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1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얼마나 때렸을까?

차형석 기자 2021. 6. 10.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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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종로구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코로나19 피해가 컸다. 산업 유형별로 많은 차이가 있었고 특히 외식업의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영세 사업체 집단의 피해 편차가 컸다.
4월1일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의 한 상가 출입구가 폐쇄되어 있다. ⓒ연합뉴스

2020년 한 해 동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분석 자료가 나왔다. 5월24일 국회 내 연구모임 ‘소상공인정책포럼’(대표의원 서영교)은 한국신용데이터에 의뢰한 조사·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소상공인들의 2020년 매출이 전해에 비해 어느 정도로 감소했는지를 분석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어느 정도 경제적 피해를 받았는지 전국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자료로는 처음 나온 것이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소상공인 대상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제공하는 회사다. 2021년 3월 현재, 전국 약 70만 사업장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사용자가 연동한 데이터에 따라 신용카드 매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70만 사업장 중에서 18만7987곳을 표본 사업장으로 선정해 자료를 분석했다. 2020년 말 기준 전국의 카드 가맹점 수가 178만 곳임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의 표본 사업장은 전국 카드 매장의 10분의 1을 넘는다. 표본으로 적은 수가 아니다. 분석 대상에 포함된 업종은 외식업이 50.9%, 서비스업이 30.3%, 유통업이 16.3%이고, 그 외 건설업·제조업·정보통신업·부동산업 등이 나머지 2.4%를 구성하고 있다.

이번 조사·분석에서는 표본 사업장(18만7987곳)의 신용카드, 직불카드, 모바일 카드로 결제된 매출을 그 전해(2019년)의 같은 기간과 대비해 분석했다. 현금 매출은 포함하지 않았고, 18만7987곳을 표본으로 ‘고정’하면서 신규 진입 매장을 넣거나 폐업 매장을 제외하지 않았다. 이런 한계가 있지만 1년 동안의 매출 증감 추세를 살펴보는 데 무리가 없다.

 

1년 동안 매주 전년(2019년) 동기의 매출과 비교했을 때 매출 감소는 거의 1년 내내 발생했다. 특히 코로나19 1차 유행(3~4월)과 3차 유행(11~12월)의 매출 감소폭이 컸다. 그중에서도 3차 대유행 시기에 매출 감소폭이 가장 컸다(위 〈그림 1〉 참조). 대유행 시기에는 30% 넘게 매출이 폭락했고, 회복은 완만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5월에 잠시 회복한 것이 눈에 띄는 정도이고, 대체로 하향 추세를 보였다. 전체 업종의 매출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에서, 1월 말·2월 초에 ‘피크’를 치고, 9월 중순·10월 초에 매출 상승을 보이는 것은 설과 추석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음력 기준이기 때문에 양력으로는 2019년과 2020년에 차이가 있다. 이런 점이 데이터에 영향을 준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시도별로 2020년 매출 감소를 따져보면, 서울의 매출 감소폭이 15.5%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은 울산(12.4%), 경북(12.0%), 대구(11.3%), 충북(11.3%), 부산(10.9%), 대전(10.7%), 충남(10.2%) 순이었다. 1차 대유행이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해 이 지역의 감소폭이 비교적 컸다(아래 〈그림 3〉 참조).

인원 제한, 재택근무로 인한 매출 감소

서울의 25개 구는 2020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까. 자치구 소재 사업체들이 전년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의 매출을 올렸는지 살펴보자. 중구(73.0%)와 종로구(73.4%) 소재 사업체들이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다음은 용산구(77.9%), 마포구(79.0%), 서대문구(80.4%), 광진구(80.5%) 순이었다(아래 〈그림 2〉 참조). 중구와 종로구의 경우, 상주인구가 적지만 유동인구가 많고 대기업이 많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용산구는 서울역·용산역 등 기차역을 중심으로 한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고, 이태원이 주요 상권이다. 이들 지역 모두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다. 마포구에는 공덕역·홍대입구역·합정역 등의 상권이 있다. 서대문구는 신촌역·이대역 등이 주요 상권이다. 광진구도 건대입구역·구의역 등 ‘젊은’ 유동인구 상권을 포함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를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비교적 매출 변화가 적은 지역은 은평구(93.0%), 도봉구(92.1%), 금천구(91.4%), 양천구(90.2%) 등이다. 이들 지역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대표 상권이 없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이 밀집한 주거단지라는 특징이 있다.

각 산업 유형별로 매출 증감에서 많은 차이를 보였다. 표본 사업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외식업은 매출이 전년 대비 17.7% 감소했다. 외식업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직접적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다. 특히나 대유행 시기의 변동이 컸다. 외식업 매출의 경우 1차 대유행(3~4월)에는 23.0%, 3차 대유행(11~12월) 때는 35.1%나 전년에 대비해 감소했다.

