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이만한 전기차 없다..테슬라 위기설 과장이었나

박종오 2021. 6. 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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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국 판매량 30% 급증
"테슬라 위기 단정하기 어렵다" 지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연합뉴스

‘펑펑라’의 위기설은 과장이었을까.

펑펑라는 미국 전기차 테슬라가 사고를 많이 낸다며 일부 중국인이 테슬라의 중국 이름인 ‘터쓰라’를 바꿔서 부르는 말이다. 중국의 반 테슬라 정서 확산,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등 악재가 불거진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예상 밖 실적을 내놨다. 위기설이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가 지난 8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테슬라의 지난달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3만3463대로 한 달 전과 견줘 약 30% 늘었다. 올해 4월 판매 대수가 3월보다 1만 대가량 줄어들었으나 곧바로 반등하며 중국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 2019년 회사의 첫 국외 공장을 중국 상하이에 짓고 현지에서 모델3, 모델와이(Y) 등 주력 전기차를 생산해 팔고 있다. 최근엔 판매 대수가 월 3만 대를 넘어서며 중국 토종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 중국 상하이자동차·우링자동차·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과 본격적인 친환경 차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테슬라의 올해 1∼3월 매출액 중 중국 비중이 3분의 1에 이를 만큼 중국은 테슬라의 핵심 시장이다.

중국의 지난 5월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외부 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신에너지 승용차 판매량은 19만6천대로 4월보다 7% 증가했다. 테슬라의 판매 증가세(30%)가 두드러진 셈이다.

이는 시장 전망과는 많이 다른 결과다. 올해 들어 회사 안팎으로 부쩍 악재가 몰리며 ‘테슬라 위기’를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판매 부진 우려다. 연초 터진 중국의 테슬라 모델3 폭발 사고와 지난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벌어진 테슬라 차주의 기습 시위 등으로 현지 위상을 구길 대로 구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테슬라 전기차에 달린 카메라를 통한 정보 유출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중국 정부 눈 밖에 났다는 외신 보도도 잇따랐다.

자동차 조립 불량으로 인한 리콜(제조사의 차량 결함 시정 조치) 등 품질 논란과 연이은 암호화폐(가상자산) 관련 발언으로 ‘밉상’ 이미지를 얻은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등도 테슬라의 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인포메이션>은 테슬라의 5월 중국 판매량이 4월에 견줘 반 토막 났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도 테슬라 전기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난 3월 29%에서 4월 11%로 급락했다고 발표했다.테슬라 위기설이 확산된 배경이다.

그러나 정작 테슬라의 최근 판매 실적은 이런 주장과는 딴판이었던 셈이다. 한 증권사의 자동차 담당 연구원(애널리스트)은 “출처가 불확실하거나 단기 시점을 비교한 수치 등을 통해 테슬라의 위기설이 과장된 것 같다”며 “테슬라가 최근 찻값을 올리는 것만 봐도 수요에 자신이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몇 달 새 차량 가격을 5회나 인상했다. 차량용 반도체 등 자동차 부품 가격이 오르자 이를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한 셈이다. 만약 시장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면 제조사 입장에서 판매 가격을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승용차연석회는 “(테슬라 전기차와 같은) 고급 신에너지 차량의 판매 강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서의 테슬라 인기도 여전하다. 자동차 정보 제공 기관인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는 정부의 자동차 신규 등록 통계를 분석한 결과 테슬라 전기차인 모델Y가 지난달 국내에서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잘 나가는 전통의 강자인 벤츠 E클래스보다 1천 대가량이 더 팔려나갔다.

다만 향후 추이를 지켜보자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단기 판매 회복만 놓고 위기설이 근거 없다고 단정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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