체 소재·장비의 국산화 추진은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전문업체인 한미반도체는 최근 인천에 반도체 패키지를 절단(saw)하는 장비인 ‘마이크로 쏘’(micro SAW) 전용 공장을 준공했다.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장비인데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백광산업은 최근 삼성전자와 함께 식각액으로 쓰이는 ‘고순도 염화수소’를 국산화해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에 적용하는 테스트를 마쳤다. 식각액은 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에서 반도체 회로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을 부식시켜 깎아내는 필수 소재인데 지금까지 일본과 독일에서 전량 수입해왔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후 반도체 소재·장비 국산화를 추진했다. 수출 규제 대상에 올랐던 ‘고순도 불화수소’는 지난해 이미 국산화에 성공했고, 소재·장비 조달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고순도 염화수소 등에 대해서도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다.

국책연구기관들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초고주파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플라스마 밀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했다. 식각 과정에 쓰이는 기체인 플라스마의 밀도는 반도체 품질을 좌우한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 3일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의 단차를 검사해 불량을 잡아내는 ‘오토 포커스’ 장비를 국산화했다고 밝혔다. 공기업인 수자원공사는 최근 국내 기업들과 협력해 반도체 세정 작업에 쓰이는 ‘초순수’(불순물 없이 정제된 물) 생산 기술을 국산화하겠다고 나섰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일부 생산 라인을 멈췄던 현대자동차는 자신들이 쓰는 반도체 사양 중 일부를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와 공유했다. 국내 공급 비중을 늘려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다. 반도체 수급난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독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으로는 한화가 미래 사업 중 하나로 반도체 장비업을 점찍었다. (주)한화 전략부문이 웨이퍼에 얇은 박막을 입히는 증착 과정의 장비에 관심을 두고 최근 전문 인력 채용에 나섰다.

계열사인 한화정밀기계는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와 함께 일본에 90% 이상 의존하는 반도체 패키지 공정 핵심 장비를 국산화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원래 반도체 소재·장비는 미국·일본 업체들이 강자여서 진입장벽이 높고, 반도체 업체들도 쓰던 걸 계속 쓰려고 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뛰어들 유인이 적었다”면서 “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에 국가별로 공급망을 갖추려는 최근 흐름이 더해지면서 국산화에 속도가 붙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직 핵심 소재·장비는 미국·일본 의존도가 커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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