외식업 안에서도 세부 업종에서 양상이 달랐다. 뷔페(46%), 샌드위치·샐러드(34.3%), 패밀리 레스토랑(28.9%) 등의 매출 감소가 비교적 컸다. 업종 특성과 관련이 있다. 많은 인원이 모이거나(뷔페·패밀리 레스토랑),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경우(샌드위치)가 많아 인원 제한, 재택근무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술집과 카페의 매출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28.9%, 21.5%씩 감소했다. 두 업종도 매출 감소 타격이 큰 업종에 속한다.

반면 매출이 늘어난 업종도 있다. 업종별로 양극화 현상을 보인 것이다. 건설업은 전년 동기 대비 11.7% 매출이 늘었다. 인테리어 등 실내 건축 분야의 매출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차와 3차 대유행 기간에도 전년보다 매출이 늘어난 업종들이 있었다. 1차 유행기에는 전자제품(3%), 건설·건축(8%), 반려동물(10%), 슈퍼마켓(14%), 마트(24%), 식품 판매(24%), 오토바이(44%), 자전거(65%) 등이 전년에 비해 괄호 안의 숫자만큼 매출이 늘었다. 3차 유행기에는 마트(3%), 전자제품(5%), 슈퍼마켓(5%), 식품 판매(13%), 오토바이(38%), 자전거(39%) 등의 분야에서 매출이 올랐다.

조사·분석을 담당한 한국신용데이터의 이인묵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이번 조사의 특징으로 ‘이질성’을 꼽았다. 같은 업종에서도 사업체 규모에 따라 피해의 편차가 컸다는 것이다. 음식점업, 카페, 술집,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 4개 업종의 사업장을 2019년의 연 매출을 기준으로 5000만원 미만,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 2억원 이상 3억원 미만, 3억원 이상 5억원 미만, 5억원 이상의 다섯 개 집단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집단 평균보다 훨씬 큰 매출 감소폭

4개 업종 모두 연 매출 5000만원 미만 사업체에서 표준편차가 대단히 컸다. 이인묵 팀장은 “표준편차가 작으면 작을수록 평균에 모여 있는 사업장이 많다는 뜻이다. 표준편차가 큰 경우에는 평균에서 벗어난 값이 많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 ‘표준편차가 크다’는 것은 매출 변화 수준이 평균 근처에 있는 매장의 수가 비교적 적고, 평균보다 ‘훨씬 크거나 훨씬 작은’ 감소폭을 보인 매장의 수가 많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연 매출이 5000만원인 음식점 집단 내에서라면 평균보다 훨씬 큰 피해를 입은 업체들이 다수라는 것이다. 실제로 연 매출 5000만원 이하 영세 사업체 집단에서 하위 16% 지점(상위로부터는 84% 지점)의 사업체들을 추출해서 매출 수준을 봤다. 이 집단의 음식점업은 전년(2019년)의 38.6%, 카페는 22.6%, 술집은 35.6%,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29.6%에 불과했다.

 

ⓒ시사IN 신선영지난해 12월7일 연말 모임으로 북적여야 할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가 오후 9시 이후 한산해졌다.

주말과 주중, 주간과 야간의 매출 감소 추이도 분석했다. 일주일을 주중(월~금)과 주말(토·일)로 나누고, 시간대를 주간과 야간으로 나누어 살폈다. 분석 결과, 주말과 야간 매출이 훨씬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의 경우, 2020년 주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8% 수준이었다. 주중 매출이 87.6%였으니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말의 매출 타격이 더 컸음을 알 수 있다. 통상 주말은 유동인구가 많아 매출이 많이 발생하는데, 시민들이 코로나19로 나들이를 줄인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는 2019년 음식점과 주점의 매출 구성도 살펴보았다. 밤 9시 혹은 밤 10시 이후 영업금지가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간접적으로’ 보기 위해서다. 손님이 많이 몰리는 피크 시간대를 12~14시, 18~20시, 21~23시, 0~2시로 나누어 2019년 현재 음식점과 주점업의 시간대별 매출 발생 비중을 살폈다. 결제 시점이 기준이다. 음식점은 18~20시가 33.5%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12~14시(22.7%)였다. 21~23시에는 20.2%, 0~2시에는 6.5%였다. 주점의 경우는 21~23시가 43.4%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0~2시로 30.3%에 달했다. 12시에서 14시 사이(2.1%)와 18시에서 20시 사이(14.3%)의 결제 비중은 적었다. 2019년의 시간대별 결제 비중을 보면, 밤 9시·10시 이후의 영업금지가 주점에 집중적으로 타격을 주었으리라고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국회 소상공인정책포럼에서 연구책임을 담당한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3차 유행의 충격이 가장 컸고, 지금도 많은 소상공인들이 3차 유행 때 입은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업종별로 또 규모별로 피해 차이가 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피해에 비례한 보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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