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달러 돌파한 국제유가, 100달러 전망도..인플레 우려 커진다

방성훈 2021. 6. 9. 17: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메모리얼데이서 확인..여행·소비 수요가 유가 견인"
공급 확산 소식에도 '100달러 베팅' 투자자까지 나와
中서도 인플레이션 조짐..세계경제 파급 우려 심화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국제유가가 2년8개월 만에 처음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원유가 거의 모든 산업에서 쓰이는 만큼 생산·유통·판매 과정에서 연쇄적인 가격 인상, 즉 인플레이션 우려도 다시 확산하고 있다.

“여행·소비 수요가 유가 견인”…‘100달러 베팅’ 투자자도 증가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2% 상승한 70.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8년 10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처음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WTI 가격은 전날 장중 70달러를 넘었다가 69달러 초반대로 거래를 마쳤는데, 다시 마감가 기준으로 7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7월까지 하루 평균 45만배럴씩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감산 완화 방침을 재확인하고, 미 석유협회(API)는 지난주 미 휘발유 비축량이 241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공급 물량이 늘고 재고도 쌓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최근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배경에는 백신 접종에 따른 탄탄한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메모리얼데이 당시 이미 확인된 것처럼 올 여름 휴가철에는 팬데믹(대유행) 탓에 억눌렸던 소비와 여행 수요가 폭발해 원유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WTI 가격이 오르는 와중에 차익 실현 매물은 나올 수 있겠지만, 유가는 우상향 압력을 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미 국무부가 이날 자국민을 대상으로 국가별 여행 경보를 대폭 완화하면서 유가 상승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61개 나라에 대한 여행 권고 수준을 완화했다.

이에 유가가 70달러에 안착하는 것은 물론 향후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심지어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데 베팅하는 투자자들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파생상품 투자자들이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내년 말까지 100달러 갈 것이라고 보고 관련 콜옵션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옵션이 만기되기 전에 유가가 행사가인 100달러보다 높아지면 100달러만 내고 살 수 있는 권리다. 국제유가는 미 원유시장이 폭락했던 지난 2014년 이후 100달러를 넘은 적이 없다.

하지만 JP모건체이스의 나타샤 카네바 애널리스트는 “올해 유가가 100달러를 찍으려면 원유 수요가 4분기에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높아질 필요가 있는데 거의 불가능하다”며 “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을 타결할 경우 이란산 원유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반박했다. WSJ 역시 유가 상승에 대한 투자가 투기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中서도 인플레이션 조짐…세계경제 파급 우려 심화

국제유가 상승세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각종 제품 생산 비용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가격 인상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9.0%를 기록하며,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중국 공장의 비용 상승은 세계 경제의 나머지 부분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위안화 강세와 맞물려 중국산(産) 제품을 구매할 때 더 비싸게 구매하게 되면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스탠더드차타드의 슈앙 딩 이코노미스트도 지난 1일 WSJ에 “원가 비용 압력이 지속되면 더 많은 중국 제조기업들이 생산을 멈추거나 국내외 소비자에게 비용을 떠넘겨야 하는데, 후자가 더 보편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은행(WB)은 이날 올해 세계 성장률을 지난 1월 전망치 4.1%에서 WB는 5.6%로 높이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 국제유가가 지난해 대비 50.3%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며, 종전 전망치 대비 42.2%포인트 상향했다. WB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경제 회복을 위해 확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신흥·개도국의 정책적 선택에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아직까진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NYT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기업이 공장 폐쇄 및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급 병목 현상을 해결하면 가격 인상이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