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탄·인사돌·우루사 '국민약의 배신'.."속지 마세요" [신선미의 똑소리]

신선미 기자 입력 2021. 6. 10. 17:41 수정 2021. 6. 1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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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때문이야' 광고에 '피로회복제'로 오인
피로 개선은 비타민B군 영양제가 효과적
이가탄·인사돌, 치료제 아닌 보조치료제
치과 치료 병행없이는 효과 '글쎄'

[한국경제TV 신선미 기자]
<앵커>

현명한 소비를 위한 지침서,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신선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신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했습니까?

<기자>

오늘은 영상을 준비했는데요. 먼저 보시죠.

<앵커>

우루사와 인사돌, 이가탄 광고네요.

<기자>

어렸을 때 부터 많이 들어본 CM송이죠?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 탑10에 속할 만큼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 사실상 `국민약`으로 불립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약을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인데요.

끊임없이 광고를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넣은 문구가 있습니다.

`피곤은 간 때문이야, 우루사` `잇몸이 붓고 시리고 피날때, 잇몸병엔 인사돌, 이가탄`

오늘은 과장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국민약의 실체에 대해 파헤쳐 볼까 합니다.

<앵커>

앞선 광고들 보니까 자연스럽게 약들이 떠오릅니다. 그만큼 광고에 영향을 많이 받았단 생각이 드는데요. 이 모든 게 과장광고였던 건가요?

<기자>

"피곤은 간때문이야~" 이게 깊게 뿌리 박혀 피곤하면 우루사를 찾으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피로개선을 위해 우루사를 산다면 기대했던 효과를 보긴 어렵습니다.

우루사의 주성분은 UDCA, 우루소데옥시콜린산인데요.

이 UDCA는 담즙분비를 촉진시키는 성분입니다. 사실상 피로회복보다는 지방 소화와 더 관련이 있는거죠.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도 피로회복보다 소화와 더 관련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왜 피로회복제로 광고하는 거죠?

<기자>

아주 약간 들어있는 비타민B군 일부 때문입니다. 성분이 소량 들어가 있습니다.

우루사는 3종류입니다. 우루사정100mg, 우루사 연질캡슐, 그리고 복합우루사까지.

우루사정 200mg는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라 제외하겠습니다.

이 가운데 우루사정은 UDCA가 많이 들어있어 피로회복제가 아닌 간질환 치료제입니다.

해당되는 것은 우루사 연질캡슐과 복합우루사인데요. 육체피로가 효능에 쓰여 있긴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루사에는 비타민B가 일부 들어가 있습니다.

피로감 개선 목적이라면 우루사보다는 비타민B군 위주의 영양제를 먹는 게 훨씬 효과적이죠.

<앵커>

정작 피로회복을 할거라면 먹어야 될 영양제는 따로 있었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우리가 우루사 광고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기자>

네,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게 만든 광고가 있었습니다.

2019년에는 `우루사가 임상시험에서 간수치 개선과 피로회복 효과가 검증됐다`고 광고했습니다.

특히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는데요.

이에 바른의료연구원은 `과장 광고`라고 비난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바른의료연구소는 어떤 곳이죠?

<기자>

지난 2017년 20여명의 젊은 의사들이 주축이 돼 창립된 단체인데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잘못된 의료제도나 정책을 분석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겠단 목표를 갖고 있는 곳입니다.

<앵커>

바른연이 우루사 광고를 `과장 광고`라고 비난한 근거는 뭐죠?

<기자>

광고에는 `우루사를 복용한 집단이 12.76%나 간 기능이 개선됐다`고 표시가 돼 있습니다.

그래서 바른연은 광고의 근거가 됐던 임상시험 논문을 분석했죠.

그런데 4주, 8주 시점에서 시행한 간기능검사에서 우루사 복용집단과 가짜약을 먹은 집단에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상 검증이 안된건데, 이 광고를 본 소비자들은 우루사를 먹으면 간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고 믿을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바른연은 대웅제약의 우루사 허위과장광고에 대해 식약처가 엄정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앵커>

이후 식약처는 대웅제약에 과장광고에 과태료를 물렸나요?

<기자>

아니요. 당황스럽게도 식약처는 문제가 없다고 회신을 한거죠.

우루사의 광고가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았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이유가 변변찮죠.

식약처의 안일한 대처에 바른의료연구소는 아예 감사원에 식약처 감사를 요청합니다.

‘대형 제약사의 거짓과장광고에 봐주기식으로 일관한다`며, 식약처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한 거죠.

<앵커>

그러니까 검증이 잘못됐어도 이미 광고심의를 통과한 거니까 문제가 없다? 식약처의 판단이 좀 황당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감사원까지 가게 됐는데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감사원은 우루사 광고 중 `간수치 개선` 부분을 향후 TV광고 등에 사용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오인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한 겁니다.

대웅제약의 입장을 취재해 본 결과, 바른연이 확인했던 논문은 1차 논문으로 수정 보완된 2차 논문을 분석하지 않아서 효능 논란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사원이 TV광고에서 간수치 개선 부분을 빼라고 한 것도 효능 검증이 안 됐다기 보다는, 일부 자료만으로 효과를 제시해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단 점 때문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대웅제약 관계자 인터뷰 들어보시죠.

