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유세 과세 기준은 '공시지대'로

한겨레 2021. 6. 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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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로소득 어떻게

[왜냐면] 김윤상ㅣ경북대 명예교수

부동산 투기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투기는 불확실한 대상에 대한 투자이고 그 목적은 불로소득을 얻는 데 있다. 부동산은 토지와 토지개량물(건물 등 인공물)의 결합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감가되기 마련인 토지개량물에서는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토지에서 생기는 불로소득만 환수하면 부동산 투기가 사라진다. 아파트가 면적당 얼마로 거래되기 때문에 흔히 건물에서도 불로소득이 생긴다고 오해하지만 그건 착시 현상일 뿐이다.

종래에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수단으로 양도소득세가 주로 활용되어왔다. 큰 금액의 매매차익이 눈에 확 띄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부동산 소유자의 소득에는 매매차익 외에 보유기간의 임대수익도 있다. 알부자들의 상당수가 부동산 임대업자라는 말이 있듯이, 보유기간이 길면 임대수익에서 큰 불로소득이 생긴다. 그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는 소유자가 부동산 매각을 기피하는 ‘매물 잠김’ 문제를 일으킨다는 단점도 있다.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토지보유세다. 토지보유세는 모든 세금 중에서 시장경제를 왜곡하지 않는 최선의 세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른 세금에 우선하여 토지보유세로 정부 재원을 조달하면 시장경제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투기를 막기 위해 동원해온 소유·거래·가격·금융 규제가 축소되는 만큼 시장이 더 자유로워진다. 토지보유세는 지가를 하락시키므로 매매차익마저 줄어든다. 현금 소득이 적은 소유자에게도 과세는 하되 부동산을 처분(매각·상속 등)할 때까지 납부 기한을 연기해주면 된다.

토지보유세 중에서도, 토지 불로소득 환수라는 기준으로 보면, 매년 임대가격에서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징수하는 방식이 최선이다. 이렇게 하면 임대가격이 등락하더라도 토지 소유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이자뿐이고 토지 이용도가 낮으면 이자조차도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완전경쟁시장처럼 실수요자가 아니면 토지를 소유하지 않게 된다. 지가는 이자에 상응하는 원금 즉 매입지가 수준으로 유지되므로 양도소득세가 무용지물이 된다. 고액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도 보유세이기는 하지만, 투기 바이러스가 부동산 부자만이 아니라 많은 국민을 감염시키고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는 백신이 될 수 없다. 부자에게 매기는 부유세일 뿐이다.

토지보유세는 현재의 토지 사용가치에 대한 세금이므로 토지 임대가격인 지대를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 하지만 공시지대 제도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대신 공시지가를 차용할 수밖에 없다. 국공유재산 임대료를 정하거나 수용 보상에 필요한 임대가치를 평가하려면 공시지가에 적당한 비율을 곱한다. 예를 들어 국유재산법 시행령에서는 토지의 연간 사용료를 공시지가의 5% 이상으로 하되 경작용 또는 목축용 토지는 1% 이상, 주거용은 2%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공시지대가 없으니 이런 편법을 사용하게 된다.

지가는 미래 지대의 합에서 소유비용(토지세·거래비용 등)을 뺀 토지 소유 순이익의 현재가치이다. 이와 같은 정의에서 지가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지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면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의 토지가치에 과세하는데다가 현재의 사용가치가 같은 토지도 미래 전망에 따라 세액이 달라지는 불합리한 결과를 빚는다. 또 지대가 변하지 않아도 이자율이나 소유비용이 변하면 지가가 변한다. 게다가 지가는 투기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지가 대 지대의 비율은 토지마다 다르고 경제 상황에 따라 변하므로 지가는 토지보유세 과세 기준으로 부적절하다. 토지보유세의 장점을 살리려면 공시지가와는 별도로 공시지대가 필요하다.

공시지대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토지 임대차 사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마침 6월1일부터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제’가 시작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시 단위 이상의 지역에 보증금 6000만원, 월차임 30만원을 초과하는 계약을 신고하게 되어 있어 도시 지역의 택지 임대가치 평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상업용 부동산, 농지 등 기타 토지에 대해서도 임대차 계약 신고제를 확대 실시하는 동시에, 이미 국세청에서 확보하고 있는 임대차 계약 자료도 활용하면 공시지대 제도 정착을 앞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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