[대웅제약 관계자 : TV광고에 간수치 개선효과를 표현할 때 5개의 수치를 모두 명기해야되는데, 그 중에 ALT변화율(ALT:간수치)만을 갖고 광고를 하면 오인의 소지가 있으니 TV광고에 사용하지 말라고 한거죠]

당시 식약처가 대웅제약이 게재한 논문을 분석해 효능 논란을 잠재웠다면 깔끔했을 일을, 광고 심의를 통과했으니 문제 없단 식으로 입장을 밝힌 게 우루사의 효능 논란을 더 키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앵커>

결국은 대웅제약도 광고에 일부 오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걸로 보이네요. 사실 저는 오늘 이 얘기를 처음 듣거든요. 소비자들 상당수가 여전히 우루사를 피로회복제로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는 광고 때문인데요.

지난해에도 대웅제약은 우루사만으로 8백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게다가 대웅제약은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는 광고를 계속 내보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가수 노라조와 협업해 또 다시 `간 때문이야` 광고를 선보였는데, 간과 피로의 연결고리를 각인시키고 있는거죠.

<앵커>

우루사 얘기를 들어봤고, 앞서 신기자가 인사돌하고 이가탄도 언급을 했는데 이것들도 허위 과장광고와 관련이 있습니까?

<기자>

광고가 세뇌되듯 머리 속에 박혀서 잇몸병엔 인사돌, 붓고 피가나면 이가탄이 절로 나옵니다.

인사돌 이가탄은 모두 잇몸을 단단하게 하고 잇몸병을 치료하는 `치료제`라고 광고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잇몸병을 치료해주는 치료제가 아닙니다.

5년 전이죠. 2016년에는 식약처에서도 인사돌과 이가탄을 치료제에서 보조치료제로 강등 시켰습니다.

<앵커>

치료제는 아니라 보조치료제다? 보조치료제는 어떻게 다른 거죠?

<기자>

치과 치료 없이는 이 약이 효과가 거의 없단 얘기입니다.

잇몸병의 원인은 치아 주변에 붙어 있는 치태와 치석 속에 숨어 있는 세균 때문인데요.

따라서 치과에 가서 치태와 치석을 물리적으로 그리고 주기적으로 제거하는게 맞는거죠.

하지만 이들 광고로 소비자들은 잇몸약에 먼저 의존하게 만들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가탄을 처음 개발한 일본에선 효능이 없단 이유로 판매가 중단된 상태고요.

인사돌을 처음 개발한 프랑스에서도 이미 건강보조제로 받고 판매중이란 사실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일단 이 약만 먹는다고 잇몸이 낫는 게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는 판매가 중단되기 까지 했다? 우루사 못지않게 이들 두 약의 실체에 대해서도 우리 소비자들은 전혀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게 가장 큰 문제죠. 사실상 국민약의 배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잇몸이 쉽게 흔들릴 나이가 되는 어른들, 우리의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들 제약회사의 광고를 믿고 많이 구매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 광고가 깊게 뿌리박혀 이가 아프면 이가탄이나 인사돌을 우선 사고 봅니다.

그 결과, 동국제약은 인사돌만으로 지난해 370억 원, 2019년에만 427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명인제약 이가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207억 원, 2019년에만 229억 원을 벌었습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결과적으로 식약처가 제약회사의 배를 불려준 셈이 된 건데, 제가 이 약을 본 게 못해도 10년은 넘는 거 같거든요.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문제를 방치한 거죠?

<기자>

소비자 주권을 지키기에 약사법 자체가 미흡합니다. 처벌도 솜방망이 불과했고요.

인사돌과 이가탄을 만드는 동국제약과 명인제약은 이미 2013년부터 수차례 과대 과장 광고로 벌금 또는 과징금 처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벌금은 수백만원에서 최대 7천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최대치였던 7천만원 벌금도 보조치료제로 강등됐는데도 불구하고 치료제로 광고해서 부과된거였는데요.

이들 제약회사 입장에선 이가탄, 인사돌 하나만으로 매년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으니 허위과장 광고를 하고 벌금을 내는게 이득인 셈이죠.

<앵커>

해마다 수백억 수익을 내는데, 벌금은 많아야 수천만원이다? 저라도 그냥 계속 광고하겠습니다. 결국은 또 소비자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기자>

심지어 명인제약은 `이가탄`으로 2019년 6월에도 또 허위과장 광고를 했습니다.

국제 학술지에 게재돼 잇몸병에 효과가 입증됐다고 말이죠.

하지만 이번에도 바른의료연구소는 터무니 없는 허위광고라며, 그 논문에 자신이 있으면 정식으로 공개적으로 논의해보자고 했죠.

그러자 명인제약은 침묵으로 답변했고, 학술지 게재 부분만 삭제해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반성은 없이 소비자를 교묘하게 속여 돈 벌 궁리만 하는 제약회사, 국민약의 실체였습니다.

<앵커>

네,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신선미 기자 ss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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